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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희망이 있다

급식은 교육이다 학부모가 만든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급식은 교육이다 학부모가 만든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진

학부모가 되려면 아직 멀었거나 이미 학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 관심이 없겠지만 ‘학교급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재료는 어떤 것을 쓰는지, 한번쯤 고민해 보지 않은 부모가 없을 테지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면 그런 학부모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통신사의 광고가 ‘고객의 입장에서……’를 내걸고 있는 것처럼 네트워크도 ‘학부모의 입장에서……’란 말이 가장 적절하게 단체의 성격을 표현해 줄 듯 싶다.


“처음엔 학교급식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고민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란 생각은 못 했어요. 다만 내 아이가 먹는 음식에 대한 일이란 생각을 하면서 점점 수위가 높아져서 이런 단체를 만들게 된 것이죠.” 자녀의 교육문제로 학교 운영위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학교급식에 대한 고민은 비단 급식문제 뿐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빈파 사무처장. 그녀는 이 단체가 만들어진 지 불과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타의 시민운동단체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바로 자식을 가진 학부모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덧붙인다.
네트워크는 쉽게 말해 급식을 매개로 학교 교육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정식으로 창립된 것은 2002년 11월이다. 다만 처음 시작부터 오프라인 형태가 아닌 그야말로 네트워크, 온라인상에서 시작했는데 현재 1,6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구성원은 교사, 학부모, 영양사, 농민, 시민단체 활동가, 학생까지 다양하다.


‘급식’으로 만난 학부모들


“교육비에 의한 급식, 현장학습, 수학여행을 심의하는 과정, 이런 활동들에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학교 운영위(이하 학운위)이지만 실제 학운위는 학교장의 거수기 역할이나 아니면 우스개 소리로 ‘자식을 학교에 볼모로 보낸’ 입장이기 때문에 학교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이빈파 사무처장은 그렇기 때문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말도 하지 못 하는 학부모들과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급식’이란 문제를 떠올렸다고 한다.

 

급식은 교육이다 학부모가 만든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진
급식은 교육이다 학부모가 만든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진

왜냐면 자식의 먹거리에 관해서만큼은 어느 부모나 다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부모들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개인홈페이지에 학교급식 네트워크 방을 만들었다. 방을 만들어 놓고 나니, 여기저기서 학교급식에 관한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학교 내에서만 보면 업체 선정에서의 리베이트 문제, 이로 인한 급식의 질 저하 등 학교장 중심의 폐쇄적인 학교 운영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별별 문제들이 다 쏟아져 나왔죠. 다만 그 문제들을 학부모들이 어떻게 풀어가야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들은 처음 ‘학교급식’ 문제가 학교장과 학운위 등 단위학교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으리란 단순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네트워크의 회원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 일을 하다 보니 학교급식이란 것이 단위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규정하고 있는 법과 학교급식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제도들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학부모, 학생, 교사, 교장, 영양사 정도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인줄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학교급식이란 것은 전 사회 구성원들과 상당 부분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생산하는 사람, 공급하는 사람, 유통에 관련된 사람,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 급식 관련한 제도를 만드는 사람, 지역은 지방자치단체,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당국이 모두 학교급식에 관련된 사람들이죠. 이 일에 관여된 사람들은 ‘교육’이란 측면에서 ‘학교급식’을 바라보고 있지 않아요. 하다못해 학교측은 학부모들이 학교급식의 문제점들을 말하면 학부모들은 그냥 급식비만 내면 되지 않느냐는 어이없는 말들을 하는데, 이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죠.”


