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사람들

[길 위의 사람들] 우리 손으로 만든 정책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정책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

‘2013 대한민국 정책컨벤션&페스티벌’과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글 김남희/ knh08@kdemo.or.kr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배로 3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섬 고틀란드(Gotland)섬에서는 매해 7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Almedalen Week)’가 열린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한 스웨덴의 휴양지인 발트해 중간의 작은 섬에서 “오늘날의 스웨덴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총리와 7개 정당, 700여 시민단체, 일반 시민 등 무려 10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정치 축제다. 카페와 광장, 거리 등에서 무려 1500회의 토론회가 벌어진다.

알메달렌을 모델로 한 행사가 우리나라에서도 열렸다. 지난 8월 17~18일 일산 호수공원 꽃박람회장 일대에서 개최된 ‘2013 대한민국 정책컨벤션&페스티벌’이 바로 그것.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한국사회 싱크탱크들이 모여 각각의 정책을 내놓고 알리고 서로 토론하는 정책 축제다. 2013대한민국정책컨벤션&페스티벌조직위원회와 대한민국민회조직위원회가 주최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전체 행사 후원을 맡았으며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정책만민공동회’를 주관했다.

‘우리가 만드는 대한민국…각자 그리고 서로’를 슬로건으로 한 이 행사에서는 ‘지방자치와 거버넌스’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장들이 펼쳐졌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와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이 함께한 씽크탱크 세션, 지역거버넌스 우수사례 PPT쇼, 정책만민공동회, 정책 콘서트, 시민사회단체 초청세션, 정책부스 전시회, 시민공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건물 내에서의 토론식 행사에서 벗어나 호수공원 일대 야외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일반시민들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정책만민공동회’…원탁토론으로 시민 스스로 정책 대안을

기념사업회과 주관한 정책만민공동회는 호수공원 옆 나무그늘 아래에 원탁과 의자를 비치하고 8개 팀을 꾸려 시민들이 자유롭게 원탁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8명 가량으로 한 모둠을 만든 시민들은 지방자치와 거버넌스를 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만민공동회를 진행한 전문교육기관 데모스(DEMOS)의 대표강사는 “강연자 혼자 앞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활동하고 협력해서 대안을 만드는 것을 경험해보는 자리”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는 먼저 무선응답 투표기를 활용해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지방자치와 거버넌스의 현재와 미래를 표현한 아이콘을 선택한 후, 간단하게 자신의 소개를 하고 2~3분 내외로 그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이다. 필자가 참여한 8번 모둠의 참여자인 한경민씨는 “현재도 미래도 흐리다고 생각합니다. 민관협력에 대한 대안은 나오지만 계속 맴도는 느낌이에요. 절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너무 급박하게 진행을 하다 보니 계속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민들도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의견나누기 시간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경청하고 반대토론은 하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이지만 모든 사람이 빠짐없이 공평하게 발언한다는 원칙으로 진행됐다. 진행은 파란 옷을 입은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들이 도왔다. 퍼실리테이터란 중립적인 위치에서 집단의 활동 프로세스에 관여하여 집단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사람을 뜻한다. 행사 2시간 전 미리 간단한 교육을 받은 이들은,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에는 포스트잇 6개를 붙인 백지를 하나씩 나눠 갖고, 서로 돌려가며 빈 포스트잇에 ‘지방자치와 거버넌스 정책 방향’에 대한 내용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제안하고 싶은 정책 아이디어를 짧게 적고, 이 포스트잇들을 비슷한 주제별로 분류하고, 이 분류된 그룹에는 아이디어 이름을 붙였다. 또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공감하는 것에는 투표도 했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협력, ▲지역경제, ▲주민의식 변화, ▲민심은 천심, ▲풀뿌리 민주주의, ▲주민참여 확대, ▲시민과의 소통 일상화, ▲생활복지 실현의 8가지다.

 

 

8조에는 일산에 거주하는 노신사 두 분도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요 옆에 사는 할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류희동(72) 씨는 8조의 분위기메이커였다. 옆자리 젊은이에게는 “자네는 왜 이렇게 기분 나쁘게… 잘생겼나?”라고 농을 치거나, “아이고 더워 죽겠네.”라며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는 “죽으면 안 되지, 더워서 살겠네, 해야지.”하며 응원의 말을 던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류희동 씨는 “한국전쟁도 경험했다. 인생을 돌아보면 지금처럼 살기 좋은 때가 없다. 그러나 조금 더 좋은 삶에 대한 욕구는 인간인 이상 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거다. 나는 이렇게 나이가 들었어도 나의 참여로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모임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 꼭 참여하고 있다. 열정적이고 진보적인 젊은이들 중에는 이런 생각 가진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생소한 행사였지만 참여해보니 참 좋다.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자. 알메달렌은 매해 7월 초 8일 동안 열린다. 스웨덴 8개 정당이 8일 동안 매일 하루씩 배정받아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정기국회가 6월말에 끝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각 정당은 하반기와 그 다음해 펼칠 정책을 설명한다. 의회에서 130석을 가진 사회민주당이나 19석을 가진 녹색당이나 동등한 조건에서 연설을 한다. 
 


수상이나 각급 장차관 같은 정치인부터 언론인, 노조, 기업, 시민단체, 전문가, 일반 시민들이 격의 없이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보던 정치인들이 편한 캐주얼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일반 시민들이 자비로 와서 유명 정치인들의 말도 듣고 의견도 내놓는다는 점이다. 이런 움직임이 가능한 것은 스웨덴의 정당정치가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이며, 또 한편으로는 시민의 이러한 목소리가 그만큼 정책에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알메달렌 현장에서는 어린이와 학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아직 선거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대한 살아있는 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토론회를 열어 자신들의 정책을 홍보하고 상호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많은 효과를 낳는다. 대화, 타협, 사회적 합의, 참여의 제도화 등의 효과가 그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복지제도의 안정성에도 크게 기여한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 국가경쟁력, 경제력이 높은 나라이지만, 일자리 창출 수준이 낮다. 개인이 많은 세금을 내야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의 목소리가 적은 것은 이렇게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책 입안자들은 이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구체적으로 답을 내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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