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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희망이 있다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사진

 

 

깊숙한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을 빠져나오자, 거리의 모든 것들이 봄바람에 나부낀다.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지 유난히 바람이 심하다. 별로 낯설지 않은 골목길을 짚어 옥탑에 있는 작은 사무실로 들어서자 귓속에 울려대던 바람소리가 잦아든다. 낮은 천장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월미산대책위’를 꾸리며 활동


책상 위에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탕에 ‘역사와 문화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인천의 도시공간을 위하여’라는 하얀색 글자가 도드라져 보이는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의 회원가입 신청서가 놓여있다.
회원가입 신청서가 너무 예뻐서 회원가입 안 하고는 못 배기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만난 집행위원장 이희환(41) 씨는 동그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생후 50일만에 인천으로 올라와 송림동에서 자랐다는 그는 지금은 결혼을 해서 간석동에 살고 있다.
8개 단체가 모여 네트워크식으로 연결된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는 한 달에 한 번씩 인천 도시 공간의 현안들을 가지고 회의를 한다.
“회의에 결합하고 있는 8개 단체는 어떤 단체들인가요?”


“환경단체, 인천작가회의와 스페이스 빔과 같은 문화·시민·역사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저희들이 모인 계기가 있었는데요. 2003년 월미산에 군부대가 나가면서 월미산이 50년만에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는데, 돌아오자마자 시설계획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어요. 저희들 생각으로는 월미공원을 자연과 역사가 조화를 이룬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월미산대책위’를 만들어 활동을 하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동인천에만 국한되었던 활동을 역사와 환경이 조화를 이룬 인천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2004년 5월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를 발족하면서 인천 전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활동이 8개 단체에만 국한되어 있는 건 아니에요. 인천 도시문제에 관심이 있는 단체라면 언제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사진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사진

 

문학산에 미사일을 들이는 건 절대 안 돼
작년에는 인천시에서 사회단체 보조금을 지원받아서 ‘인천도시포럼’을 세 번이나 열었다. 2004년부터 모두 여섯 번을 연 ‘인천도시포럼’은 일반인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주제를 잡아서 발제자들이 토론을 한 뒤 문제점의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또 실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7차 도시포럼 계획에 대해 물었다.
“올해는 인천시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시 행정기관들끼리 서로 담당 업무가 아니라고 미루는 바람에 못 받게 된 거죠. 그래도 도시포럼은 계속해서 열 예정입니다.”
작년 9월에 열렸던 제 5차 인천도시포럼 ‘송도(松島) 지명,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라는 자료집에 눈이 간다. 인구가 260만명이나 된다는 인천이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좀더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바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도시포럼’이 계속해서 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에서 지금 가장 크게 다루고 있는 문제는 뭔가요?”


“문학산 되찾기 운동이죠. 문학산에 군부대가 나가면서, 인천의 중심부에 위치한 문학산 되찾기 운동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문학산을 살려야 인천 전체 도시의 환경이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금 문학산 되찾기 운동은 국방부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들여놓는다는 계획에 맞서 인천 시민단체들이 함께 싸우고 있다.
“오는 6월 국방부 예산계획 발표를 대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수도권 9개의 산에 미사일 배치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문학산을 내주게 되면 마치 도미노처럼 퍼지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문학산을 더 열심히 지켜내야 합니다.”

 

 

송도유원지는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려놔야


개항 이후 급격한 근대도시의 길을 걸었던 인천은 광역시로 확장되고 송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서 전면적인 도시 재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81만 평이나 되는 송도유원지를 제대로 개발하지 않으면서, 쉴 곳 없는 인천시민들이 자꾸만 다른 곳을 찾게 되면서 드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요. 송도유원지는 1970~80년대만 해도 늘 소풍을 가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가고 싶지 않은 유원지로 전락을 하고 만 겁니다. 이런 송도유원지를 자꾸만 용도 변경해서 무슨 105층 빌딩을 세우겠다는 둥, 2년 안에 핵심개발지역으로 개발을 하라는 둥, 그런 소리들이 들립니다. 이런 송도유원지에 제대로 유원지 조성을 하고 난 뒤, 나머지는 시민의 숲으로 만들어서 인천시민들의 품으로 돌려놓자는 생각에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희환 씨의 표정에서 답답함을 읽을 수 있다.
“의욕만큼 인적자원이나 물적자원이 풍부하지가 않습니다. 또 참여하고 있는 단체마다 각각의 일이 있다보니 집행력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도시계획이나 도시미래에 관련된 전문가들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그래도 후원해주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이름을 밝히지는 않지만 중요한 정보를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스페이스 빔’에서 ‘도시유목’행사 예정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 중에 인천도시포럼 외에 ‘인천도시디카탐사’가 있다. 일반인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디카탐사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인천의 곳곳을 걸어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역사공부도 하는 것이다.

“올해는 미술전시 대안공간인 ‘스페이스 빔’에서 ‘도시유목’이라는 프로그램을 짜서 예산지원을 확보해 둔 상태입니다. 아마 7월쯤 ‘굿바이 인천’이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굿모닝 인천도 아니고 왜 굿바이 인천이냐고 물었다.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인천시장이 시정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 ‘바이(buy) 인천’이에요. 인천을 판다는 뜻으로 투자를 해달라는 뜻이죠. 거기에 보내는 야유 내지 조롱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줄곧 인천에서만 살았다는 이희환 씨에게 ‘인천’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근대의 풍경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인천이라는 도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빨리 팽창하다보니까 질서나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 많고, 함께 생각해봐야 할 점도 많은 도시입니다.”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이렇게 큰 도시에 시립미술관이 없어요. 한편 박물관이나 문화예술회관은 엄청난 덩치의 문화적인 기반들인데 퇴직 공무원들을 관장으로 앉혀놓고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사진 

문제 제기뿐만 아니라 대안 제시도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에서 이것만은 꼭 해봤으면 싶은 사업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물었다.
“독자적인 사업을 꾸리는 것보다는 조목조목 따져보고 도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민들의 입장에서 송도국제도시를 비롯 경제자유구역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따져보고 싶은데, 정보력이나 그런 게 많이 부족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또 돌아가는 공간은 무척 중요하다. 공간은 한 사람의 심성을 만들고 키워낸다. 한 사람의 이력 속에는 꼭 ‘어디’에서 나고 자랐는지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사람에게 공간이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반드시 지켜내야만 할 문화와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룬 공간에서 자란 사람의 심성은 부드럽고 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공간의 개발은 반드시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류인숙/ 사진 황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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