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록으로서의 구호, 그리고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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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서의 구호, 그리고 스토리텔링

이상헌, 이정은, 김소연, 엄수용



2016년 촛불집회의 발생 배경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였다. 일부언론에서 ‘재벌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특정재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보도로 시작된 이 사건은 같은 해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이 재단에, 민간인 최순실이 관여했다’는 보도와 최순실 딸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관련 사태까지 알려지면서 국민 모두의 중대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리고 JTBC 방송사에서 대통령 연설문자료와 관련된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는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과 권력이 일개 민간인에게 농락됐다는 사실에 모든 국민들은 분노하고 허탈했으며 이러한 민심은 광장의 촛불집회로 응집됐다.

2016년 촛불집회는 10월 29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2017년 4월 29일까지 총 23차의 집회로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 누적인원 1,600만 명이 참석한 촛불집회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이슈의 영향을 받았으며, 집회의 내용과 결과는 정치권과 당대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촛불집회가 생산한 기록으로서의 구호(口號)

그리고 집회 기간 동안에는 이 같은 영향을 주고 받은 많은 기록물들이 생산됐다. 생산된 이 기록물들은 집회를 촬영한 사진‧영상 등의 시청각 기록물과 시민과 단체에서 직접 제작한 손팻말, 배너(banner), 조형물 등의 형상기록물(박물)등이 있다. 특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대부분이 들고 있던 손 팻말에는 집회참가자들의 요구와 염원이 담긴 짧지만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구호(口號)가 쓰여 있었다.

“구호는 어떤 것이 그대로 될 것이라는 강력하고 긍정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진술.”이며, 짧지만 절대적인 강력함을 지녔으며, 특정 집단의 부정적 경향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구호’가 짧지만, 집단이나 특수상황에서 강한 전파성을 지니며, 그 자체로 파급력이 상당한 특성을 지닌 언어임을 드러내는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구호는 당 시대 사회구성원들의 요구와 염원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이러한 구호의 파급력과 당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기호로서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본 절에서는 2016년 촛불집회 ‘구호’(구호가 담겨져 있는 물리적 생산물을 포함)를 당대의 사회구성원들이 생산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기록물로 정의하고 있다.


촛불을 건네는 시민들의 손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6년 촛불집회) 구호(口號)의 스토리텔링

2016년 촛불집회의 구호를 집회시기별로 살펴보면, 1차(2016년 10월 29일)에서 2차(11월5일)시기에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등으로 시작한 구호는 3차(11월12일)에서 4차(11월19일)로 진행되면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 퇴진‘등으로 구호에 담긴 요구와 함의가 ’적극적이고 구체화‘ 되었다. 이들 구호는 5차(11월26일)에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정‘때까지 국회의 탄액안 결정등과 같은 주변의 정치,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주고, 또 받으며 변화했다. 그리고  분노속에서도  ’박근혜 그만두유‘, ’이번엔 마늘주사, 헬조선이 아니라 고조선‘,등의 해학과 위트를 포함하며 ’구체적이고 광범위‘해 졌다.

이러한 2016년 촛불집회 구호의 변화는 해당 집회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구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집회참여자들의 공통적 인식과 요구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시기별 집회 때 등장한 참가자들의 구호의 변화에 따라 정치권의 반응은 달라졌다. 그리고 이 같은 집회를 둘러 싼 주변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하는 구호를 통해, 우리는 당대의 민심과 향후에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사회적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의 촛불집회의 구호에는 과거 집회의 구호에서 찾기 힘들었던, ‘공감’이라는 스토리텔링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과거에 비해 보다 더 많은 이들을 집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발휘했다. 대한민국 개국이후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에 전 국민적 지지가 집중되었고, 이 같은 국민적 공감과 지지는 기존의 집회참여에 소극적이던 일반시민들까지 자발적인 적극참여의 주체로 활약하게 했다.


마무리하며...

2016년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정치권력과 사회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집회 내내 구호를 통한 소통이 이루어졌고, 그 소통은 기록물서의 새로운 구호를 끊임없이 생산했다. 기록은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 과정에서 생산되거나 입수되어 해당 활동에 대한 미래 참조용 증거로서, 당대의 기억으로서보존되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나 정보이다. 2016년 촛불집회 기간 생산된 기록물서의 구호는 짧으나, 민심을 정직하게 반영한 정수였다. 또한 대한민국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의 이슈를 규정하고 있는 서사적 상징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이었다. 촛불집회의 결과물은 집회참가자뿐 아니라, 전 국민이 요청한 함의였으며, 그 이야기였다.

여기서 우리는  구호가 기록물의 한 형태로 2016년 촛불집회의 민심을 이야기로 구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으며, 향후 구호를 기록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언하고 있다.


※ 본 칼럼은 「기록물로서의 구호(口號)의 변화를 통해 본 2016년 촛불집회의 스토리텔링 연구」 논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또한, 해당 연구는 2017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정보.기록학과 '기록의 활용과 스토리텔링'(배은경 연구교수) 수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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