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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희망이 있다

우리는 인생을 요리하는 “영셰프”

우리는 인생을 요리하는 “영셰프”


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수현/ perkyalyson@kdemo.or.kr


영국의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를 아시나요? 그가 만든 레스토랑 ‘피프틴(Fifteen)’에 대해선 들어보셨나요? 제이미 올리버는 ‘피프틴’이란 요리학교 겸 레스토랑을 세우고 빈곤, 폭력, 마약 등 다양한 문제들로 꿈과 기회를 잃은 채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요리를 배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꿈과 희망을 선물했습니다. 서울 영등포의 하자센터에 ‘한국판 피프틴’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하자센터, 그리고 오가니제이션 요리의설립


우리는 인생을 요리하는 “영셰프” 사진

 


하자센터(공식명칭: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는 1998년 IMF 시절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경험하면서 청소년들이 삶의 활력을 잃지 않고 사회적 나눔을 실천할 줄 알게 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곳입니다.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소년 창업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초기엔 1회성 실험에 그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0여년의 세월 동안 하자센터는 진화했고, 청소년들이 직접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준비된 현장’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이 구체화되어 사회적 기업 설립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그렇게 하자센터를 토대로 설립된 사회적 기업들 중의 하나입니다. 2007년 설립된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2008년 하자센터에서는 두 번째로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영국의 ‘피프틴’을 롤모델 삼아 요리학교 창업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제이미 올리버와 같은

비전과 열정을 가진 셰프를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사회연대은행이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창업 지원을 제안해 왔고,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다문화 이주여성이라는 새로운 구성원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다문화 퓨전 레스토랑 ‘오요리’입니다. 이주여성들의 문화적 자양분과 요식업 전문가들의 기획이 만나 만들어진 ‘오요리’는 현재 홍대 인근에서 맛집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청소년에게서 이주 여성에게로, 다시 청소년으로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처음 사업 목표는 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이었고, 실제로 청소년 직원이 함께했습니다. 초기의 청소년 직원들은 ‘헬로 친구’란 프로그램을 통해 정기적으로 지체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인근학교에 가 베이킹을 가르치는 워크숍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청소년 멤버들이 회사를 나가고 다문화 레스토랑 ‘오요리’ 사업이 성장하면서 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을 추구하는 사업이 정체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요리’ 사업의 정착은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처음 기획의도인 한국판 피프틴을 시작해 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습니다. 마침 사랑의 열매에서 취약계층 청소년 창업 지원 사업을 공모했는데,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아이템이 선정되어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0년 한국판 피프틴, ‘영셰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인생을 요리하는 요리사 - 영셰프

‘영셰프’의 구호는 ‘인생을 요리하는 요리사’입니다. ‘영셰프’엔 전부는 아니지만 해체가정의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성장과 자립에 필요한 건 단순히 취업을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많은 청소년자활지원관들이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요리, 미용, 네일케어 등의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런 훈련의 끝은 자격증 취득에 맞춰진 경우가 많습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그러한 자격증이 현장에선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자격증이 아니라 그들이 힘들 때 “비빌 수 있는 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청소년자활지원관을 통해 취업한 청소년들 중 많은 수가 취업 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지원관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그들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기반, ‘공동체’가 되어주는 것을 지향합니다.

하자센터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카페테리아 ‘영셰프 밥집’이 보이고, 홀 중앙에 카페 ‘CAFE 그래서’가 보입니다. 이 두 곳이 바로 영셰프들이 요리를 배우면서 동시에 ‘일을 하는’ 공간입니다. 첫해에는 일반 요리학원처럼 아카데미식 교육이 많았는데 동기부여가 약했던 점을 보완해 둘째 해인 올해는 현장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셰프들은 주5일 출근해 5시간씩 밥집과 카페에서 일하면서 기술도 익히고 인턴비도 지원받고 있습니다. 밥집과 카페 현장에 있는 요리사 분과 바리스타 분이 영셰프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따로 담당 매니저 분도 영셰프들을 도와줍니다.

우리는 인생을 요리하는 “영셰프” 사진

우리는 인생을 요리하는 “영셰프” 사진


 

2010년 1기엔 12명의 청소년이 영셰프 프로그램에 참가해 6명이 수료를 했고, 그 중 둘은현재 요리사로 활동 중입니다. 2011년 2기도 비슷한 수로 시작해 현재 5, 6명의 청소년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입니다. 중도에 포기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다소 높은 이유는 첫째, 그들은 아직 쉽게 영향을 받고 쉽게 변하는 “청소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요식업 현장 자체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밥집에서 매일 60, 70인분의 식사를 차려내는 게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그나마 영셰프들이 일을 하는 밥집과 카페는 하자센터 내에 있기 때문에 바깥에 있는 요식업 현장보다는 환경이 좋은 편이라, 청소년들이 보호와 지지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 해 5, 6명의 수료도 상당한 성과입니다. 단순한 숫자로 생각하지 않고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인생이 변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한영미 ‘오가니제이션 요리’ 공동대표는 “1년 동안 6명의 청소년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거”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요리하는 “영셰프” 사진


 

대안적 요식업의 생태계를 꿈꾸며

현재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사업은 수익사업인 ‘오요리’, ‘카페 슬로비*’, 케이터링 그리고 목적사업인 ‘영셰프’, ‘하마방*’, 교육 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엔 애초의 목적인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사업보다는 요식업 쪽이 더 많이 성장한 인상입니다. 하지만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만들고자 하는 대안적 요식업의 생태계 또한 청소년들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하게 될 ‘현장’까지도 바꾸어야 한다는 게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생각입니다.

* 카페 슬로비: ‘천천히 일하지만 자기 일을 훌륭히 해내는 도심 속 사람들을 위한 곳’.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맛볼 수 있는 카페.

* 하마방: ‘하자마을의 어린이방’. 함께일하는 (이주)여성들의 보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하자센터 내의 어린이방.

 

주문을 외워요!

영셰프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정은 1년차엔 사랑의 열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년차엔 수혜 청소년의 수가 너무 적다는 이유로 지원이 중단됐습니다. 그래서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수익사업인 ‘오요리’와 ‘카페 슬로비’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통해 자체 조달해오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기에 내년부터는 후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게다가 3년으로 한정돼 있는 정부의 사회적 기업 지원이 올해 11월로 끝났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재정자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참 어렵게만 보이는 내년과 그 이후, 그런데 한영미 공동대표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 있어요.” 한 대표는 단순히 재정자립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청년 레스토랑’ 창업까지 꿈꾸고 있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면 그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문을 외운다’는 그녀, 그녀의 주문이 세상을 바꾸는 날을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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