“위탁급식이란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업자가 학교에 들어와서 장사를 하는 거예요. 흔한 말로 ‘먹는 게 남는 것’이란 말처럼 기업의 영리가 우선하고 있는데 급식을 통한 아이들의 교육은 어떻게 되겠냐 이거죠. 가장 큰 문제는 한창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 제대로 못 먹는다는 것, 둘째로는 의무교육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무상에서 출발했어야 하는데 아이들의 급식비는 학부모들이 내라는 것은 국가가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게 단순히 머리만 채워주면 된다는 잘못된 교육철학에서 나온 생각이라는 거죠. 학교가 공교육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 의무교육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지만 어쨌든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은 적어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위탁급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값싸고 조리하기 쉽고 아이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냉동식품, 인스턴트식품, 무분별한 외국 농산물을 사용해서 만든 음식은 한창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집단 식중독 같은 일이 발생하기도 하며 또한 우리 문화의 민족적 정서를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먹거리 문화를 교육할 기회조차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위탁급식의 문제

네트워크는 서울지역의 학교가 100% 위탁일 때, 그 중 한 학교가 직영을 하게 된 과정의 예를 들었다. 이 학교는 그들의 활동 중 ‘하나의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상의 학교급식 방에 한 학부모가 “위탁도 직영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학교에서 급식을 시작하는데 위탁교육을 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냐.”고 문의를 하였다.
 

구체적 사례가 들어오자 네트워크는 교육위원회며 교육부에까지 위탁과 직영에 대한 실례와 내용들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고군부투 끝에 학교장이 직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직영 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나서서 막고 학교 측이 막고 하는 바람에 3개월이나 실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즈음에 대형 식중독 사고가 터지면서 직영을 하게 되었으니 교육, 행정관료들의 교육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이상 ‘급식’에 대한 생각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급식은 교육이다 학부모가 만든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진

이승만 정권시절, 미국에서 받은 구호품 밀가루로 만든 ‘빵 급식’ 시대가 아니라 정식으로 학부모들의 수고도 덜어주고 학생들의 가방도 가볍게 해주자는 정부의 계획 하에 만들어진 현재 ‘학교급식’의 시행은 1992년 당시 여당의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시작되었다. 내용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산이 없어 위탁급식을 실시한 것이고 실제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피해를 입은 것은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다.
“이것은 결국 졸속으로 제정된 법 자체가 교육을 왜곡한 것이고 오히려 문제를 양산하는 결과만 낳았습니다. 기본적으로 ‘학교급식’에 관해 수익자 부담 원칙, 경쟁 입찰, 위탁 방식의 허용 등을 포함한 급식법은 급식을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시장의 논리에 맡겨버린 무책임한 법이라는 것이죠.”


네트워크가 만든 성과

얼마 전 이들은 지난 2년간 학교며 교육청, 학교장, 교육인적자원부 등을 쫓아다니며 싸운 끝에 급식법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냈다. 그 내용은 각 지역의 기초 자치단체장은 관할 지역의 학교급식에 대해서 식품비가 필요하면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급식은 교육이다 학부모가 만든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사진
그동안 위탁이며 직영이며 하는 급식문제는 단위학교의 문제일 뿐이지 자신들의 문제는 아니라던 교육행정당국도 네트워크의 활동들을 지켜보면서, 학교에서 직영 전환을 하겠다고 하면 지원해 주겠다는 것과 2007년까지 현재 전국 단위로 보면 17%인 직영을 92%까지 올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급식을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인 활동을 하는 학운위 산하의 소위원들을 현실적인 법제화 기구로 인정해 주고 급식에 관련한 다양한 교육적인 환경과 시설, 제도, 인력의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급식법 개정안을 금년 6월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급식운동을 하면서 16대 국회에서는 급식을 개선하자는 법 개정안이 10개나 파기가 되고 그런 과정에서 시민단체들, 학부모들, 학생들, 하다못해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집단들도 학교급식을 바꿔야 한다고 같은 목소리를 내니까 정부도 좀 바뀐 것 같아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고 교육이잖아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모두 같은 심정일 겁니다.”

오늘 아침에도 또 한편의 뉴스가 나왔다. ‘전북 순창의 초등생 30여 명 집단식중독 증세 보여……’ 네트워크의 활동이 멈출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글 · 사진 황석선 stonesok@kdem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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