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내 인생 한권의 책-한권의 책으로 시작된 그녀의 진정한 20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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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한권의 책
한권의 책으로 시작된 그녀의 진정한 20대 이야기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교환학생, 라디오PD, 팬 플루트 연주, 봉사활동, 마라톤, 국토대장정… 학창시절 누구보다 많은 도전과 경험을 한 진주영 씨. 여기까지의 이력만 놓고 본다면 그녀는 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런데 태생적으로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을 것 같은 그녀도 몇 년 전까지는 무기력한 청춘이었다.


EBS 수능특강 문제를 풀다가 독해에 재미를 느껴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다는 진주영 씨. 캠퍼스 낭만에 대한 기대와 청운의 꿈을 안고 입학한 학교였지만, 그녀는 이내 집과 학교만 왔다 갔다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고등학생 때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하면 꼭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그냥 수업만 듣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그러다 집에 오는 생활의 반복이었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3학년에 된 그녀.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해야할 시기가 되었지만, 그녀는 조급한 마음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현실에 짜증만 늘었다고 한다.

 

“인문학 전공자인데다가 상경계열을 함께 공부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영어를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학점도 그저 그랬고요. 졸업은 점점 다가오는데 뭐 하나 손에 잡히지는 않고, 애꿎게 술만 더 마셨죠.”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큰 전환점을 맞는다. 한 권의 책을 만난 것이다.

 

“학교 수업은 재미없었지만 그래도 문학은 참 좋아했어요. 하루는 교수님께서 과제를 내주시더라고요. 책 한권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라고 하셨죠. 「더블린 사람들」이란 책이었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전율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책을 읽는 내내 반성하고 또 반성했어요.”

 

가난하고 울적한 삶을 살지만, 현실에 마비되어 비루한 삶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마비된 사회에서 마비된 채 살아가는 마비된 사람들을 다룬 ‘더블린 사람들’을 읽는 내내, 그녀는 자신을 떠올렸다고 한다. 불만스러운 현실이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안주하며 살아가는 바로 자신을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마치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단숨에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싶었어요.”

 

바꿔야겠다는 생각과 지금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그녀.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환학생 도전이었다.

 

“3년 전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대학에 들어오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말이죠. 목록을 쓰고 우선순위를 정해봤더니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었어요. 막연하게 가고는 싶은데 갈 실력은 안 되고, 그렇다고 열심히 노력해서까지 가기엔 너무 게을렀던 제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저는 경제적 이유를 핑계 삼았거든요. 한마디로 집을 생각하는 효녀이기에 나는 안 가는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엔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될 때까지 노력해보고 안 되면 그 때가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말이죠.”

 

그렇게 뒤늦은 학구열을 불태운 그녀. 그녀 자신은 교환학생들의 희망학교로 인기가 가장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노라고 하지만, 여하튼 그녀는 그녀의 꿈 중 하나를 현실로 만든다.

 

“교환학생이란 거 잘 알아보니 무슨 사법시험처럼 어려운 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학점이 자신 없어서 사람들이 안 가는 곳에 3차로 지원해서 합격했어요.”

 

그리고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그녀. 그것은 바로 그녀의 변화된 마음가짐과 행동이었다.

 

“책을 보기 전까지는 매사에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을 가졌어요. 된다 생각하고 해도 될까 말까인데 참 어리석었죠. 어쩌면 안됐을 때 변명거리를 찾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교환학생이 되고 나자 신바람이 나더라고요. 노력하니까 되는구나, 도전하는 게 재밌구나란 생각이요. 그 때부터는 하고 싶으면 그냥 하자주의 됐어요.”

<7개월 남짓의 준비 기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갈 수 있었던 미국에서의 교환학생 생활 중> _##]

 

바라던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으로 향한 그녀. 그녀는 거기에서 이제 막 생긴 열정을 불태우며 짧지만 길었던 한 학기를 보낸다.

 

“비록 6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교환학생을 가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어요. 영어실력을 키우자와 한국문화를 알리자 였어요. 매일 말하고 듣고 쓰고, 심지어 생각까지 영어로 하다 보니 영어실력은 많이 늘었다는 게 느껴졌는데요. 한국문화를 알리는 것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기회가 왔죠.”

 

한국에서도 가끔 외국 유학생들이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갖는다. 진주영 씨가 다니던 학교에서도 외국 유학생들이 자신의 나라와 민족을 알릴 수 있는 ‘인터내셔널 푸드 데이’라는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는 거라면 질색이었던 제가, 외국인들 앞에서 부채춤을 보여주기 위해 한 달을 준비했어요. 한복도 급히 한국에 보내달라고 했고요. 성공적이었어요. 한복도 부채도 예쁘잖아요. 한국인 여학생들이 부채춤을 보여주니 미국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학생들도 호응이 대단했어요.”

