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 DMZ생명평화민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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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 DMZ생명평화민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정전 60주년, DMZ에서 평화를 기념합니다”


글 김남희/ knh08@kdemo.or.kr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던 7월 27일 토요일. 강원도 인제 위치한 한국DMZ평화생명공원에 언어도, 나이도, 국적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바로 “피스(peace, 평화)”. 정전 60주년을 맞아 열린 ‘정전 60 DMZ생명평화민회’(이하 생명평화민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성문밖학교 학생들 “마음이 편안하고 조용한 것이 평화예요.”

 

“어제 방학을 하자마자 오늘 캠프에 왔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인제는 겉보기에도 정말 깨끗하고 평화로운 곳이라서 그런가 봐요.”(안은채)
“평화는~ 마음적으로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일을 해도 조용하고 편안한 거요.”(김영아)

 

아이들은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도 해맑고 천진난만하다. 생명평화민회를 찾은 경기도 광주시의 ‘성문밖학교’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조를 짜서 평화생명동산 건물의 철제외벽에 자석을 이용한 색판을 붙여 생명평화 메시지를 붙이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중 김영아 양, 김한빛 군, 안은채 양, 이비 양은 ‘PEACE`(평화)를 영어 대문자와 다양한 이미지, 나아가 몸으로까지 표현했다. 자세히 보면 각각의 영문자 주변에는 People, Energy, And, Connect, Earth를 상징하는 그림들도 그려져 있다.

 

성문밖학교에서 ‘천지울’이라는 풍물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생명평화민회의 평화 풍류 마당제에서도 그 솜씨를 뽐냈다. 김한빛 군은 “정전 60주년을 기념해서 하는 행사라고 들어서, 따로 2주 정도를 연습했어요. 지금까지는 전쟁이나 북한 같은 문제에 관심이 없었는데, 평화와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전쟁과 평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져 보았다. 제법 진지한 답변들이 나왔다.
  “불안해요. 언제 전쟁이 날지 몰라서 항상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요. 전쟁은 나기 전부터 소문이 돌면서 평화를 깨트리죠.”(안은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점이 마음이 아파요. 독일은 통일을 하니 이미지가 참 좋아졌잖아요. 우리나라는 안 좋은 이미지로 유일하다는 말을 들으니까 걱정이에요.”(김영아) 



라오 킨지 홍콩 린난대 교수 “한반도 평화는 아시아 전체의 안전과도 직결”

 

생명평화민회에는 세계 각국의 평화수호자들이 함께했다. 유럽과 홍콩 등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영어로, 일본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일본어로 각각 소규모 토론과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중 홍콩의 린난대학에서 문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라오 킨지(Lau Kin Chi)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오 킨지 교수가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단지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아시아인들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한반도는 사실상 전쟁이 종식된 것이 아니라 전쟁이 다른 형태로 계속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민족주의 감정과 타민족에 대한 증오 같은 공포의 정치학을 뛰어 넘는 시민운동이 중요합니다.”라면서 “아시아 국가 간의 정상적인 관계와 평화가 이루어진다면 군대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이 군사적 통제도 못하게 될 것이며, 군수산업이라는 미국의 중요 소득원도 잃게 되겠지요.”라고 전했다.

 

이런 신념으로 그는 다양한 시민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적인 여성평화운동인 ‘Peace Women across the Globe’(PWAG),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South Forum on Sustainability’ 등의 활동이 그것이다. 생명평화민회에 참석하기 직전인 7월 22부터 25일 까지도 경희대에서 열린 ‘역사NGO세계대회’에 참석해 한중일 3국의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라오 킨지 교수가 생명평화 관련 이슈 중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바로 ‘여성과 평화’다. 그는 “한편으로 여성은 전쟁의 최대 피해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을 일반화시키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머니들이 최우선 관심사는 자녀들에게 더 나은 환경과 삶을 물려주는 것이죠. 자신이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본인과 자녀들을 위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용기를 북돋아야 하는 여성들이야말로 그 자체로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라오 킨지 교수는 평화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연대의 첫걸음은, 다른 단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동의 비전과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위안부를 운영하고 생체실험을 한 일에 대해서 아시아 각국이 당시 증거를 수집하고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운동을 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여러나라 언어로 번역해 공유하고,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인터넷 등 열린 공간을 통해 대중에게 확산해야 합니다.”



