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희망이 있다

[공동체 이야기] 콩세알 공동체의 준이 엄마 현숙 씨

콩세알 공동체의 준이 엄마 현숙 씨 


글  정영심 zeromind96@naver.com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을 기다렸건만 올해는 봄보다 바람이 먼저 찾아왔다. 
바람 부는 봄에 만난 믿음직한 준이 엄마 현숙 씨. 그녀는 남편과 콩세알 공동체에서 함께 일하며 아들 준이를 키우고 있다. 


현숙 씨는 7남매의 맏이로 역할과 책임감이 많았다고 한다. 성장과정에서 느껴진 삶의 현실, 중학교 때는 부모님의 학력이 삶의 형태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 시절 YMCA에서 활동을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청년 Y활동을 할 당시 6월 항쟁 속에서 많은 갈등과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386이다. 사회의 아픔이 그대로 개인의 삶과 연결되는 그런 세대인 것이다. 

그 이후 NGO단체 상근을 하면서 ‘공동체’라는 말을 많이 쓰고 듣게 되었다. 그때는 터를 잡고 공동주거를 짓고 함께 사는 것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33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6개월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동생들과 생활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던 그녀는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깨달았다고 한다. 대의에 따라 살고 타인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를 꿈꾸던 그녀는 동생들과 생활을 하면서 진작 가족에게 돌아와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없지만 ‘아홉 개의 숟가락’을 함께 밥상에 올리고 함께 생활하는 것을 시작했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었다. 동생들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 신문보급소를 함께 운영하며 그때부터 공동체는 서로의 자립과 독립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숙 씨는 동화 『고향을 선물한 아이들』로 등단한 작가다. 그녀의 글쓰기에서 보듯 아이와 흙 그리고 고향은 그녀의 화두다.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가족으로부터 시작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강화도 민통선에 있는 ‘콩세알 공동체’를 찾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콩세알은 삶의 공동체라기보다는 일터를 기반으로 한 경제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를 설립한 서정훈 대표는 목사이다. 콩세알의 아이들에게는 ‘콩 아저씨’로 불릴 만큼 친근하다. 콩세알의 구성원들은 종교에 동의한다기보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존중감에 동의한다고 한다. 이것이 그녀가 일하고 있고 그녀가 꿈꿔온 생활공동체라고 했다. 주거 공간도 같은 마을에 있고 경제활동도 함께 한다. ‘콩세알 공동체’에서는 두부를 만든다. 준이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두부를 만들거야.’ 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라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바로 이것이 일하는 공동체가 주는 기쁨이 아닌가 한다. 



‘콩세알 공동체’는 사회적 일자리로 경제적 자립을 시작한 단체이다. 작년에는 일자리 축소로 아픈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한다. 구성원들은 ‘희망회의’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삶의 형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었다. 귀농과 귀촌을 원하며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렵고 힘들어도 함께하자는 쪽에 서고 일자리로서의 의미가 많은 구성원들은 또 다른 자신의 일을 찾아갔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떠나는 사람도 아프지만 남는 사람도 아픔이 크다.

일터가 공동체이고 삶인 준이네 가족을 보면서 지난겨울 우리 집을 다녀간 오로빌의 아이 ‘강가’가 생각났다. 강가는 벨기에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오로빌 아이다. 강가에게 오로빌이 왜 좋으냐고 했더니 학교가 있어서 좋다고 했다. 적잖은 충격이다. ‘강가’는 우리 나이로 10살이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이 나이에 얼마나 학교를 좋아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러나 준이가 더 자라고 젊은 친구들이 이곳에 와서 다시 터를 잡고, 작은 공동체 학교들이 생겨난다면 우리에게도 행복한 ‘강가’ 같은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오로빌의 대부분의 주민은 4시간 정도 일을 한다. 그리고 받은 보수는 6,000루피 정도이다. 우리 돈으로 15만원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소비를 과하게 할 수 없으며 일하는 시간이 적으므로 아이들 양육에 부부가 함께 참여할 시간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꼭 생활의 질을 높이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이지만 아이를 키우는데 시간적 여유는 너무도 중요하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부모가 함께 해주지 못하고 늦은 저녁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하는 우리 현실과는 너무도 다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부모와 지내는 시간은 정서적 발달과 비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만의 ‘숟가락 공동체’ 가족이 있음을 알려준 준이 엄마 현숙 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한 콩세알 공동체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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