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 시대 읽기

자립음악가 회기동 단편선 - 세상의 게으름을 위하여




단편선은 약속시간에 항상 늦는다. 토요일마다 하는‘우쿠렐레 강습’시간에는 대놓고 10분씩 늦는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 약속 시간에도 그는 늦게 나타났다. 조금 늦겠다는 전화가 먼저 왔다. 일정에 맞춰서 바쁘게 가고 있던 발이 한가로워졌다. 빨리 뛰던 발에 따라 숨도 가벼워졌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인터뷰 전 답지 않게 마음이 가벼웠다. 늦는다고 했으니 기다리지 않고 당당하게 커피 마시며 여유롭게 담배도 피웠다. 그는 우쿨렐레 강습생들에게 늦는다고 한 뒤 덧붙였다. 약속 늦는다고 마음 졸이지 마라. 단편선은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에 재학 중이다. 그런데 언제 졸업할지 모르겠다. 학교 공부보다는 노래 부르는 데 열심이다. 노래 짓고 기타를 항상메고 다니는 그는 주로 길거리에 있다. 전태일 다리의 동상 앞에서 하는 음악회라든지, 마포 재개발 지역에서‘즐겁게’ 투쟁하는 두리반에서라든지. 물론 지붕 있는 곳에서도 노래를 한다. 홍대 클럽에 무대가 마련되면 달려간다. 그는 포크음악을 한다. 스스로를‘자립음악가’라 부른다. 길에 있지만 그의 음악은 직접적이지 않다. 가장 정치적으 로 보이는‘삼성을 생각한다’의 가사 내용은 이렇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 중 한 아이가 삼성에 취직했다. 양복깃의 뱃
지‘SAMSUNG’이 반짝 빛난다. 같은 방향이라서 한 잔 먹자며 편의점에서 캔을 사서 앉았다. 친구는 보험회사인 모양. 보험을 열심히 권한다. “보험이란 게 잘 몰랐는데/ 공부해보니까 정말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이게 또 복리에다가/ 비과세 혜택이 있어서/ 무조건 젊었을 때부터 드는 게 좋아/ 나도 지금 들어놓은 게 한두 개가 아니야(…) 어쨌든 친구가 생각해줘서 기쁘고/ 그런데 정말 세상에 너도 좋고 나도 좋은게 있단 말야?/ 친구는 확신하는데/ 나는 아직 여자도 없고/ 자식도 없고/ 취직도 안 했고/ 기타만 치고 있고/ 나도 보험이 되나요?// 친구 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삼성을 생각한다”


베짱이 단편선 형성사

‘자립음악가’라는 단어는 미래도 담긴 말이다. 만으로 25살 단편선의 노래가 객기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말이기도 하다. 자립음악가 단편선은‘길거리’에 있지만‘투쟁’에 열심이기보다는‘삶’에 열심이다. 그리고 여유롭다. 잡지에 음악평을 기고하고, 공연을 다니고, 한참 바쁠 때는 매일 회의가 있지만 그는 여유롭다.‘ 베짱이 단편선’형성사를 살펴보자. 단편선이 언제부터‘여유로움’을 몸에 익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남다른 여유를 지녔다는 것을 볼 수 있는‘단편’들은 있다. 비교적 자유로운‘사립고’를 다녔던 그는, 1학년 때는 컴퓨터음악을 했 다. 피아노는 어린 시절부터 쳤다. 클래식 음악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한테도 음악 하겠다고 말해놓았었다.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음악 안 하련다”고 말했다. 모던록을 좋아하고 좋은 가사가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실용음악과는 가기 싫었다. 그러고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러고 나니 성적이 쑥 올라 있었다. 고3 때 기타를 들었다.“ 사실은 엄밀한 화성악을 공부 안해도 만들 수 있어서 기타를 쳤어요. 전략적으로 생각했다기보다는
심심했죠.”아버지가 갖고 있는 기타였다.“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고2 때부터 일주일에 술을 세 번은 마시는 노는 애였거든요. 고3이 되니까 피하고 싶었던 거겠죠.”.”대학에 들어가서는 사람들과 놀고 싶어서 과대표를 했고 과대표를 하다 보니까 학생회에‘스카우트’당했다. 하지만
노는 것과 멀어질 때는 단호했다. 어느날 인가, 소풍 가자고 한 학생회 선배가 데리고 간 곳이 메이데이 집회일. 학생회장과 대판 싸웠다. 지금 생각하면‘포섭’일텐데, 선배가‘공산주의’를 공부하자고 했다. 공부하는 건 좋아서, 공부했다. 대학교 3학년 때는 학생회장을 했다.“ 후배들하고 짱 재밌게 지낼 수 있겠구나”라고도 생각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롤링스톤즈에서 데뷔했다. 한 달간 합숙훈련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대학교 3학년 크리스마스 때 춘천‘올로케’로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2박3일이 촬영 일정. 정작 찍은 시간은네댓 시간. 나머지 시간은 화투 치고 술 먹었다. 군대 가기(2007년 3월 23일 입대) 일주일 전 앨범도 발매했다. <황무지> <까마귀떼> <청바지> 열 몇 곡이 들어 있다. 앨범 제목은 <스무살 도시의 밤>.“ 스물세살때였으니, 기만적인 제목이었죠. 스무 살이 간지 나잖아요.”대중 앞에 서는음악가는적어도한가지는있어야한다고생각한다‘. 간지’. 군대에서도‘학습’을 했다. 푸코, 들뢰즈, 지젝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제대하고 나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콘서트와 예술캠프를 기획했다. 2009년 시작된 두리반의 재개발 저지 투쟁이 손짓해서 2010년 초부터는 두리반에서 죽돌이로 지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길거리에 있었다. 그의 주위의 것들이 자꾸자꾸 커지기만 했다. 두리반 금요음악회기획 일을 맡아서했다. 2010년 메이데이를 기념해,“ 50밴드 정도 부를까, 한번 크게 놀아보자”고 이리저리 연락했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참석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정말 커지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었다.“ 인간의 기본은‘응답 가능성’책임을 지는 게 아닐까요?”무슨말인지 모호하지만, 책임을 졌다는 말이겠다, 인간적으로. 2010년 초 <요새 젊은것들>도 냈다. 작은 출판사(자리 펴냄)에서 나왔는데 꽤 나갔다. 찍은 3천부는 다 나갔다. 공동저자들이 빵구를 내고 자리를 비우는 통에 뒤처리를 해야 했다. 이것 또한‘인간의 기본 조건, 응답 가능성 책임’이겠다.


