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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행복이 참교육의 출발이라는 믿음을 실천하는 윤지희

학생들의 행복이 참교육의 출발이라는 믿음을 실천하는 윤지희

얼마 전 부장검사 아들의 시험 답안지를 담임 선생님이 대신 작성해주고 현직 교사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위장 전입시킨 사례들이 드러나 우리 교육의 현장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다시금 느끼게 했다. 교육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허다한 교육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교육정책들이 입안되고 실행되고 폐기되는 부침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다른 부문과 달리 교육부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교육문제에 관한 한 백약이 무효라는 자조 섞인 우려가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떠도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교육운동을 해 온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를 만나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교육개혁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연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4대 개혁입법 중 하나인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사학재단들이 “사유재산 침해다, 차라리 학교 문을 닫겠다.”며 극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을 화제로 만남은 시작됐다.
“사립학교 재단 측의 그런 태도는 사립학교가 그동안 얼마나 교육의 공공성을 도외시 하고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개인의 소유물처럼 운영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80년 이후 자기 자본으로 출발한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그 이전에 설립된 대부분의 사학재단의 자기자본 투자는 지극히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해방 이후 중등교육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으나 국가가 돈이 없어 사립학교에 온갖 혜택을 주면서 학교를 세웠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극소수의 자립형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학교 운영비의 98%를 국고 지원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즉 재단 전입금이 평균적으로 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인가?
우리 사회에서 사립학교는 초중등교육의 45%, 대학교육의 80%를 담당하고 있어 공교육에서 차지하는 그 비중이 대단히 높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의 운영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며 그는 말을 이었다.
“교육청의 제재나 감독 수준이 차이가 납니다. 사립학교에 국가가 지원금을 주고는 있으나 운영에 문제가 있어도 통제하기가 힘듭니다. 학생들 때문이지요. 대부분 배정을 받아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학업에 지장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사립학교는 교육청의 관리·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지요.”
교사를 뽑을 때도 국공립학교는 임용고시 합격자를 채용하지만,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자격에 대한 검증도 없이 재단에서 자의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96년부터 국공립학교에서는 교장, 교사 대표, 학부모 대표, 지역 인사로 이뤄지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심의기구로 활동하고 있어, 학교 교육에 관계된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운영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사립학교에서는 학운위가 2000년부터 자문기구로서만 운영되고 있어 여전히 재단 이사회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고 한다.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도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의 조건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도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자신의 안타까웠던 경험도 들려줬다.
“제 큰 딸이 다녔던 고등학교는 도서관에 책도 제대로 없고 심지어 쓰레기 봉투를 안 줘서 쓰레기가 굴러다닐 정도로 학교 환경이 아주 열악했어요. 그러나 재단 측은 투자는 하지 않고 강제로 보충수업을 실시하면서 불법 찬조금만 많이 걷었지요. 학부모 대표로 학운위에 참여하면서도 학교 재정 공개를 요구할 권한이 없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방도가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학교 재정을 파악했는데, 1년에 3억 원씩이나 재단에 비축을 하고 있더라구요.”

이것을 알게 된 한 학생이 교육청 게시판에 이런 상황을 올렸고 이를 괘씸하게 여긴 학교 측은 이 학생을 제적시켜 버렸다. 이에 대한 소송과 항의시위가 이어졌고 법원의 무효 처분으로 그 학생은 복학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선생님 한 분이 또 파면을 당했다. 결국 소송 끝에 그 선생님도 복직이 되었지만 2002년부터 2년 동안 이 과정을 겪으면서 사립학교가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도록 현재의 법제도가 오히려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만연된 사학의 부정과 부패 극복을 재단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만 맡기기에는 족벌체제로 이루어진 사학재단의 비리와 부패의 사슬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학부모나 여타 교육 주체가 학교운영에 참여하여 감시와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확신을 더 강하게 갖게 되었다고 한다.


