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희망이 있다

[공동체 이야기] 설악산이 그리워 산이 된 설악 녹색연합 박그림 대표

설악산이 그리워 산이 된 설악 녹색연합 박그림 대표

글_정영심/ zeromind96@naver.com



깊은 겨울 설악의 산사람 아니 차라리 산이 된 박그림 대표를 만났다. 그는 설악녹색연합 대표다. 그를 만나러 발걸음 가볍게 인사동으로 갔다. 부산에서 있었던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이란다. 바람 부는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그림 대표는 20년 전 설악산으로 갔다.



인사동 거리에서 만난 박그림 대표는 녹색치마를 입고 있다. 녹색의 치마는 저항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인사동 길목 바람에 그의 녹색 치마가 살랑일 때 그가 저항하고 지키려고 하는 실낱같은 생명들을 함께 지켜주지 못하는 양심이 녹색 치마처럼 살랑였다.

그는 올해처럼 한파가 심한 겨울 설악산 대청봉에서 또는 도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그림 대표의 반대 이유는 간단했다. 설악은 살아있는 생명이며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생명들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인간이며 우리는 모두 자연이라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움을 일깨우고 있다. ‘빠름과 편리’에 길들여진 우리는 한발 한발 올라가 만나야 할 자연 앞에서도 케이블카를 타고 휙! 올라 가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개발주의를 아파했다. 또한 자연을 즐기는 법을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자연을 즐김’은 내게 ‘함께 살아가기’로 들렸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기를 포기하고 있다. 박그림 대표는 설악과 한 몸이 되어 산다. 설악에 올라 꽃이 피는 땅에 엎드려 들여다보면 자신의 몸이 녹아 땅이 되는 느낌이라고 한다. 우리 몸속에 있는 자연에 대한 사랑의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어린이에게 자연에 들어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한다. 부모는 여유롭게 도심 속의 아파트 공원을 걷더라도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들과 그들의 흔적을 좇아 살아있음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감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 지구별에 인간만이 사는 것이 아니고 뭇 생명들과 이웃하며 살고 있다. 머리로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의 원형은 무엇인가?’의 의문을 다시 던져주시는 박그림 대표의 이야기들은 귀하고 귀한 이야기들이었다. 어린 아이가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사는 삶을 알아채지 못하면 산은 산이 되고 나는 내가 된다. 산이 나이고 내가 산이 되어 살아가는 삶의 훈련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가장 어려운 문제 ‘관계 맺기’에 열쇠를 쥐고 있기도 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그 많은 것들을 선물한다. 박그림 대표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그저 넉넉한 산이 된다. 판단하지 않으며 시비하지 않는 그는 이미 산이다. 우리가 잊고 사는 내 안의 자연을 다시 일깨우는 이다.



도심과 설악산에서 초록의 저항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를 하고 있다.



박그림 대표는 ‘동물 복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복지! 아직은 사람들에게도 멀고 먼 복지. 어쩌면 동물 복지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산은 불편하고 위험해서 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는 힘이 생기고 불편하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주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박그림 대표의 이야기처럼 자연은 나의 가치와 존재를 알게 한다. 겸손을 알게 한다. 경쟁의 삶은 모든 것을 망친다. 이제 우리는 동물 복지를 생각할 때라고 한다. 우리가 지구라는 한정 된 공간에서 자연과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살아남으려면 이제 자연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들이 남긴 흔적인 발자국, 배설물 등이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관계 맺음을 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흔적으로 우리와 이야기한다. ‘나, 여기 있어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우리의 영역이니까요.’ 어쩜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동물과 식물들에게도 엄연히 사생활은 존재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할 때 성숙한 관계 맺음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산양의 발자국 그들이 살아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들의 배설물 ‘나 여기,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어요. 여긴 우리집이에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의 방식으로......




무인카메라

산양이 있다는 말만 들으며 설악산 줄기며 골짜기를 찾아다닌 지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처음 바위 밑에 산양 똥이 가득 쌓인 곳을 보았을 때 얼마나 감격했는지 털썩 주저 않아 똥 한 알 한 알을 보석 다루듯 들여다보았고 똥이 무슨 맛인지 궁금해 먹기도 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면서 산양의 삶이 더욱 궁금해졌고 바위 곁에 숨어서 산양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게 만나는 산양은 삶의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없었고 알고 싶은 것들은 쌓여만 갔다. 만날 수 없다면 사진으로라도 보아야 했고 도움을 받아 무인카메라 몇 대를 산양이 사는 곳에 매달았다. 그 때 무인카메라는 필름을 쓰는 것이었고 배터리도 얼마 가지를 못해 부지런히 설악산을 오르내려야만 했다. - 박그림의 설악가 중에서




아름다운 설악의 봄과 겨울, 때마다 옷을 갈아입는 살아있는 우리의 이웃 설악산은 살아있다.



아름다운 설악산은 우리의 이웃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한 생명임을 일깨워주는 박그림 대표의 간절함이 긴 울림을 준다.


마치 세한도와 같은 풍경의 설악산은 있는 그대로 박그림 대표를 닮았다.



설악 녹색연합은 박그림 대표 홀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설악 녹색연합’에 힘을 실어주고 이끌어갈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그래서 설악산이 그 모습 그대로 우리의 이웃인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기 바란다.

*위 설악산 사진은 박그림 선생님의 페이스북에서 허락을 받아 공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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