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20대, 그들이 사는 세상] 나 혼자 떠난다.

나 혼자 떠난다.
나홀로 여행자. 윤나래 씨.



글 나동현/ arbeitsmann@naver.com

 


일상을 떠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여행. 그런데 내 기억에 여행은 매번 동행한 사람들과의 불협화음과,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빡빡한 일정과, 남는 건 추억이 아닌 사진 밖에 없다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홀로 떠나는 여행을 권해본다. 나홀로 여행자 윤나래 씨처럼 말이다.

 


윤나래 씨가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 덕분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일이거든요. 가정적인 아버지께서는 자주 가족을 데리고 여행 겸 잘 다니셨어요. 덕분에 저는 봄이 되면 어른들과 나물을 캐러 가고, 여름이면 계곡과 바다로, 가을이면 단풍을 보러 산으로 가곤 했죠. 그렇게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작은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세세히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시사철 그 변화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조금씩 느끼게 되었죠.”

 

그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족과의 여행으로 채운 그녀. 스무 살이 되자 독립을 선언한다. 혼자 여행을 떠난 것이다.

 

“무슨 거창한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저 법적으로 술도 마실 수 있고 담배도 필 수 있고,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어른이면 여행도 혼자 가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에 길을 나섰죠.”

 

그녀가 향한 곳은 강원도 태백. 학창시절 교과서에만 보던 용연동굴을 볼 요량으로 태백에 발을 디뎠지만, 하필 그 날 동굴 탐방객은 본인 혼자였다고.

 

“처음에는 그냥 오늘 나 혼자 놀러 왔나 의아한 마음으로 동굴에 들어갔어요. 들어가서는 이내 신기한 마음에 그걸 잊어버렸죠. 그런데 40분이 넘게 동굴에 저 혼자 있는 거 에요. 제가 평소 주위사람들이 당차고 야무지다고 할 정도로 겁이 많은 성격이 아닌데, 그 날은 슬슬 불안해지더라고요. 웃긴 건 사람이 없어서 불안한 것도 있었지만, 행여나 나쁜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나중에는 사람이 없는 게 무섭다기보다는 멀리서 발자국 비슷한 소리만 들려도 행여나 못된 사람이면 어쩌나 싶어 전전긍긍 했어요.”

 

어른이 돼서도 불안해하는 본인 모습에 살짝 실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에서 그녀는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혼자 여행하니까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이 나오는 거 에요. 예를 들어 태백의 동굴에서처럼 제가 평소에는 무지 씩씩하고 용감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씩씩한 척하는 겁쟁이라는 걸 저 스스로가 깨닫는 그런 거 말이에요.”

 

자신에게 실망스런 모습도 알게 되었지만 반대로 좋은 면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혼자 떠나는 첫 여행에서 느낀 점이었다고 한다.

 

“굴욕적인 것도 알게 되었지만, 반대로 좋은 면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저는 제가 사교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을 엄마보다 살갑게 대하고 있어서 놀랐어요. 너무 외로워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알고 보면 싹싹한 면이 있구나 싶어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죠.”

 


이후 그녀는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 한 돈을 여비 삼아 전국 여기저기를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은 해외로 향했다고.

 

“건방진 말처럼 들리시겠지만, 혼자 국내여행 다니는 것은 이만하면 됐다 싶었어요. 더 가보고 싶은 곳은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가야되니까 남겨둬야지 싶기도 했고요. 대신 밖으로 눈을 돌렸어요. 제가 여행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인데, 그걸 보면서 제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몇 년 뒤에는 취업한다고, 또 취업하고 나서는 결혼한다고 못 갈 것 같은 조바심에 앞으로는 학기 중에 무조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방학이 되면 떠나자고 계획을 세웠죠. 물론 혼자 말이죠.”

 

이후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겸업(?)하는 열정을 불사르며, 그 돈을 모아 터키로 떠났다고 한다.

 

“저는 미술사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그래서 그쪽 책을 많이 보다 보니 터키가 무척 가고 싶었어요. 우연히 맛 본 터키음식에 매료되어 직접 가서 맛보자는 생각도 아주 컸고요.”

 

하지만 비교적 치안이 안정되어 있는 국내와는 다른 곳에, 여자 혼자 여행가는 것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불안함이나 주위의 반대는 없었을까?

 

“혼자 여행가는 것은 자주 다녔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어요. 다만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이니까 국내 여행할 때보다 더 긴장감을 가지고, 조심하려고 했죠. 사실 제가 처음 터키에 간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여자 혼자 어떻게 거길 보내느냐 하면서 많이 걱정하셨어요. 대신 부모님은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어주셨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자 자유롭게 즐기되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제 행선지와 상황은 틈나는 대로 한국에 보고(?)했고요.”

 

운이 좋게도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그녀의 터키 여행. 터키에 다녀온 뒤에도 그녀는 캐나다와 베트남, 캄보디아와 태국을 여행하며 20대 전반부의 기억을 여행으로 채워나갔다고 한다.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 주위에서 많이 걱정하고, 또 여행지에서 문득 외로움이 밀려들 때가 있어요. 정말 벅찬 감동이 느껴지는 곳에서는 사랑하는 가족과, 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이 감정을 느꼈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혼자 여행을 계속하는 것은 나름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녀가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장점으로 꼽는 것은, 여행이 한국식 관광으로 변질되지 않는데 있다고 한다.

 

“패키지 관광이든 단체로 자유배낭여행을 하든, 또 혼자 여행을 떠나든 모든 게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 경험 상 단체로 여행을 가면 모두가 원하는 것을 맞추려다보니 머무르는 시간도 짧아지고, 그저 여행을 사진만 찍고 스쳐지나가듯이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혼자 떠나면 온전히 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여러 사람과 시간이나 취향을 맞출 필요 없이 내키는 대로 떠날 수 있어 편하기도 하고요. 살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메모를 남기거나 셔터를 누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매일 똑같이 살다보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순간이 되어버리죠. 그런데 혼자서 여행을 하다보면 그런 순간을 포착해 기록할 수 있어요. 설명하자니 구차해지는 개인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더라도 저에게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항상 남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느라 저 스스로도 제 자신을 못 챙길 때가 많은데, 혼자 여행을 하면서 저 스스로 자신을 존중해주는 시간을 갖는 거죠.”

 

덧붙여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장점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처음 혼자 떠났던 여행에서 알게 된 저의 몰랐던 모습처럼,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또 여행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정된 시간과 비용으로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도 하죠.”

 

혼자 여행을 다니며 진짜 어른이 돼간다는 그녀. 나 홀로 여행자 윤나래 씨는 다시 지도를 펼쳐든다.

 

“이제 사회에 나와 예전과 같이 오랜 시간 여행을 다니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휴가를 잘 활용해서 떠나야죠. 여행 사진 대부분이 셀카라는 아픔이 있지만 그래도 홀로 떠나는 여행은 매력이 넘쳐요. 여러분도 한번 떠나보세요. 혹시 알아요? 여러분이 몰랐던 자신이 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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