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

“선생님 민주화가 뭐예요~?”

“선생님 민주화가 뭐예요~?”

어린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체험 소풍 ‘민주야, 소풍가자’ 현장을 가다

글 김남희/ knh08@kdemo.or.kr

 

  “가위~ 바위~ 보!” 

  까만 정장을 입고 근엄한 얼굴의 어른들만 지나다닐 것 같은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생경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어린이들이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게임과 퀴즈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어린이들은 서울형 혁신학교인 양천구 신은초등학교의 5학년 잎새반 친구들입니다.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 쬐던 5월 30일, 잎새반 친구들은 민주주의 현장체험 ‘민주야, 소풍가자’에 참여했습니다. 신나고 즐거운 소풍에 동행했습니다. 

신은초등학교 5학년 잎새반 학생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와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대표자를 뽑는 모습.

“다 같이 돌자, 국회 한바퀴~”

  “그거 진짜 금배지예요?” “국회의원이 금배지를 팔거나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요?” “천장에 왜 이렇게 등이 많아요?” 

국회의사당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그야말로 ‘호기심 천국’입니다. 이날 현장체험을 진행한 이현숙 전문 강사는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줍니다.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면 뒷면에 고유 일련번호가 적힌 진짜 금배지를 받고, 천장에 365개의 광천등을 켜는 것은 ‘365일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연신 “와~”하고 환호하며 눈을 빛냅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국회의원의 책임과 권리부터 다수결의 원리, 대의민주주의의 의미 등으로 확장됩니다. 국회의 활동과 정책현안, 입법 정보 등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는 국회방송과, 국회의 입법 및 국정심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국회도서관도 둘러봅니다. 이쯤 되면 웃고 장난치던 아이들의 표정도 제법 진지해집니다 

헌정기념관 의정체험관에서 일일 국회의원이 되어 법률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  

  국회의사당 코스의 핵심은 단연 모의국회 체험입니다. 헌정기념관에는 국회의 역사와 기능 및 권한에 관련된 여러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데요, 아이들이 직접 일일 국회의원이 되어볼 수 있는 의정체험관도 있습니다. 

  “유은빈 의원입니다. 본 의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법률안에 반대하고자 합니다.”

  용기 있게 발표를 자원한 아이들이 단상에 나와 낭랑한 목소리로 ‘청소년 출입제한 구역설정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힙니다. 발표자의 의견을 들은 아이들은 신중히 생각을 한 뒤 의자 옆의 버튼을 누릅니다. 자동으로 투표결과가 집계되어 스크린에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날은 찬성 12표 대 반대 11표, 무효 2표로 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국회 잔디밭에서 ‘무릎 앉기’ 게임을 하고 있는 잎새반 아이들.

“아 무거워~”하며 엄살을 부리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점심식사 전에는 신나게 운동도 합니다. 드넓은 국회 잔디밭이 이날만은 모두 잎새반 친구들의 몫입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게임들이 독특합니다. 꼴지가 1위가 되는 ‘느리게 뛰기’나 동그랗게 둘러선 뒤 무릎을 구부려 서로의 의자가 되어주는 ‘무릎 앉기’ 등입니다. 이런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서로 협동하는 민주시민 의식을 키웁니다. 

  이현숙 강사는 “국회에서 경험한 내용을 아이들이 가정에서도 가족들과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응용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만난 아이들이 훗날 국회의원 같은 사회리더로 성장하겠죠. 그때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라, 밑을 향하는 리더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생생한 현장체험으로 미래의 ‘민주리더’ 키운다

  ‘민주야 소풍가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수도권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입니다. 어린이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랜드마크들을 찾아가며 자연스럽게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가치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올바른 비판의식과 토론 능력도 기릅니다. 

  국회 외에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이한열 기념관, 박종철 기념관 중 한 곳을 택해 방문합니다. 이때 6월 항쟁 등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시청각 자료도 상영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 그림 그리기나 퀴즈도 합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경성감옥’으로 불리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유관순, 안중근, 김구 등의 독립열사들이 당했던 고문에 대해 흥미롭게 듣고 있다.

  이날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역사 특집에도 나와 유명해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들렀습니다. 서대문형무소는 대한제국 말기, 일제에 의해 1908년 10월 경성감옥으로 개소되었습니다. 개소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근대식 감옥으로, 국권을 회복하고자 맞서 싸운 한국인을 저지하고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일제 강점기는 한국인에 대한 억압과 처벌의 장소로 이용되어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순국했으며, 광복 이후에는 독재정권에 의해 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이 수감되어 고난을 치렀습니다. 

  1908년부터 1987년까지 80여 년의 감옥 운영 기간 동안 식민 권력과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자유와 평화를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관람 내내 더 의젓한 표정입니다. 

  서대문형무소가 공원과 맞물린 하나의 여행코스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개관한 것은 1998년으로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형무소의 기능과 의미가 남다르고, 가벼운 구경거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준엄한 역사성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지요. 아이들은 옥사와 한센병사, 사형장 등을 두루 둘러봅니다. 옥고를 치른 선열들의 재판기록부터 수의 등 유품을 비롯해 일제의 만행을 담은 사진, 고문용 기구 등을 관람합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옥사를 관람중인 학생들. 

  아이들이 가장 흥미로워 한 것은 갖가지 고문기구들이 비치된 임시구금실과 고문실을 재현한 공간입니다. 몸을 거꾸로 매달고 코에 고춧가루 물을 붓는 고문, 손톱 아래로 뾰족한 나무를 찌르는 고문 등 그 잔혹함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아이들은 직접 벽장 고문을 체험해 보기도 합니다. 

  다른 건물에서 조금 동떨어진 곳에는 사형장도 있습니다. 1923년 지은 목조건물로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해 전국에 투옥된 애국지사들이 사형당한 장소입니다. 건물 안에는 열리고 닫히는 나무판 위에 교수형에 사용됐던 줄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나라를 살리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각오하신지 몰랐다.”, “일본인들이 참 악독하다.”, “죄도 안 지었는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고 고문당한 분들이 안쓰럽다.”, “나 같으면 고문당했을 때 다 말해버렸을 것 같다.” 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민주화운동사 관련 전시를 보며 메모를 하고 있는 어린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주관하는 한국현대사 전시회도 관람합니다. 리영희, 전태일, 박형규, 고은 등 민주투사들의 얼굴을 형상화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이들에 대한 정보도 제공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조화순 선생님은 살아 계시다는데? 만나볼까? 사인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며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로 사행시를 지으며 현장체험이 마무리됐습니다. 한 아이의 발표를 들어볼까요? 

  “민! 민주주의는 우리 스스로가,
  주! 주인으로써, 

   주! 주인의 할 일을 다하고, 

   의! 의견을 잘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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