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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책 저런책] 괴물이 되어 버린 자본과 국가를 통제하라!

괴물이 되어 버린 자본과 국가를 통제하라! 

 

가라타니 고진, 조영일 옮김, 『세계공화국으로』(도서출판b, 2007)

 

글 황운성/ homelesskr@daum.net

 

 

 

 

1980년대 후반은 자본주의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시기였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무한증식을 그 목적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자본주의는 무역을 통한 부등가교환으로 자본증식의 목적을 달성해 왔다. 그러나 무역은 상품의 공간 이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거래 횟수, 즉 부등가 교환의 횟수에 제한이 주어진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자본주의가 금융거래를 통해 자본을 증식하는 단계로 변화하면서 자본은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IT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상용화로 자본의 순간이동이 가능해 지면서 더욱 가속화 되었다. 그 결과 2000년 세계 무역 총액이 8억 달러인데 반해 세계 통화거래액은 300조 달러에 달해 금융자본의 거래를 통한 부등가 교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1980년대 후반은 전 세계적 자본의 무한 증식을 막고 있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시기이기도 하다. 더 이상 외적 제약이 없는 자본의 무한증식 욕망은 날개를 달고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논리를 전 세계에 퍼뜨리며 종횡무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 이후 전 세계의 모든 부는 제3세계에서 몇 몇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그리고 그 국가 내의 일부 금융자본가들의 손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 그 결과 2000년 초반에 20대 80으로 지칭되던 사회는 10대 90 사회로의 전환 없이 순식간에 1대 99사회로 재편되었다. 수백억 원씩 연봉을 챙겨가는 일부 가진 자들의 돈 잔치는 계속되었고 그만큼 민중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20여년 이상 지속된 금융자본주의의 광풍 속에 민중들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 1999년 시애틀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시위를 필두로 반자본주의 시위도 세계적으로 조직되었고, 2011년에는 성난 민중들이 금융자본주의의 심장인 월가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아직도 금융자본주의는 강건해 보이지만 그 날카로운 예봉은 많이 꺽인 상황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워진다고 했듯이 폭력적 세계화는 어쩌면 자본주의의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힘을 얻으며 퍼져갔다. 

 

이제 반인간적 자본주의 체제를 거두고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대한 전망은 이념 속에서만 생성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전망으로 누군가는 착한 자본주의를 제시하고, 누구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또 다른 사람들은 협동조합과 공동체를 주장한다. 이러한 대안적 전망들은 모두 필요하고 부분적으로 타당해 보이기는 하나 새로운 이념으로서 따르기에 이론적 체계가 부족한 듯 보인다.  

 

이러한 지적 혼돈의 상황에서 가라타니 고진의 책 ‘세계공화국으로’는 자본주의 이후 전망에 이론적 힘을 불어 넣어준다. 고진은 현재의 자본주의 국가를 자본=네이션=국가의 통합체로 정의하고 이를 넘어서는 길, 즉 세계공화국 건설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자본제 사회구성체의 구도> _##]

 

그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가장 체계적으로 분석 비판한 마르크스의 생산양식 이론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인류 역사의 변천을 마르크스가 주장한  생산양식이 아닌 교환양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고진은 모든 인류사회에는 호수(互酬)적 교환과 약탈과 재분배적 교환 그리고 상품교환이 혼재되어 있지만, 각 사회마다 지배적인 교환양식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원시사회에서는 증여와 답례에 의한 호수(互酬)적 교환이, 국가사회(노예제, 아시아적 제국, 봉건국가 등)에서는 약탈과 재분배적 교환이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교환이 지배적 교환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교환양식에 의한 사회의 변천은 중심과 주변의 중간지대인 아주변에서 시작해 확산되어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역사의 흐름을 분석하여 자본주의가 자본=네이션=국가의 보로메오의 매듭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고 자본과 국가 그리고 네이션의 본질을 분석한다. 그러면서 매듭의 한 요소의 지양만으로 자본주의가 극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

 

고진은 특히 이 매듭의 요소 중에서 국가의 분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는 자본주의 극복의 마지막 단계가 국가의 지양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국가가 공동체의 발전과정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더불어 한 공동체가 국가로 전환되면 주변의 공동체는 국가에 정복당하거나 혹은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대항하는 체제가 성립되어 국가가 세계적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국가는 한 번 형성되면 자립성을 갖고 스스로 강화되려고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그 확대와 자율적 강화의 속성 때문에 내부에서 계급을 소멸한다고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외부에서도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는 각국에서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일어나고 또 위로부터 각국이 국제연합에 주권을 양도하여 세계공화국을 형성함으로써 폐기가 가능하며 이로써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결론 맺는다. 

 

‘세계공화국으로’는 보기 드물게 작은 책 안에 거대이론을 담고 있다. 이에 이 책만으로 고진의 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세계공화국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실현 가능한 지에 대한 설명은 매우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책 안에는 세계를 하나의 이론으로 체계화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그의 사상이 응축되어 있어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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