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희망이 있다

놀이생활협동조합을 꿈꾸는 ‘이웃’

[풀뿌리 민주주의]

놀이생활협동조합을 꿈꾸는 ‘이웃’



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수현/perkyalyson@kdemo.or.kr



‘이웃’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정겹고 친밀한 느낌이 드나요? 예전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친척이 낫다”는 말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는데 요샌 그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도시 생활 속에서는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알더라도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이기 십상이니까요.

수원의 한 지역에 이러한 ‘이웃’이란 이름을 달고 주민들의 이웃이 되려고 애쓰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송주희 대표가 이끄는 ’이웃(EWUT)`이 바로 그곳입니다. 팔달문 동쪽으로 수원화성 성곽을 벗어나면 왼편으로 구비구비 예전의 골목길이 살아 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이곳 팔달구 지동에 오늘 소개할 ‘이웃센터’와 ‘핑퐁음악다방’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웃센터의 시작

미술을 전공한 송주희 대표는 그의 재능을 가지고 지역 문화기획 분야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이끈 ‘청년둥지’는 ‘재능기부벼룩시장’이란 아이디어를 가지고 2010년 「수원시민창안대회」에 참가하여 1등을 수상하고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사회적기업 쪽으로 관심을 확장하였고 4개월 동안 희망제작소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2011년 「수원시 사회적기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놀이생활협동조합을 아이디어로 참가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하여 지원받은 창업보조금을 가지고 지동에서 ‘이웃센터’를 열었습니다. 이웃센터는 한 달 이용료가 1만원인 회원들이 들러서 책도 보고 수다도 떠는 동네 문화사랑방입니다.


이웃(EWUT)?

그런데 왜 ‘이웃’이라고 이름 지었을까요? 청년둥지는 마을공동체를 살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사업을 기획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청년’이란 수식어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느껴 작년 2월 ‘이웃’이란 이름으로 개칭했습니다. ‘이웃’의 영어 스펠링은 EWUT으로 Experience(경험), Work(일), fUn(재미), culTure(문화)를 조합한 것입니다. 낙후되고 슬럼화된 곳을 문화를 통해 바꾸자, 퇴색되어 가고 있는 놀이문화를 되살리자, 사람과의 관계를 재생하는 공동체놀이를 만들자는 미션을 더없이 잘 드러내는 이름입니다.

이웃은 “두 바퀴를 돌리자”는 콘셉트 하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식회사 이웃은 놀이문화기획사로서 외부로부터 이벤트, 공간 컨설팅, 교육 등을 의뢰받아 다양한 수익 사업을 벌입니다. 한편 이웃센터는 수익을 떠나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두 달 여 동안 후원받은 책을 모아서 공간을 채웠고 회원이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협동조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지동에서?

그런데 아직까지는 이웃센터를 이용하는 주민이 거의 없습니다. 동네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고 폐쇄적인 성향이 강해 여전히 지나가면서 관찰만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웃은 왜 하필 이런 지동을 선택했을까요? 송주희 대표는 “지동이 힘들어서 나를 불렀다”고 대답합니다. 지동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정체된 지역입니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주변지역의 개발이 제한되고 덕분에 도심공동화 문제가 심각해져버렸습니다. 주택의 노후화, 지역의 슬럼화……알면 알수록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송주희 대표는 오히려 이곳에서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작년 9월 늦여름 행궁동에 왔다 우연히 지동에 오게 됐는데, 어릴 적 좋아하던 골목길이 살아있는 희한한 분위기에 자연스레 마음이 가라앉고 쉴 수 있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본인이 힘들었기에 힘들어하는 지동의 소리가 들렸던 걸까요? 이후 송주희 대표는 팀원들을 설득해 지동에서 센터를 열고, 가족들을 설득해 집도 지동으로 이사해 왔습니다.

인기폭발 핑퐁음악다방 

이웃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최근에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는 ‘핑퐁음악다방’입니다. 지난 3월 문을 연 이 곳은 만 55세 이상의 구직희망자들이 시니어 바리스타로서 취업과 창업이 가능하도록 만든 놀이문화공간입니다.

이웃센터에서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핑퐁음악다방엔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손으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의 향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정말 탁구대와 탁구채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괜히 “핑퐁(pingpong)” 음악다방이 아닌가 봅니다. 실내의 의자들은 모두 접이식으로 이동이 용이해 오전에는 탁구를 칠 수 있고 오후에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미 1기 시니어 바리스타 교육이 이뤄졌고, 6명의 어르신이 교육을 받으셨습니다. 수료자 중 한 어르신은 처음부터 식당 창업을 염두하고 계셨는데 현재는 본인의 식당에서 여기에서 배운 핸드드립 기술을 활용하고 계십니다.




아직 문을 연 지 2개월이 채 못 되지만 이 핑퐁음악다방의 유명세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핑퐁음악다방의 공사비용은 30일 간의 후원모금활동을 통해 충당됐으며 바리스타 교육은 전문 바리스타 분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한 달 동안 탐방을 다녀간 사람이 60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시니어 세대들에게 취업교육을 제공함과 동시에 놀이공간을 선사하는 핑퐁음악다방의 아이디어가 그만큼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화폐, 놀이생협까지

이웃은 끊임없이 진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리스타의 재능기부엔 한계가 있다고 여겨 지역 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통사회의 품앗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시간 화폐’를 발행하고 통장도 만들고 온라인 플랫폼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핑퐁음악다방도 적기가 되면 교육을 받으신 시니어 바리스타에게 인계하고 또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놀이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덕분에 송주희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공부할 게 산더미입니다. 창의적이고 실천력 있는 기획을 할 수 있기 위해 주기적으로 세미나에 참가해 협동조합, 지역화폐, 사회적 경제 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잘 되게 만들 것!

송주희 대표의 구상을 듣고 있자니 아주 바쁜 스케쥴줄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그는 의외로 여유롭습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웃센터도 천천히 동네사랑방으로 녹아들지 않겠냐고. ‘사회적 기업’이란 타이틀 때문에 지속가능한 수익구조에 대한 염려를 들으면 그런 타이틀을 벗어던지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 최근엔 주변의 기대가 커져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잘 되게 하려는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겠냐며 웃습니다. 송주희 대표의 얼굴은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가는 지동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쓴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수현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