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 시대 읽기

분단은 고통이다 사진가 노순택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노순택(36)은 유명인사입니다. 아마도 이 곳 주민들이 알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그이 뿐일 것입니다. 자신들의 얼굴을 전국에 알려주는 것도 모자라 요즘은 같은 동네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칩니다. 얼마 전 동네에 사진관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100가구도 채 안되는 촌 동네에 왠 사진관? 사진가 노순택은 왜 이곳에 살면서 사진관을 연 것일까요?


대추리는 평택에 위치한 K-2 미군기지 바로 옆동네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재배치로 인한 기지 확장 부지로 선택된 곳이 바로 대추리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오래전 평택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강제이주 당해 대추리에 정착했고 다시 그 자리에서 뿌리 뽑힐 위기에 처한 사람들입니다.


노순택은 이곳을 방문한 후로 큰 마음의 부담을 느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주한미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기록 작업을 해왔지만 이곳은 가끔 한두 번 와보고 말 그런 곳이 아니었던 것이죠. 동화작가인 아내에게 의사를 물었습니다. “나 확실하게 기록하고 싶어.” 의외로 대답은 명쾌했습니다. “함께 갈까?”


그는 지난 1월부로 대추리의 주민이 됐습니다. 국방부와 한국토지공사의 압력으로 하나 둘씩 빈집이 늘어갔지만 새로운 젊은 입주자들이 생겨났습니다. 노순택도 그 중 한명입니다. 지난해부터 가족들과 여러 번 방문했던지라 그의 딸 노을이도 전혀 낯설어 하지 않는답니다.
“이제 주민들의 기록을 하나하나 정직하게 기록할 참입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싸움이 어떻게 결판날지 몰라도 기록만은 남겠지요.”


굉장히 패기로운 젊은 기록자의 말투지만 사진가 노순택은 사실 그리 외향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으며 술도 마시지 않습니다. 모임 자리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파인더를 통해 보는 세상은 녹녹치 않습니다. 광화문에서 미국을 지지하고 현 정권을 타도하자고 외치는 우익들의 집회장에서 깃을 빳빳하게 세운 전 해병대 출신의 중년들을 강렬하게 포착합니다.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그들의 늠름한 의지가 사진에서 엿보입니다. 하지만 노순택은 이런 집회장에서 한국의 분단이 가져온 ‘블랙코미디’를 수집하고 있었던 겁니다.


분단을 반대하고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단호한 당파성을 지녔지만 그의 작품은 직설적이지 않으며 많은 복선을 깔고 있습니다. 즉 한번 더 사진을 봐야 작가의 의도가 읽힙니다. 그 때문인지 노순택의 사진은 우익 사이트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불펌(인터넷에서 자료를 올린 사람의 허락없이 딴 곳으로 옮기는 행위)에 무단도용이지만 분단의 블랙코미디와 아이러니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순택의 사진세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반미’라는 주제는 그의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1년 미군에게 살해된 윤금이 씨 사건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 대학학보사 사진기자 신분으로 취재하러 광화문에 갔다가 아예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사진이 모 일간지에 실립니다. 모두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얽힌 인연이었습니다. 졸업 후 <오마이뉴스>와 같은 몇몇 매체의 사진기자를 거쳐 지금은 오직 다큐멘터리 사진만을 천착하는 전업 작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매향리의 미군사격장 문제와 2002년 미군의 장갑차에 희생당한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탁월한 사진 이미지로 기록해 주목받는 젊은 사진가로 기억됐습니다. 이제 거리와 집회현장에서 스쳐 지나가는 반미 풍경의 기록자에서 분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많은 다큐 사진가들이 떠나 버린 사회다큐멘터리 분야에서 더욱 힘차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순택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집니다.


그의 사진은 http://nohst.simspace.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상엽
다큐멘터리사진가로 웹진 이미지프레스 http://imagepress.net의 대표로 있다.
『실크로드 탐사』(생각의 나무), 『그 곳에 가면 우리가 잊어버린 표정이 있다』(동녘)등을 썼고,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청어람미디어)등을 기획하고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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