세상 모든 이의 게으름을 위해 일하는 베짱이

‘예년’에 못지않아야 하니, 메이데이 전전날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공간’을 생각한다“. 재개발로 인해 월세가 올라가면서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순환의 고리가 깨졌어요.”4월28일~29 일 걷고 싶은 거리의 공연에는‘사운드 데모’와‘홍대 앞 재개발 포럼’이 있다. 이때 음악가들의 자립을 위한 협동조합인‘생산자 협동조합’발족식도 열린다. ‘생산자 협동조합’은 그‘인간적 책임감’으로 꿈꾸는 새로운 공간이다. 찌질이, 잉여, 실직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가는 곳은 가난한 동네다. 한 대학교 방치된 곳에‘클럽대공분실’을 만들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보증금을 만들어 나올 계획이다. 그는 어떻게 돈을 벌까 고민이다.“ 시장의 나를 어떤 식으로 팔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본주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아나키도 아니고, 인정할밖에요. 생활협동조합은 상호부조예요. 서로의 리스크를 줄여 음반을 만들고 유통합니다. 50만원은 당장 없지만 5만원은 있으니까요. 음반을 만들어서 1천 장, 2천 장 팔아야 한다면 슬퍼지겠죠.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팔리는 것 보다 만든다는 게 중요해집니다.” 1년에 한 번씩 작업을 정산하고, 주위의 지인에게 강매든, 팬들한테 팔든 500장을 팔면, 음반과 공연 수익 그리고 알바를한다든지 해서, 다 합치면 총수입이 최저생계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이리저리 하다 보니‘베짱이’는‘일하는 베짱이’가 되었다. 연이은
공연들을 치러낸다. 금요일 두리반 칼국수 음악회 공연, 토요일 청소년 아수나로의 수능 폐지, 체벌 금지 등등의 집회 공연, 일요일 병역거부자‘날맹’을 위한 후원 공연. 또 살롱 바다비에서는‘순진한 낭독회’공연을 한다. 일본 지진 추모 및 핵발전 반대 공연 기획으로 정신없다. 프레시안 원고도 쓰고, 잡지 <GQ> 원고도 쓴다. 그리고 틈틈이 음악 실험도 한다‘. 획기적으로 음질을 다운시키는’음반을 계획 중이다. 카세트테이프를 구했고 그것을 컴퓨터와 연결해‘로우파이’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단편선의 계획은 자신의 게으름이기보다 세상 모든 이의 게으름을 위한 것인 듯하다.‘ 우쿨렐레 강습’의 목표는 첫째 아마추어 같은 아마추어 만들기,“ 사람들이 생활 가까이에서 음악을 즐겼으면 좋겠다” 는 취지다. 그리고 둘째 게으르게 하기다. 우쿨렐레를 울려보라. 얼마나 나른한가. 그의 우쿨렐레 강연은 홍대입구역 롯데시네마 뒤의‘룰루랄라’에 있다. 두리반에서 100걸음 정도 떨어진 곳이다. 무엇보다 그는‘몸관리‘를 해야 한다. 공연에서 카리스마를 뽐내야 하고, 간지가 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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