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희망이 있다

노동과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연대

콜트콜텍기타노동자 운동

글 이원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 moleact@gmail.com 


지난 3000일 동안 콜트콜텍기타 노동자들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당한 정리해고의 억울함을 알리고 자신의 정당한 노동권을 되찾기 위한 과정은 너무나도 참혹했다. 오직 회사를 믿고 기타만 만들며 살아왔던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고, 본사 건물을 점거하며 항의했다가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지난 2007년, 세계 기타시장의 30%를 점유하던 세계적인 기타 제조업체 (주)콜트악기와 (주)콜텍의 박영호 사장은 갑작스럽게 모든 공장을 폐쇄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창문 하나 없는 비상식적인 노동환경,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무릅쓰고 회사를 세계적인 수준의 기타 메이커로 만들어 냈지만, 그 사이 한국에서 120번째 부자가 된 박영호 사장은 “더 싸고 더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노동자를 선택했다. 세계적인 기타 장인들은 하루아침에 거리의 해고 노동자가 되었고, 지난 4월 19일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생활한 지 3000일이 되었다. 

지난 3000일 동안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당한 정리해고의 억울함을 알리고 자신의 정당한 노동권을 되찾기 위한 과정은 너무나도 참혹했다. 오직 회사를 믿고 기타만 만들며 살아왔던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고, 본사 건물을 점거하며 항의했다가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목숨을 걸고 고공철탑에 올라야 했고, 수십 년 동안 매일 일했던 공장에서 불법점거라는 이유로 용역깡패와 경찰특공대의 손에 끌려 나와야 했다. 단 한 번도 찾을 일이 없었던 법원의 문턱을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들어야 했다. 자신의 삶에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지난 3000일 동안 기타노동자들의 눈앞에서 일상이 되어 펼쳐졌다. 

한국 사회에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운동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들이 가장 오래된 정리해고 투쟁 사업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3000일 동안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접촉하고 연대하며 새로운 문화운동의 태도, 미학, 주체 등을 형성해 온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과 예술의 새로운 연대기록을 만들어왔다. 다양한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은 기타노동자들과 함께 노동과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며 해외 원정 투쟁, 홍대 앞 클럽 ‘빵’ 수요문화제, 점거예술(스), 공장미술제, 유랑문화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밴드 결성, 다큐멘터리 제작 및 상영, 연극 제작 및 공연, 전국음악투어 등을 실천해냈다. 

이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운동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는 사회운동의 당위성과 진정성의 차원만이 아니라 현대예술, 문화운동에 내재돼야 하는 사회 미학의 새로운 실천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운동은 지난 3000일 동안의 궤적 속에서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연대성에 기반한 문화운동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왔으며, 장식화되고 과잉된 커뮤니티 아트나 사회적 예술이 아닌 실체화된 현장 예술의 관계성들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미래에 대해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운동의 결말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기타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된 이 운동이 “노동과 예술의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을 위한 사회적 연대”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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