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 시대 읽기

코소보에서 왕십리로 정규현

지난 15년 동안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면서 많은 주변 사진가들에게 자극을 받았습니다. 사진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선배 사진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고, 사진이 조금 지겨워지던 시기부터는 후배 사진가들에게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런 후배 사진가 중에 정규현 씨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그랑제콜인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포토저널리즘을 전공한 정 씨는 코소보 전쟁을 비롯해 북한의 탈북자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다큐 사진을 제작했습니다. 그 사진들은 우리가 알만한 매체인 <리베라시옹>과 <누벨옵세를바퇴르>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파리마치>에 실리기로 했던 기사가 정치적인 문제로 제외됐습니다. 처음에는 내 사진이 모자라 그런 것인가 낙담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편집장이 뻬르삐뇽 사진페스티벌(세계적인 포토저널리즘-다큐멘터리사진 페스티벌)에 30장을 전시할 수 있는 단독전시를 추천해 줬습니다. 새옹지마라 할까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 정 씨의 사진은 꽤나 큰 변화를 합니다. 정통스타일의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조금 더 넓은 의미의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는 다큐먼트(기록) 사진으로 변합니다.


“국립장식미술학교를 다니던 2002년 봄에 이집트에 갔다가 거대한 영화 세트장을 봤습니다. 하도 낡고 밭 옆에는 나귀도 있어 이제는 농사를 짓나 보다 했는데, 그도 세트의 일부라더군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그동안 가져왔던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현재 왕십리, 길음동 등 뉴타운 개발 지구에서 주민들과 일회용 카메라로 지역의 모습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3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진가의 개인적인 세계관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진적인 성격이 강한 다큐멘트-아카이브 형식의 사진들입니다. 그는 이런 사진들을 도록으로 만들고 시디롬으로 제작해 각 구청이 소장하게 할 예정입니다. 해당 지역의 사진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8X10인치 대형 카메라로 평범한 한국인의 얼굴을 기록하고 싶답니다.
여러모로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는 사진가입니다.


이상엽 inpho@naver.com
다큐멘터리사진가로 웹진 이미지프레스 http://imagepress.net의 대표.
『실크로드 탐사』(생각의 나무), 『그 곳에 가면 우리가 잊어버린 표정이 있다』(동녘) 등을 썼고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청어람미디어) 등을 기획하고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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