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

[시민교육3] ‘제3회 시민교육박람회’ 참관기

[시민교육2] ‘제3회 시민교육박람회’ 참관기

관심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시민교육의 힘

 

김명수 마을배움@네트워크 판 운영위원

familysnow@daum.net

 

 

프랑스 영화 <은행털이와 아빠와 나>는 주인공 3인이 서로 손을 잡고 피레네 산맥을 걸어서 넘는 명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깊은 감동을 20년도 더 넘어서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제3회 시민교육박람회’에 참가하고서다.
박람회를 하는 동안 정신이 없었다. 박람회 일정 자체도 바쁘지만 여기저기 둘러보고 다녔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은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왔을지 무척 궁금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23팀의 전시 및 발표를 모두 소개한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풀뿌리시민활동 강화를 위한 활동가육성프로젝트 <조직하지 말고 네트워크 하자> 시민사회활동가들이 교육의 대상이다. 활동가들이 일에 매몰되다 보면 정작 현장과의 접촉이 줄어드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체험 위주로 과정을 짜고 진행했다.

 

●군포시 당동 청소년문화의집 인생나자작업장의 <문화로 마을을 ‘팔로잉’하라!>
마을의 재발견, 우리 집의 재발견, 내 마음의 보석상자, 고수들과의 수다라는 단위사업들을 진행하였다. 청소년들이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고민하게 했는데, 이런 활동들로 인해 마을의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 ‘일과 나눔’의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감 향상을 위한 자활인문학>
문학 읽기, 작문, 역사 등을 ‘일과 나눔’에서 일하는 분들이 스스로 공부해보는 프로젝트이다. 1년간의 활동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었다.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일수록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게 된다. 이런 부정적인 연쇄반응을 끊어버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 인문학 수업임을 보여주었다.

 

●서울시 마포구 <마을배움@네트워크 판> 여러 단체와 기관들의 시민교육 활동을 지역주민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마포구에는 많은 사회단체와 기관이 있지만, 실상 각자 자신들의 사업에 매몰되어 밖을 내다볼 겨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러 교육 및 강좌들을 공동으로 홍보하여 정보력이 약한 지역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갔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들에 더 많은 주민이 동참할 수 있었다. 


●부산광역시 노인종합복지관의 <실버세대 게임정보화 교육 1080우린한가족 e스포츠한마당> 조기 퇴직과 은퇴 후 역할상실로 많은 문제들에 직면한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정보화 욕구와 연계하여 고령친화형 문화 콘텐츠 게임을 노인 여가활동으로 제시한다. 실버세대와 부모, 손자녀의 게임대회를 주최했다.

 

●명지대학교 동아리 ‘Enactus’의 <해드림 프로젝트>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영정신을 함양하고자 한 프로그램이다.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가 바로 자존감과 자립심이 떨어지는 점이다. 이로 인해 타인과의 소통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연장자와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필요한 청소년기에 관계 형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해드림 프로젝트는 단순한 창업 경험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멘토링도 같이 진행하였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성대골 사람들의 <성대골절전소> 성대골절전소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먼저 마을 도서관을 만들고 활동을 한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모인 주민들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접하고, 에너지 과소비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원자력발전소 문제해결의 시작임을 깨닫고 절전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어떤 활동이건 우선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초록상상의 <십대 여성을 위한 거리상담 ‘달수다’> 저녁 늦은 시간에 길거리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간식과 상담을 제공하고 쉼터 연계와 성교육을 함으로써 위기 청소년 보호와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달수다를 접한 여학생이 본인의 친구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라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의 <청소년 법강좌 ‘청소년, 법을 탐하다’> 청소년의 목소리로 전하는 ‘청소년을 위한 법 사용설명서’를 만들었다. 어른들이 “너희는 몰라도 된다. 우리가 다 알아서 해준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런 보호가 세상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이해하여 제대로 된 가치관을 형성해 가야 하는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발달을 막고 있는 건 아닐까.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 시니어들이 지역사회 참여, 비영리단체 활동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해피시니어 프로젝트다. 이미 고령사회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지금, 제3섹터와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해피시니어’라는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고 있다.

