[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일본의 버블세대 한국의 88만원 세대 같은 고민 나누는 한․일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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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버블세대 한국의 88만원 세대 같은 고민 나누는 한․일 대학생
 

인터뷰_ 교환학생 쓰기시마 치사토 씨

/ 나동현(청년인턴기자, arbeitsmann@naver.com)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20대를 두고 88만원 세대라고 한다.

지금의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5급 사무원 이상의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평균 임금 88만원 정도를 받는 비정규직 삶을 살게 될 것이다.”라는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씨의 말처럼, 지금의 20대는 취업걱정에 한 번, 취업을 해도 정규직이 아닌 것에 두 번, 정규직이라고 해도 고용불안정에 세 번,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네 번, 그 밖에 족히 몇 십, 몇 백번은 넘게 이런 더러운 세상을 외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88만원 세대는 비단 한국의 20대에게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유럽의 ‘1000유로 세대’,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 일본의 버블 세대또한 지금 이 순간, 한국의 20대와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다.

보통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이 10여년 먼저 발생한다는 일본의 상황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중인 한 일본학생으로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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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노 현 마쓰모토에 위치한 신슈대학(http://www.shinshu-u.ac.jp/)에서 인간정보학을 전공하는 쓰기시마 치사토(Sugishima Chisato). 한국에서는 현재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이란다.

저희학교는 3학년 때부터 세미나를 들어가서 공부해요. 저는 문화사회학이라는 세미나를 들었는데, 거기서 논문을 써야 하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사회학 수업을 듣고 있어요.”

뉴스에 나오는 사회문제들이 왜 일어나는지 궁금한 마음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쓰기시마 치사토씨는 교환학생프로그램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로, 한국친구들을 꼽았다.

대학 1학년 봄 방학 때 신슈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 대학교를 방문했어요. 그 때 한국 대학생들이랑 교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친해진 한국 친구들이랑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어요.”

교환학생프로그램 방문국으로 한국 밖에 관심이 없었다는 쓰기시마 치사토씨는 사회학을 배우고 있는 학생으로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화 차이 중 인터넷 문화 차이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제가 한국 인터넷 문화 중 가장 신기했던 것이 카페에서 정모하자고 하고, 또 그러면 사람들이 실제로 나가는 거였어요. 그리고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이나 다이어리 등 개인정보를 올리는 게 일본과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 사람들과 달리 그런 것을 별로 개의치 않는 한국 사람들의 인터넷 문화에 대한 그의 문화 충격은, 앞으로 일본과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비교 연구하고 싶다는 포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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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시마 치사토 씨는
한국과 일본의 인터넷 문화이외에도, 양국에서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프리타 족, 버블세대, 88만원 세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사회학도다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도 취직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일본도 너무 어려워요. 특히 지진 때문에 더욱 어려워졌어요. 제 친구 중에서 아직 취직을 못한 사람도 있어요.” 

원래 그러해야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이 말처럼 되지 않는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고, 취직은 졸업하기 전에 하는시스템이, 일본에서는 아직 낯선 것이라고 한다.

일본 대학교와 대학생들은 시스템적으로, 졸업을 하기 전에 취직활동을 해요. 그래서 4학년 때 일자리를 구한 사람이 많은데, 아직 없는 사람도 있어서,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 같아요.”

장기간 구직 활동을 하다 그것이 쉽지 않으면 어떤 이들은 결국 프리타 족으로 편입된다. 프리타 족이란 특정한 직업 없이, 파트타임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일본에서 유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은 이미 1997년을 기준으로 해도 그 수가 135만 명에 이르렀다.

프리타 족은 세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어쩔 수 없이 프리타 족이 되는 사람. 그리고 일하고 싶지 않아서 프리타 족이 되는 사람. 프리타 족은 자유시간이 많잖아요.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그만두면 여행 다니고, 그러다 돈이 없어지면 다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걸 로는 돈이 안 돼서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예술가들은 그것만 하면 먹고 살 수 없으니까, 생활비는 파트타임으로 벌고, 예술을 하는 거죠.”

그런데 쓰기시마 치사토씨가 보기에 일본과 한국의 상황은 좀 다르다고 한다.

일본은 시급이 높아서 파트타임만으로도 생활비가 충당이 되는데, 한국도 그게 가능한가요? 한국은 시급이 낮은 걸로 알고 있는데...”

쓰기시마 치사토 씨가 느끼기에 일본에서 문제가 큰 것은 프리타 족보다 비정규직 문제라고 한다. 파견직을 다룬 드라마가 만들어질 정도로 사회 문제화 된 일본의 비정규직 문제는, 그 처우가 좋지 못하여, 심지어 (비록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직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가지지 못하고, 피시방 같은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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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문제만큼 심각한 것이 바로 높은 등록금문제다. 그런데 일본은 이 문제가 있을까?

일본도 한국처럼 등록금이 높아요.”

그리고 그는 사회학도답게 등록금 문제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과 계급의 고착화로 말을 이었다.

일본은 한국만큼 공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 같은 것이 심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일본도 고졸이냐 대졸이냐에 따라서 임금격차가 있어요. 배우기로는 계급이 없는 사회라고 배우지만, 실제로는 계급 같은 것이 있으니까요.”

학력에 따른 계급 발생은 계급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부모님이 대졸이면 자식도 대학교에 들어가요. 부모님이 고졸이면 자식도 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는 편이구요. 대졸이면 더 좋은 직장에 가서 더 좋은 보수를 받고, 그러면 자식교육을 더 잘 시킬 수 있고, 고졸이면 보수가 적고, 그러면 자식에 대한 교육도 힘 쓰기 어려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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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말이 되면 일본으로 돌아가는 쓰기시마 치사토씨. 그는 짧은 시간 동안의 한국 체류였지만, 일본과 한국의 학생들 간 차이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이 일본학생들에 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외국에 대한 관심도 많구요. 일본 학생들은 외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적어요. 유학생도 줄어들고 있구요.”

1년여의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면 일본에 돌아가서 졸업논문을 준비하는 그는 언젠가 한국에서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저는 만약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어도, 거기서 재미없는 일만 하는 것보단, 작은 회사라도 제가 재미있게 일 할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마케팅과 관광업에 관심이 많은 쓰기시마 치사토씨는 일본에 있을 때, 나가노 현에 위치한 오오마치 시의 수자원을 활용한 관광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전국단위 공모전에서 1등을 하고, 지역마케팅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세미나를 통해 공부를 했다고 한다.

한국은 서울에만 관광객이 많은 것 같은데, 일본은 지방자치제가 발달해서, 각 지자체가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지역마케팅 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쓰기시마 치사토씨. 그가 훗날 한국에서,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마케팅과 관광을 접목하여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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