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결사반대!” 나와 나의 비참한 싸움

“정규직 전환 결사반대!” 나와 나의 비참한 싸움

유현아 시 <허기> <기타 등등과 함께 춤을>

글 최규화 (기자)​/ realdemo@hanmail.net

“교육계의 정유라!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화 결사반대!”

무슨 소리인가 한참 들여다봤다. 8월 12일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의 집회 사진 속 손팻말에는 분명 저렇게 적혀 있었다. 정유라라면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를 말하는 거겠지. 특권과 부정, 반칙의 동의어로 쓰임직한 저 이름이 왜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를 수식하는 데 쓰이고 있는 걸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는 등, 의지를 보여왔다. 7월 20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와 강사 등은 ‘예외사유’에 해당된다면서 전환 대상에서 누락시켰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기간제 교사와 강사는 모두 약 5만 5000명으로, 전체 기간제 근로자 약 19만 명의 29% 정도를 차지한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누락된 기간제 교사들의 반발이 당연한 상황. 다행히(?)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원 단체와 ‘예비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중등 예비교사 단체는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 불가를 촉구하는 ‘전국 50만 교원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임용 정원이 크게 줄어들어 반발하고 있는 초등 예비교사들과, 유치원 예비교사들 역시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허기

날마다 똑같은 허기가 찾아와

난 땜질하러 돌아다녔지
연장은 필요치 않았지, 연장延長만 필요했지
단기 근로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일사천리였어
15년 경력은 필요치 않았지,
완벽한 일처리도 원하지 않았어
난 땜질만 하면 되었어
6개월에 한 번씩, 3개월에 한 번씩
운 좋으면 10개월을 할 수도 있지
휴직한 그들의 인사고과는 두껍고 우수해졌어
점심시간이 되면
난 땜질을 잠시 쉬고 밥 먹으러 가지
하늘이 듬성듬성 땜질 되어 있고
저 구름도 땜장이처럼 위대해 보였어

늘 똑같은 허기가 찾아와
저길 봐
반 토막 난 해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거 보이지

유현아 시인의 시집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애지/ 2013년) 60~61쪽에서 찾은 시다. 일꾼에게 연장은 제 몸의 일부처럼 소중한 것이지만, 비정규직 일꾼에게 더 소중한 것은 그 연장이 아니라 다른 “연장延長”이다. “반 토막”짜리 노동자의 “허기”, 헛헛하게 비어 있는 마음속 불안과 허무는 밥으로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내년에도, 다음 학기에도 계속 일할 수 있을까?’

7월 27일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6개월 단위의 쪼개기 계약, 방학을 제외한 쪼개기 계약, 중도 계약 해지 등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호봉 승급 시기의 제한, 성과급 지급 표준 호봉, 정근 수당 등의 차별과 1급 정교사가 되기 위한 연수 대상에서조차 제외됨으로써 자질 향상을 위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예비교사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임용 준비생들을 명백하게 역차별 하는 것”이라고. 또 “불공정하게 채용된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이들은 왜 정교사가 되지 못하고 “반 토막”짜리 교사가 될 수밖에 없었나, 하는 것이다. 8월 6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2000년 전국의 기간제 교사는 전체 교사 중 4.2%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0년 5.8%로 늘어났고, 2016년에는 9.5%로 치솟았다. 특히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정교사 수는 4%밖에 늘지 않았지만, 기간제 교사 수는 같은 기간 76%나 증가했다.

오마이뉴스 기사가 전한 또 다른 통계 하나. 2016년 10월 서울 사립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3306명 중에서 ‘정교사의 휴직 대체’를 이유로 채용된 교사는 18.8%뿐이었다. 전체의 77.1%는 ‘특정 교과 한시적 담당’, 즉 그냥 계약기간 짧은 교사를 쓰기 위해서 채용된 것이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 사립 중고등학교에서 퇴임한 교사 1845명의 결원 중 65.9%를 기간제 교사로 채웠다는 통계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타 등등과 함께 춤을

날개를 펴지 않아도 날 수 있죠
회전을 할 때마다 곧게 뻗은 다리가 붕 뜨기 시작하죠
조명이 비추지 않았죠 늘 살짝 비껴가는 걸요
가끔 주인공의 사돈의 팔촌의 팔촌으로 춤을 추기도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관심 가지고 쳐다보지 않아요
낭만적인 밤에 그녀는 우리를 위해 날았죠
그녀는 주로
이름 없는 바람이거나
아무나 고양이이거나
그밖에 백조이거나

그녀는 땅을 딛고 있을 때가 더 아름다웠어요
사람들은 궁금해 하죠
왜 땅에 발을 딛지 않는 거니
내 발바닥은 찬란한 허공을 좋아하나 봐요
그녀는 낭만적인 대답을 했죠
그녀는 웃어요 화장을 진하게 한 탓인지
눈동자에서 땀이 흐를 때도 있죠

나도 그래요 나도
이름 없는 아무나 회사원이고 그밖에 여러분이니까요
난 그녀를 위해 표를 사죠
그녀는 기타 등등 그밖에 여러분을 위해 춤을 추죠
황홀하고 아름다운 두 발을 날개처럼 곧게 뻗어 하늘로 오르죠
그녀의 조명은 바로 우리들인 거죠
나의 주인공은 바로 그녀인 거죠
요정이 되어 화려한 허공에서 춤을 추는 거죠
나도 그녀와 함께 춤을 추는 거죠

같은 시집 30~31쪽에 실린 시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꼭 “아무나”와 “그밖에”의 싸움 같다. 기간제 교사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는 다시 예비교사로 돌아간다. 임용고시의 벽을 넘지 못한 예비교사가 당장의 밥벌이를 위해 “단기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또 기간제 교사가 된다. ‘기간제 교사’와 ‘예비교사’의 갈등은 결국, 이름 없는 ‘나’와 ‘나’의 갈등이다.

‘휴직 대체’가 아니라 ‘비용 절감’을 위해 존재하는 기형적인 기간제 교사 제도가 만든 비정규직들. 그들을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이라고, “교육계의 정유라”라고 비난하려면, 이렇게 많은 “반 토막”짜리 교사들에게 교육을 맡고 놓고 있었던 교육 당국부터 호되게 매를 맞아야 한다.

‘나’와 ‘나’의 비참한 싸움을 지켜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그녀의 조명은 바로 우리들”이 되고, “나의 주인공은 바로 그녀”가 되는 연대로 해법을 찾아나갈 수는 없을까. 이름 없는 “아무나”와 “그밖에”의 처절한 싸움을 팔짱 끼고 지켜보고 있을 ‘진범’들 때문에, 더 참담하고 원통한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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