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음악] 가장 현대적인 기계음, 일렉트로닉(Electr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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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대적인 기계음, 일렉트로닉(Electronic)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bandobyul@hanmail.net



지금까지 ‘세상의 모든 음악’이라는 꼭지를 통해 대중음악의 대표적인 장르들을 소개했습니다. 포크, 록, 블루스, 팝, 민중가요, 월드뮤직, 영화 드라마음악, 재즈, 크로스오버, 힙합을 차례로 소개했는데 장르의 역사와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궁금했거나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음악으로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 바람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는 읽는 분들만 아시겠지요.
사실 사람의 귀는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새로운 음악보다는 늘 들어왔던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소개한 음악들 중에서도 어떤 음악은 친숙하겠지만 어떤 음악은 여전히 낯설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악일 것입니다.


음악은 정말 진심을 다해야 마음을 열어주는 연인 같습니다. 말을 걸고 친해지고 서로 사랑하게 되기까지 시간과 정성이 참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요즘은 그냥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음악만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일부러 어렵고 독특한 음악만 찾아 들을 필요는 없지만 무조건 쉽고 가벼운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귀 기울여 듣고 공부해서 듣는 수고로움을 통해 얻는 기쁨과 통찰을 아는 분들이 있어야 우리의 내면도 더 깊어지고 더 다양하고 더 깊이 있는 음악들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리는 음악, 일렉트로닉도 그렇게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음악일지 모르겠습니다. 일렉트로닉, 뜻 그대로 전기와 전자기술을 사용한 음악인데요. 사실 거의 모든 음악은 전기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기타에 전기를 꽂아야 하고, 보컬과 악기에 전기를 쓴 마이크가 있어야 소리가 퍼져나갑니다. 전기가 없다면 라이브 콘서트도 할 수 없고, 녹음을 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냥 전기를 쓰지 않고도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지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대중음악들은 기본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포괄적인 이야기이구요. 장르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하면 범위가 훨씬 좁아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렉트로닉은 실제 연주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자 기술을 통해 만들어내는 음악을 말합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은 연주를 하기도 하지만 기술적인 작용을 통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예로 들면 이해가 빠르겠지요. 최근 아이돌 뮤지션들이 하는 음악 대부분이 일렉트로닉 음악입니다. 가령 엑소(Exo)의 <으르렁>같은 곡, 에프엑스(f(x))의 곡 대부분이 바로 일렉트로닉입니다. 이런 음악들은 라이브를 하더라도 실제 연주는 별로 하지 않습니다. 전자 기술 장치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내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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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아이돌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음악 중에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이른바 EDM이라고 불리는 음악입니다. 요란한 신디사이저 소리와 소음 같은 것들이 바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특징이죠. 보컬보다는 사운드가 훨씬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떤 사운드인지 대충 감이 잡힐 것입니다. 


그럼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아닌 일렉트로닉 음악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아이돌 음악의 대표 상품이 되면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물론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뮤지션들 중에는 더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더 프로디지(The Prodigy)처럼 비트가 강한 이른바 댄스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도 있지만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처럼 록과 결합된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전기 장비를 쓰는 음악은 록, 재즈, 힙합 등 다른 장르와도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처럼 비트가 강조된 음악이 아니더라도 전기 장비를 통해 우울함이라든가, 고독감을 비롯한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독특하고 세련되고 격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낸 음악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매시브 어택은 자신들의 음악 안에 현실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갈수록 도시화되고, 기계화되면서 복잡해지는 현실에 맞춰 생각도 많아지고 무의식까지 복잡해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일렉트로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계음 같지만 그 또한 사람의 마음을 담아 사람이 직접 만들고 사람이 즐기는 음악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일렉트로닉 음악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모든 음악이 그렇듯 일렉트로닉 음악 역시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부터 발현되었습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뿌리를 이루는 것은 1970년대의 디스코와 펑크 음악입니다. 이 음악들은 미국의 시카고, 뉴욕,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1980년대에는 하우스와 테크노 음악으로 발전되었습니다. 그 후 1990년대에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정글 드럼 앤 베이스나 트립합 같은 장르로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은 클럽을 중심으로 뻗어나갔고, 엠비언트 하우스, 익스페리멘탈 테크노, 테크 하우스, 일렉트로 테크노 등 더 많은 하위 장르의 스타일들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일렉트로닉 음악은 훨씬 더 많은 장르를 갖춘 대중음악 장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주말의 클럽가에서 DJ가 선곡하고 손을 댄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노이즈가 부각된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으며 음악의 새로운 상상력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만큼 일렉트로닉 음악의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이렇게 일렉트로닉 음악이 폭넓게 확장된 것은 일렉트로닉 음악이 실제 연주를 통해 만들어지는 다른 음악과 다른 정서와 질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굳이 연주를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악기를 사고 연습을 해야 하는 다른 장르와는 달리 일렉트로닉 음악은 연주를 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노트북 하나로도 음악이 가능한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음악을 하는 방법도 바꿔놓았습니다. 그래서 샘플링을 비롯한 새로운 논쟁이 생기기도 했지만 기술과 결합된 음악은 자연적인 소리와는 다른 소리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듣게 될 새로운 음악 역시 일렉트로닉한 음악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이돌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이디오테잎, 글렌 체크를 비롯한 실력 있는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에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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