<당시 진주영 씨가 속한 한국인 여학생들의 부채춤을 보도한 미국 대학 신문> _##]

 

6개월여의 교환학생 생활을 뒤로 하고 한국에 돌아온 진주영 씨. 원하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행동했던 만큼 돌아온 결실을 생각하며, 한국에서의 삶도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잖아요. 달리 말하면 나태한 생활을 하던 환경으로 돌아가면 다시 나태한 습관이 나올까봐 걱정했어요. 한국에 돌아오면서 가장 크게 걱정했던 게 바로 그거였어요. 사람이 한순간 바뀌는 것도 어렵지만, 바꾼 걸 유지해가기는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결심하기 이전으로 돌아갈까 봐 제 자신을 다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녀는 하루를 바쁘게 살며, 공부도 그 외의 활동도 열심히 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팬 플루트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었어요. 부회장도 했었지만, 사실 연주보다는 술 마시는 것이 우선이었던 것 같아요. 교환학생 갔다 오고 나서는 시간이 무척 부족한 고학번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왕 들어간 제대로 연주하는 곡 하나라도 건지자는 생각에 열심히 팬 플루트는 불었죠.”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이 아직도 부끄럽다는 그녀지만, 변해야겠다는 생각은 수많은 관객 앞에서 플루트 연주를 가능하게 했다>_##]

 

그리고 그녀는 학교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고 한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까지 다녀왔는데, 학교 안에서 제 20대를 보내는 것은 너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금이 아니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녀가 처음 찾은 곳은 대학생들이 라디오PD로 활동해 볼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 한 시트콤을 보고 라디오PD에 대한 선망이 있었어요. 교환학생처럼 뜬구름 잡듯이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이 길이 내 길인지 아닌지 해보고 나서 결정하자는 생각에 활동을 시작했죠. 15분짜리 단파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북한에 송출하는 거였는데, 혼자 기획도 하고, 대본도 작성하고, 녹음에 편집까지 하는 거였어요. 하고 나서 느꼈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생각한 것과 달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고.

 

“해봐야 그게 좋은지 안 좋은지,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알잖아요. 생각만 하면 뭐하겠어요. 그러다 진짜 못하고 죽으면, 그게 내 천직인데 나의 나태함 때문에 그것을 못했구나 하며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하겠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라디오 PD활동도 제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후로도 그녀는 언론에도 조명된 “몰래산타 봉사활동”과 바텐더·시나리오·사진·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수업을 들었던 한 기업체의 교육 프로그램, 한라산 등반과 마라톤 대회 참가, 국토대장정 등 바쁜 시간을 보낸다.

 

“눈덩이 같다고 할까요. 처음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결심이었지만 뭔가 내가 바라던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커지니까, 그걸 원동력 삼아서 또 다른 것에 도전하고, 목표를 성취하고 하는 그런 재미에 빠졌어요.”

 

 

3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그녀. 지금의 당당하고 적극적인 진주영 씨를 있게 한건 바로 그 때의 책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 때 제가 「더블린 사람들」이란 책을 안 봤다면 지금 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아직도 어영부영 살면서, 그런 저를 자책하고, 그러면서 또 인생이 안 풀린다며 매사에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책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요.”

 

한 권의 책을 통해 인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그녀. 그녀는 지금도 독서를 가장 우선시한다고 한다.

 

“올 해 38권의 책을 읽었어요. 이번 해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학생 때와 같이 많은 시간을 독서에 투자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자투리 시간에라도 책을 보려고 노력해요. 요즘엔 출근하는 길에 20페이지 씩 읽고 있어요. 올 한해 독서 목표가 40권이거든요.”

 

한창 때는 1년에 150권의 책을 읽어 학교에서 주는 다독상까지 받았다는 그녀. 그녀는 이제 틈만 나면 주위에 책을 권하는 책 전도사다.

 

<밝은 기운으로 넘치는 그녀. 그녀는 고민하는 주위 친구들에게 언제나 책을 권한다>_##]


“3년 전만 해도 저는 목표도 없고, 계획도 없고, 열정도 없는 무기력한 대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그걸 얻기 위한 계획이 있고, 그러기 위해 하루를 쪼개가며 열심히 살아요. 혹시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건 내 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있나요. 아니면 지금 내가 싫은데 계속 그렇게 살고 있나요. 그럼 일단 책을 읽어보세요. 어떤 책이든 상관없어요. 책을 읽다보면 그 안에 벗어나고 싶은 지금의 모습에서 날 이끌어줄 뭔가가 있을 거 에요. 유식해진다는 건 부수적인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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