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 시대 읽기

우리나라

민중가요-노래운동 진영에서 ‘노래패’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노래패’는 민중가요 문화의 창조자이면서 수용자이고, 노래하는 사람과 노래를 만드는 사람, 반주하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이 섞여있는 공동체의 느낌이 살아있는 말이기도 하다. 민중가요문화에서 노래패가 중요한 이유는 집단성을 강조하던 전통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혼자 듣고 감상하기보다 함께 노래하는 것을 보다 더 중시해온 민중가요 문화의 전통에서 노래패는 가장 중요한 기본 단위로 인식되어왔다. 그래서 민중가요문화가 시작된 70년대 말의 대학가 노래모임부터 최초의 사회 노래모임 ‘새벽’,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꽃다지’ 등 수많은 전문 노래패들이 민중가요 진영의 주요한 흐름들을 만들어 왔다.


 

최근 개인 가수나 밴드의 영역이 커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민중가요의 주요 수용자 층이라 볼 수 있는 노래모임의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전문 노래패의 활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노래패라는 틀은 몇 가지 점에서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가수, 연주, 기획 등 꽤 많은 구성원으로 팀을 이루다보니 팀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가창에서도 성부에 따른 역할 구분이 뚜렷한 합창-중창 팀이 아니라서 적절한 개개인의 어울림을 만들어가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최근 전문 노래패의 성원이 단촐 해지고 그야말로 소수정예로 활동을 해나가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돋보이는 활동을 보이는 팀이 바로 ‘우리나라’다.


전형에서 벗어난 다양함으로
주로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발표하며 등장한 ‘우리나라’는 작품과 활동에서 다른 노래 팀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희망새’나 ‘조국과 청춘’의 초기 노래들, 그 외 대학 연합 노래패들도 비슷한 성향의 노래들을 발표하고 활동을 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2년 광화문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여중생 사망사건, 반전운동 등 새롭게 대중화되어 폭넓어진 반미·반전운동과 만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려나간다. 일단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새 노래들을 발표한 점이 돋보인다. 민중가요가 더 이상 악보, 노래책으로 유통되지 않고 녹음된 음악파일 형태로 노래를 전파하는, 변화된 수용방식을 잘 읽어낸 결과다. 이것은 높은 작품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백자를 비롯한 많은 내부 창작자들과 한기룡이라는 전문 편곡자 그리고 신희준을 비롯한 외부 연주자들이 결합되면서 팀의 효과적인 창작구조를 만든 점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달리 돋보이는 점은 소극장 공연에서 연대 노천극장 같은 대규모 공연까지 기획공연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이다. 현장 초청공연과 더불어 노래 팀 활동양식의 양대 축인 기획공연은 지금까지 노래 팀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해왔던 부분이다. 정기적으로 극장에서 작품을 올린다는 점은 음악적 기량을 향상시키고 고정적인 팬 층의 정서를 읽는 데 도움이 된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 더해 개인 가수들의 독집 음반을 차례로 발매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일단 소속 가수들의 독집을 낸다는 것은 개인 가수들의 개성을 부각시키면서 노래 팀에서 부족한 지점 -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목소리가 잘 드러나게 하는 지점 - 을 메운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4장의 정규 음반을 발매한 ‘우리나라’는 조금은 틀에 짜인 미디반주에 민중가요의 전형적인 음악적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적 양식과 말하고자 하는내용을 잘 조율하며 음악적인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4장의 정규 음반과 주제 음반 2장, 인터넷으로 발표한 신곡들을 모은 2장짜리 음반 <우리나라 세상이야기>, 여기에 소속 가수들의 개인 음반 3장을 합치면 그야말로 짧은 기간동안 엄청난 작품 생산과 활동을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왕성한 활동 뒤에 보이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에 매 시기 특정 이슈를 따라가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는 그때그때 필요한 노래로 할 말을 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될 것이나 한편으로는 노래가 가지는 울림을 약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균형을 잘 유지한다면 계속 ‘우리나라’의 강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매된 소속 가수의 음반에서 개개인의 개성이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 역시 아쉽지만 이 역시 조금 멀리 본다면 차츰 자리를 잡으리라는 생각이다.

 

선후배가 함께 어우러지는 꿈
2000년에 팀을 창단해 4년 남짓한 세월 동안 새롭게 민중가요진영의 대표적인 노래패로 떠오른 우리나라의 왕성한 활동은 90년대 들어서며 조금은 혼란스러웠던 민중가요의 흐름을 볼 때 더욱 돋보인다.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팀들과 개인들이 모여 민중가요 진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꿈을 꿔본다.
노래극 <공장의 불빛> 재발매를 맞아 새삼 김민기의 노래를 조명하는 한 방송사의 다큐를 보며, 그 이전의 선배들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는 후배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그려본다. 아직도 이른가? 그렇다면 얼마나 더 가야 할까?



<유 인 혁>
유인혁이라는 이름으로 <바위처럼><우산><노래만큼 좋은 세상><이 길의 전부>등의 노래를 만들었다. 희망의 노래 꽃다지 음악감독을 지냈고 2000년부터는 유정고밴드에서 활동했다. 음악작업을 하는 틈틈이 노래에 대한 글을 연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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