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이야기] 마을로 들어간 청년들, 마음을 담아 벽화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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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간 청년들, 마음을 담아 벽화를 그리다

- 지역청년모임 <청년이그나이트>의 ‘창신동벽화마을만들기’

글 김재우 / compagna@kdemo.or.kr



“우와 완전 잘 그린다.”

창신3동 주민자치센터 옆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동네 꼬마 도진이(5)는 신이 났다. 같이 뛰어놀던 강아지의 목줄은 누나에게 넘기고 자율방범대 사무실 벽면 강아지 그림에 푹 빠졌다. 그림을 그리던 대학생들은 혹여나 꼬마 옷에 페인트라도 묻을까 걱정스런 눈치다. 동네 꼬마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벽화 가까이 다가간다. 그림을 구경하는 꼬마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신나니 그림을 그리는 대학생들도 힘이 난다. 햇볕도 들지 않는 벽에 찰싹 붙어서 벽화를 그리자니 냉기가 온 몸에 서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람마저 강하게 분다. 몸도 마음도 지칠 즈음 찾아온 동네꼬마들은 이들에게 큰 응원이다. 그림을 그리는 이, 구경하는 이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몰래산타, 독거노인 방문에 이은 세 번째 프로젝트 ‘창신동벽화마을만들기’


지난 7일 오후 1시, 창신3동 지봉골공원 근처에서 진행된 ‘창신동벽화마을만들기’ 봉사활동 현장이다. 지역 청년모임 <청년이그나이트>는 창신3동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벽화봉사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모집해서 봉사활동에 나섰다. 오늘은 지난 3월 24일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된 벽화봉사였다.

이날 저녁 7시까지 이어진 벽화봉사에 참여한 대학생만 총 40명. 수많은 대학생들이 창신3동에 모인 이유는 뭘까? 2010년부터 창신동과 숭인동 지역에서 몰래 산타, 독거노인 방문 등 지역 중심의 청년 운동을 해온 <청년이그나이트> 회원들은 이 지역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항상 맘에 걸렸다. 그래서 이들은 올해 초부터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떠오른 게 ‘벽화그리기’였다. 예전에도 서울 상도동과 매향리에서 진행해봤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청년이그나이트> 정당당 대표는 “너무도 잘 알려지고 검증된 활동이라 지양하자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지만 정말 이 동네에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바로 ‘창신동벽화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창신3동을 찾은 100명의 대학생들, 빈 벽을 그림으로 채우다


‘창신동벽화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두고 대학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지난 3월에 열린 첫 번째 벽화봉사에만 54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두 차례 진행된 벽화봉사에 모두 참여한 김수빈(21,이화여대) 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홍보물을 보고 참여했는데 벽화봉사를 통해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행사에 참여한 후 벽화봉사 활동에 매력을 느껴서 이번 행사는 준비부터 운영에까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려진 벽화도 수준급이다. <청년이그나이트>에서 활동하는 김선경(30) 씨는 “인근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특히 미술 전공인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언덕길 옆 담벼락에 모인 대학생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손놀림부터가 남다르다. 능숙하게 20리터 용량 페인트통 2개를 플라스틱 통에 콸콸 쏟고 나서는 휘휘 저어가며 색을 뽑는다. 완성된 분홍색 페인트는 곧 푸르스름한 벽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분홍색 벚꽃 잎이 됐다. 



놀이터 앞 자율방범대 사무실 벽면에도 어느새 작품이 완성되고 있었다. 벽면에는 무엇인가를 훔쳐서 달아나는 도둑과 이들을 쫒는 경찰이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었다. 김 씨는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 중엔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 못했다는 친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삭막했던 놀이터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벽화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놀이터를 지나던 나연이(14)와 지현이(14)도 벽화 감상에 푹 빠졌다. 나연이는 “예전에 여기 벽에 낙서랑 욕설 때문에 지저분했는데 벽화 덕분에 분위기가 훨씬 밝아져서 좋아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어떤 벽화가 가장 좋으냐고 물어보니 가압장 벽 옆면을 가리키더니 ‘사람들이 서로 도와서 올라가는 듯’ 하단다.

마을 주민들도 벽화봉사 활동을 응원하고 있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마을 주민들이 “힘내라!”, “고생이 많다”는 말도 건넨다. 김선경 씨는 “마을 주민들도 그려진 벽화를 보고 좋아하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참고로 지난 첫 번째 봉사활동 때는 1인당 25,000원 씩 내서 페인트와 점심 도시락을 구입했었는데 이번에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페인트 구입에 도움을 줘서 참가자들의 참가비 부담도 줄었다.

놀이터 옆에 위치한 경로당을 찾는 마을 어른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팍팍했던 가압장 벽면을 그림으로 채우는 대학생들을 흐뭇하게 쳐다본다. 이번 행사는 담벼락에 그림만 그린 게 아니라 모처럼 마을에 따스한 미소를 가져온 행사다.


창신3동에 푹 빠져버린 청년들, 마을 콘서트를 기대하시라


벽화봉사 그 이후가 궁금하다. <청년이그나이트>는 놀이터를 벗어나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정 대표는 "앞으로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창신동벽화마을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응이 좋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에겐 놀이터와 같은 공용시설에 벽화를 그리는 것과 자기 집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청년이그나이트>는 바빠질 예정이다. 벽화봉사를 통해 창신3동을 벽화마을로 만들고 난 후에는 마을콘서트를 열 준비를 할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준비한 마을콘서트에 마을 주민들을 모실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 어느새 대학생들은 창신3동에 푹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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