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이야기]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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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

글 오예지 vitalbise@gmail.com



어느 날, 깨끗한 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기름값 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면? 물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은 이런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런 미래가 온다면 인간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물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넘쳐날 것이고, 아우성은 점점 포악해져서 우리의 주변은 온갖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생지옥이 될지도 모른다.

조금은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물은 그만큼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고갈되어 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누군가가 우리의 ‘물 마실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Flow”는 물에 관해 무관심한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물”이 “금”보다, 혹은 “석유”보다 중요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만 하는 “물 마실 권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들을 이번 다큐멘터리와 함께 따라가 보자.

지구의 동맥, 순환하는 물

물 오염과 고갈의 문제는 사실상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등한시 되어온 문제가 또한 “물”의 문제이다. 우리는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이 콸콸 쏟아지는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물의 중요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 물 공급과 상하수 처리는 정부가 알아서 통제하고 있기에, 물은 원하는 만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마시고 있는 물은 얼마나 안전한 것일까? 2006년 “괴물”이라는 영화에서도 소재를 삼았듯이, 우리가 마시는 물 안에는 수많은 화학약품, 산업폐기물, 배설물 등 온갖 오물들이 침투해 있고, 우리가 오염시킨 물은 결국 우리의 몸을 오염시키며 병들게 하고 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는 물로 인한 질병들이 수 없이 발생하는데, 물은 결국 순환하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의 사건이 결국은 “우리”의 문제, “나”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물 민영화의 일그러진 얼굴

그렇다면, 그 동안 정부가 제대로 관리해내지 못한 ‘물’을 거대 기업이라면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여기 지난 8년간 물 민영화의 실체를 몸소 겪은 볼리비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볼리비아는 1999년 세계은행(World Bank)에 의해서 물 분야 민영화가 실시되었다. 사기업이 물 산업을 장악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깨끗한 물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의 삶이 말할 수 없이 비참해 졌다는 것이다. 5세 이하의 어린이 10명중의 1명이 대부분 깨끗한 마실 물이 없어서 사망해야 했고,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흐르는 강은 그 악취로 인해서 매립되어야만 했다. 이로 인한 볼리비아의 “물 전쟁(Water War)”은 볼리비아는 물 민영화 이후 8년만인 2007년 물 민영화를 취소하면서 평화를 되찾는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물” 기업이 3개가 있는데, 이들의 출발점은 기이하게도 “은행”이었다. 은행에 의해서 설립된 이 거대 물 기업들의 관심은, “모든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블루 골드(Blue Gold)”의 저자 모드 발로(Maude Barlow)는 이렇게 전한다. “투자자들을 위해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모든 사람들에게 질 높은 “물” 또는 보건, 교육 등을 공급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 기본적인 상식이죠.” 그렇다. 결국 사기업들은 시민들의 기본권과 복지 보다는 이익창출이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익창출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자세가 되어있다.

대안을 찾아서

정부에게도 기업에게도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맡길 수 없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깨끗한 물 마실 권리”를 침해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Andhra Pradesh) 주에서는, 한 해 동안 오염된 물로 인해 7,000명이 사망했었다. 그 이후, 안드라프라데시(Andhra Pradesh) 의 보미남파두(Bomminampadu)라는 도시에서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는데, 바로 ‘공동체 물 관리’ 시스템이다. 선임연구원 아쇼크 가드길(Ashok Gadgil)에 따르면, 사실상 오염된 물을 간단하게 정화하는 기술은 1920년대에 이미 발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단지 아무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지금 보미남파두(Bomminampadu) 마을에서는 이 기술을 이용해 마을 자체적으로 물을 관리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서 1년에 2달러면 모든 주민들이 하루에 10리터씩의 물을 이용할 수가 있다. 이는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생활을 하는 빈곤층에게도 지불 가능한 금액이며, 공동체 자체적으로는 이 비용을 통해서 지속적인 이윤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쇼크 가드길은 “역사적으로 국제사회의 원조는 정치, 경제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사용되어 왔다”라고 지적하면서, 자생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개발의 해결책의 하나로 이러한 마을공동체 운영의 물 관리 시스템을 제안한다.

‘물 고갈’ 문제와 ‘물을 소유할 권리’

‘물 오염’에 더해서 또 하나 중요한 이슈는 “물 고갈”문제이다. 물은 전통적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은 공공재로 여겨져 왔지만, 물 산업은 이미 석유, 전기를 뒤이어 3번째로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물 산업’의 성장과 ‘물 고갈’ 문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간단히 우리가 마시는 생수를 생각해보자. 이전에는 500원이면 한병의 물을 사 마실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고가의 물 브랜드 또한 존재한다. 이 물들은 그럼 어디서 온 것일까? 대표적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Nestle)의 경우 70개가 넘는 물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들은 이 물은 공짜로 퍼 올려서 물병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네슬레(Nestle)가 물을 끌어올리는 데는 약간의 기술과 도구가 필요할 뿐, 단 한 푼의 비용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연구에 따르면 병에 담아 파는 물과 수돗물의 질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생수병에서 더 많은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 것일까?! 결국 우리들은 병 속에 담긴 깨끗한 물이라는 잘못된 환상을 따라 비용을 지불하면서, 물 산업의 성장으로 인하여 심각한 물 고갈 문제를 겪는 동시에, 우리 현재와 미래의 기본권에 막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은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해준 선물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물이 누군가에 의해서 소유되고 착취되면서, 인간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Flow를 제작한 감독은 부모가 되면서, 자신이 어떤 미래를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또한 우리의 자녀들의 미래, 우리 공동체의 미래,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깨끗한 물 마실 권리”를 지켜낼 권리가 있다. 우리가 하루하루 정신 없이 살아가는 사건들 속에서, “물”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어쩌면 가장 시급하게 관심 가져야 할 문제라는 것을, 부끄럽게도 이제서야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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