박소정 ‘대한민국 민회’ 공동조직위원장 “이제 정전이 아닌 종전으로 향할 때”

 

“생명평화민회가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올해는 정전 협정 60주년이지요. 이제는 정전이 아니라 종전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박소정 대한민국 ‘민회’ 공동조직위원장은 광주‧순천 지역의 학계, 지자체 종사자, 문화예술계, 시민운동가, 농업종사자, 여성 활동가 등 30여명과 함께 생명평화민회를 찾았다. 그는 “버스로 긴 시간 이동했지만 내내 설레고 행복한 마음으로 왔어요. 그것이 모든 참가자들의 표정에 드러나지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참석자들은 광주‧순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림을 하는 공부모임인 ‘무등공부방’ 회원들이다. 매주 화요일마다 공부를 하고 있는데, 모임이 결성된 지도 벌써 5년이 되었다. 박 위원장은 “오늘도 함께 오신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의과대)님과 김성종 대표님이 이 모임을 이끌고 계십니다. 이 두 분은 대한민국 민회의 지혜위원과 실행위원이시기도 하지요. 이 어울림 모임 자체가 일종의 ‘광주민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모임은 인문학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에 현안 이슈가 생겼을 때 의견을 모아 정책제안도 하고 직접 실천운동도 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한다. 봄과 가을로 1년에 두 차례씩 ‘이화에 월백하고...호남의 얼을 찾아’라는 이름으로 호남 정신을 공유하는 문화마당을 벌이기도 한다.

 

박 위원장은 무등 공부방을 처음 접하고 "아주 경이로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어른들이 매주 모여 다양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10여 년 전부터 생명평화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보면 시민단체 등 사회 곳곳에서 생명존중, 뭇생명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들을 서로 어울림으로 모아갈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가 언제부턴가 더 많은 갈등과 편가르기로 분열되고 있는데, 대한민국 ‘민회’가 이러한 갈등을 줄이고 지향점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의 평화운동가 이토 칸리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이념과 국경을 넘습니다.”

 

“일본에서도 독도(다케시마)를 일본 영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헌법을 수정해서 군사력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독도 문제나 센카쿠 열도 문제를 내세우는 것뿐입니다. 북한이든 남한이든 일본이든, 일반 시민들은 모두다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다 평화와 우정을 염원합니다.”

 

생명평화민회에는 20여명의 일본인들도 참여했다. 대부분 시민사회에서 평화운동, 생명운동을 해온 활동가들이다. 후쿠오카현에 사는 이토 칸리 씨는 2007년 ‘스톤워크 코리아’(stone walk korea)에 참여했던 독특한 이력으로, 이후 한반도의 평화운동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톤워크’란 전쟁 피해자를 추모하며 평화의 길을 걷는 국제반전평화순례단이다. 2007년에는 한국, 일본, 미국의 평화활동가등과 시민들이 돌로 만든 대형 비석을 특별 제작한 손수레에 싣고 부산에서 판문점까지 순례길에 나섰다.

 

“미국 평화순례자들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일을 사과하겠다고 일본에 와서 스톤워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를 보고 우리도 한국이나 중국에 사죄하러 가야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돌에는 사죄, 우정, 평화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것을 데굴데굴 굴려서 가는데만 45일이 걸렸습니다. 당시 ‘돌을 던지겠다’며 위협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일본의 식민을 겪은 분들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아시아에서 다시는 전쟁이나 침략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일본의 시민운동가들을 모아서 함께 왔습니다. 저의 친구 한 사람은 지금쯤 북한에서 정전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을 겁니다.”



통역지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김영정, 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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