 

법이 사학재단의 부정과 부패를 뒷받침해
이런 상황에서 시대적인 개혁과제의 하나로 사립학교를 개혁하기 위한 모임이 결성된 것은 우연한 일 아니다. 2000년 9월 21일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가 38개 시민단체의 참여 속에 발족되었다. 국민운동본부가 사학 개혁을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시한 법안의 주요 내용이 궁금했다.
“학교운영구조를 민주화 하고 부패방지를 제도화 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학운위를 국공립학교처럼 심의기구화 하자는 것, 재단 이사회의 1/3를 학운위에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구성하자는 것, 이사회와 학운위의 추천 위원으로 구성되는 교원채용위원회를 통해 교직원을 임용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자는 것, 사학재단의 비리 발견 시 주어지는 계고기간을 없애자는 것, 비리 인사의 임원 복귀 불가능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자는 것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무엇이 그를 교육운동의 한 길에 머무르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특히 93년에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교육문제는 제 생활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학부모로서 교육운동을 시작한 것이죠. 활동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어요, 이전 활동은 당위성이 강했거든요.”
교육분야에 관심을 갖기 전에 무엇을 했기에 ‘당위성’을 언급했을까? 79년에 대학에 들어간 그는 사회과학 공부를 하면서 인식의 변화 과정을 거쳤고 마침내 82년에는 시위를 주도하여 교도소에서 1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출소 후에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삶을 살기 위해 인천에서 전자회사와 봉제공장을 다녔으나,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그도 여의치 않았다. 결혼을 하고 큰 아이가 태어났지만 운동의 일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아이를 종일반에 맡기고 민중당 활동을 했다고 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첫 아이 때와는 달리 활동하기가 너무 어려워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눈을 돌리면서 참교육학부모회(학부모회) 지부 활동을 시작했단다.

 

  학부모운동을 하면 자녀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교장이나 담임 선생님의 은근한 압력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억압과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시민운동 보다 더 어렵고 많은 결단을 필요로 하는 학부모운동에 뛰어들었던 이유를 “나를 추스르는 것은 할 수 있는데, 자식 앞에서 욕심을 버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나 혼자서 아이를 온전하게 자라도록 지켜내기 힘들 것 같아서, 서로 힘을 북돋워야 할 것 같아서 시작했습니다.” 라고 담담히 풀어냈다.
이기심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함께 실천하고자 하는 학부모회에서 그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을 2003년에는 정책위원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를 온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지난해에 그는 교육운동 10년을 성찰하면서 ‘교육과 시민사회’라는 포럼을 설립했다. “그동안의 문제의식을 집중해서 소규모의 정책포럼을 만들어 대안을 제시코자 시작한 일입니다. 아직까지 영향력은 없으나 교육운동도 전문화, 집중화가 필요하고 분화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회원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 큰 규모로 확장하지 않으려고 한단다. “그런 취지에 공감한 분들이 즉, 학부모 정체성을 가진 분, 교사, 시민, 교수 등 두루두루 모였습니다. 다양해서 단일안을 만들기가 어렵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현실적합한 합리적인 안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학생들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교육정책이 세워져야 하고 이를 실천해보겠다는 그는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두 아이가 잘 자라줘서 무척 고맙단다. 학부모운동을 했기에 이런 결과가 생긴 것 같다며 학부모운동의 건강성을 담담하게 내비쳤다.
현실적합한 대안을 제시코자
개혁세력이 집권하고 의회에서도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교육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여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교육개혁 입법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사회연구소가 전국의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해 10월 21일 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 60.6%가 ‘사학 비리 견제를 위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흔히 백년대계를 가져야 한다는 교육현장을 좀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일은 경쟁과 생존 그리고 효율의 명령이나 정글의 논리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벗어나 온 우주의 뭇 생명과 사람에 대해 따뜻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초석일 것이다. 이런 삶이 결코 완전히 이루어질 수 없다 할지라도 그것이 한갓 꿈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실현가능한 희망이라고 믿을만한 조그마한 근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윤지희 대표와 같은 사람들의 힘겨운 노력과 굴하지 않은 용기의 덕일 것이다.
그런 희생과 노력이 없다면 우리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그리움은 헛된 이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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