 

●(사)경실련통일협회의 <2030 ‘평화’ 리더십체인지 과정 ‘콕스’> 2030세대가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라는 문제인식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조별활동이라는 요소를 첨가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통일과 평화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하였다. 개인이 잘 먹고 잘 살기라는 경제 문제가 바로 평화에 대한 문제와 동일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총, 균, 쇠』를 쓴 다이아몬드 교수가 자신의 저작 『문명의 붕괴』에서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용인평화센터 ‘참누리’의 <평화를 꿈꾸는 새솔 친구들> 용인과 거리가 있는 천안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용인이 인구는 많지만, 지역 활동은 아직 활발하지 않은 지역이어서 힘들었다.”는 관계자분의 말씀을 듣고, 참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주시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똑똑도서관’> 아파트 단지 내 이웃들의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광명시의 소하마을과 비슷한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사업을 억지로 진행하지 않는다.”라는 관계자의 설명에 편안하게 조용히 퍼지는 힘이 오히려 더 강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홍성군 ‘논배미’의 <논학교 밭학교> 박람회 발표시간에 인형극을 선보였는데, 정말 재미있어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논, 볍씨,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전혀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고양시민회의 <고양시민과 함께하는 2013 예산감시> 시정운영을 감시해야 할 권리가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실제로 의회방청 등의 활동을 통해 민주시민의 권리를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이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면 지방자치가 지금보다 더 제대로 작동하리라 생각한다.

 

●대전평화여성회의 <갈등해결과 평화교육 강사양성과정>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비폭력대화를 지역주민들에게 소개하여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쉼표하나> 글쓰기 교육을 통해 비정규노동자들의 내적 치유와 자존감 회복, 사회적 발언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가장 효과적인 인문학은 이런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느티나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협동사회경제로 대안적 마을공동체를 꿈꾸다>
현재 구리와 남양주 지역의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철도, 도로건설, 신도시 사업 등으로 인구가 많이 유입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생활을 뒷받침할 지역경제는 약한 편이다. 그렇기에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의료생협을 주민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다.


●올바른학교급식광주운동본부 외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의 <광주식생활 강사단 양성교육>
참가자와 같이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새로운 책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열정적인 교육가들이 인상적이었다.

 

●해오름 평생교육원의 <어린이 발달단계에 맞춘 예술교육 돌봄교사 양성과정> 지역아동센터, 방과후교실 등의 교사들에게 맞춘 프로그램이다. 내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공부방에도 소개해주고 싶다. “예술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제천 ‘별이 사는 집’의 <아름다운 마을, 예술적인 주민>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농촌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다. 이곳에서는 발표 때 벽화품앗이를 소개하였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도시의 벽화와 어떻게 다를지 기대가 된다.

 

●(사)평화의 친구들의 <함께 만드는 평화이야기> 한국과 캄보디아의 공동 사업으로, 피스 플레이어를 양성하는 교육이다. 우리 현대문명이 이미 이룩했어야할 10가지 중 2위가 세계평화라고 한다. 누구나 원하고 바라지만 얻기 힘든 평화. 이분들이 있어서 조금은 더 빨리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사)열린사회시민연합 은평시민회의 <문화예술로 잇는 사람과 마을> 이번 박람회의 대상 수상팀이다. 시민단체와 일반주민들 사이의 간극을 좁혀보기 위한 시도였다. 어쩌면 시민단체가 시민들을 너무 가르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다시금 우리의 활동은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한 발표였다.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참가 팀들을 소개했다. 소재, 주제, 방법들은 달랐지만, 그 속에는 모두 공통된 것이 있었다. 바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변화’라는 이 세상의 모든 교육에 담긴 아름다운 가치다.
앞서 말한 영화 <은행털이와 아빠와 나>의 주인공 루카, 피뇽, 잔을 한 가족으로 만들어 준 것은 ‘관심, 자존, 사랑’이다. 평생을 파리의 뒷골목 세계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온 루카를 변화시킨 건 아무런 보호 없이 세상에 던져진  피뇽, 잔 두 부녀이다. 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루카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로 다시 경찰에 잡힐지 모르는 삶을 선택하지는 못한다. 루카의 삶을 변화시킨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관심이다.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실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가지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자존감이 생기고,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감정도 나타난다. 그렇게 삶은 변화한다.
이곳 박람회 참가자 모두는 이런 변화의 힘을 알고 있는 분들이었다. 힘든 여건에도 꾸준히 시민교육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자존감이 생긴 한 개인의 힘이 어떠한지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해서 여러 팀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눈에서 이 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변화의 힘에 대한 믿음을. 교육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여 주는 것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