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음악] 곳곳의 다른 음악, 월드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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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의 다른 음악, 월드 뮤직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우리가 듣는 대중음악은 대개 몇 개의 장르로 구분됩니다. 블루스, 컨트리, 포크, 일렉트로닉, 재즈, 팝, 록, R&B, 랩이 대표적인 대중음악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장르 안에도 수많은 하위 장르들이 있습니다. 각각의 하위 장르까지 따져보면 대중음악 장르는 정말 많아집니다.


 그런데 대중음악 장르가 대표적인 몇 가지 장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각 나라와 지역마다 서로 다른 지역음악, 토속음악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국악이라는 한국 전통음악이 있고, 일본에도, 중국에도, 그 밖의 모든 나라와 지역에도 무수히 많은 지역음악, 전통음악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악만 해도 민요, 정악, 풍물, 산조 등등 얼마나 많은 음악이 있는지 아신다면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금세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많이 들어보신 분이라면 중국의 얼후, 몽고의 마두금, 인도의 시타 같은 악기를 아실 겁니다. 살사, 스카, 레게, 플라멩코, 파두, 삼바, 보사노바, 룸바 같은 장르 음악들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음악이 바로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의 민속음악이고 토속음악이며 전통음악입니다. 이런 음악을 우리는 월드 뮤직이라고 통칭합니다. 『신현준의 World Music 속으로』를 쓴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월드 뮤직 이외에도 켈틱 음악, 헝가리 음악, 집시 음악, 쿠바 음악 등등 수많은 월드 뮤직들이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래서 이 짧은 지면에서 그 많은 월드 뮤직을 모두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월드 뮤직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월드 뮤직 중에서 어떤 음악들은 이미 월드 뮤직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었습니다. 가령 보사노바나 레게는 이제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었고, 살사나 룸바는 대표적인 춤의 장르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보사노바 음악은 어쿠스틱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나 재즈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심심찮게 앨범에 1~2곡씩 넣을 정도이고 나희경처럼 보사노바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뮤지션이 있을 정도입니다. 레게 역시 김건모가 ‘핑계’를 통해 선보인 이후 윈디 시티(Windy City)같은 레게 밴드들이 등장해 한국적인 레게 음악들을 들려준 바 있습니다. 킹스턴 루디스카(Kingston Rudieska)나 스카 웨이커스(Ska Wakers)같은 밴드들은 수준 높은 스카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레게와 스카 뮤지션들은 계속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의 보사노바, 레게, 스카 밴드들이 내한공연을 펼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미권에서 시작해 인기를 얻은 음악, 그러니까 현재 대중음악의 보편적인 장르가 된 음악들은 월드 뮤직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영미권의 음악을 제외한 음악들만을 월드 뮤직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명명은 굉장히 영미권 중심적인 발상으로 여겨집니다. 자신들의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음악을 월드 뮤직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들의 음악을 중심에 놓고 다른 음악은 변방으로 보는 발상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보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은 영미권의 음악이지 이외 지역의 음악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흔히 듣는 한국의 대중음악도 우리의 전통음악이나 민속음악은 아닙니다. 물론 드물게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겨나는 음악들이 있지만 지금 유행하는 대부분의 음악은 바로 영미권에서 시작한 음악입니다. 이런 현상은 중국에 가도, 남미에 가도, 아프리카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그들의 지역 음악을 주로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나라에서 유행하는 음악도 세계적인 유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라고 샹송을 듣고, 이탈리아 사람들이라고 칸초네를 듣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기술의 발전은 세계의 음악을 영미권 음악 중심으로 통합해버린 것입니다. 흡사 우리나라의 빵집들이 파리 바게트, 뚜레쥬르 같은 몇 개의 프랜차이즈로 통합되어 버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적으로 음악을 유통하는 회사들도 유니버셜, 소니비엠지, 이엠아이를 비롯한 몇 개 회사로 다 통합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각 나라에서 스타가 되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영미권 음악의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사실 월드뮤직이라는 용어 자체가 영미권의 음악이 아닌 세계 여러 지역과 나라의 음악을 마케팅하기 위해 태어난 용어입니다. 신현준의 책에 따르면 "1987년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월드 뮤직 전문 음반사(이른바 ’레이블‘)이 회합을 가지고 월드 뮤직이라는 용어를 음악 산업의 새로운 범주로 선언했고, 초국적 음악기업들도 월드 뮤직 레이블을 한두 개 설립해서 ’월드 뮤직 웨이브‘에 동참했고, 1990년에는 빌보드에 월드 뮤직 차트가, 1991년에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월드 뮤직 부분이 탄생하면서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월드 뮤직이라는 구분이 생기고,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른 나라의 음악, 월드 뮤직을 접하기는 더욱 쉬워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 쿠바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이 인기를 끌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의 음악장르들이 한국화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악이라고 부르는 우리의 전통음악을 원형 그대로 소개하거나, 현재의 대중음악과 섞어서 친근하게 소개하려는 노력들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최근 한국의 대중음악이 케이팝(K-Pop)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입니다. 사실 케이팝은 한국의 고유한 지역음악이나 전통음악이 아닙니다. 한국의 여러 대중음악 가운데 영미권의 팝과 힙합, 일렉트로닉 음악이 한국화된 일부의 음악일 뿐인데도 이 음악을 케이팝이라고 구분짓는 것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이고 한국만의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미권에서 건너온 음악이 한국에서 다시 아시아와 영미권으로 뻗어나가는 현상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월드 뮤직을 듣고 즐기는 것일까요? 실제로 월드 뮤직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그런데도 월드 뮤직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의 음악들이 존재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아무리 세계화되었다고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후와 지역, 인종과 역사의 차이는 서로 다른 문화를 만들어냈고 그 문화의 자장 안에서 살아가게 만듭니다. 우리의 삶이 현대화되고, 서구화된다고 해도 영미권과는 완전히 똑같아질 수 없는 법입니다. 쌀밥을 먹고 김치를 먹는 문화가 쉽게 바뀔 수 없듯 우리가 듣는 전통음악도 쉽게 소멸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월드 뮤직을 들으면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령 한국의 풍물과 중남미의 레게는 분명히 다릅니다. 한국에는 없는 리듬이 그 곳에 있고, 그 곳에 없는 리듬이 한국에는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 없는 문화, 서로 없는 정서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표현, 더 다양한 표현을 하게 됩니다. 슬픈 감정이든, 신나는 감정이든 하나의 음악만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여러 음악으로 표현할 때 우리는 정서적으로 더 풍부해집니다. 그래서 월드 뮤직이 끊임없이 영미권의 음악으로 편입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익숙한 장르만 반복하는 것보다 이국적인 음악들이 계속 보충될 때 현재의 음악도 싱싱해지고 시장도 신선하게 유지될테니까요. 물론 그 음악이 원래 있던 그 곳의 음악과 얼마나 똑같은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요. 중요한 건 원조 그대로가 아니라 어렵지 않게 이국적인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야 좋은 상품이 되겠지요. 그런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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