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멀리멀리

<오월의 노래 1>

<오월의 노래 1>


글 이은진 신나는문화학교 대표 jini0501@gmail.com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우리에게 오월은 광주와 함께 기억되는 계절이라 그런지, 부서지는 햇살이 화려하다기 보다는 시리고 아프게 느껴집니다. 오월 광주에 관한 노래는 참 많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의 노래 1, 2, 3>, <전진하는 오월>, <오월이야기>, <광주천>, <무등산가>, <꽃아꽃아>, <5.18> 등등. 이번에는 그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는 <오월의 노래 1>과 이 노래를 창작한 문승현이 활동했던 노래모임 `새벽`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눠볼까 합니다.

80년 봄의 엄청난 죽음과 패배를 경험한 지식인들은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괴로운 상황 속에서 현실을 알리려는 많은 노력들과 더불어 좌절과 분노를 노래로 표출했습니다. 그 시대의 노래가사들은 죽음과 억압의 이미지가 뚜렷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민주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혼신의 노력이 만들어낸 희생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기 노래들은 단지 좌절과 패배,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만이 아니라 여기서 출발하여 부활하는 광주, 투쟁하며 승리하는 광주의 이미지로 패배의식을 극복해 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음악형식으로는 단조 군가의 영향을 받은 행진곡과 단조 스탠더드와 가곡의 영향을 받은 단조 발라드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형식은 포크에 비해 보다 넓은 계층과 연령층에 호소력을 갖게 됩니다. 또한 작품에서 그리는 인간형이 혼자 담담하게 사색하는 지식인에서 집단적으로 행동하고 격렬하게 고뇌하는 지식인으로 변화하였습니다. 80년대 중후반까지 이러한 노래들의 흐름을 주도한 집단이 바로 노래모임 `새벽`입니다. 



노래모임 `새벽`은 84년에 창립된 민중문화운동협의회(이하 민문협)의 음악분과였습니다. 다른 분과들은 기존의 문화소집단들이 모인 반면, `새벽`은 이때 같이 창립을 하게 되지요. 84년은 학내 상주하던 기관원들이 철수하여, 이른바 학원 자율화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대중공간이 열리던 시기입니다. 대부분의 민중민주운동 단체들이 이때를 전후하여 발족되었고 이전까지의 반합법, 비합법 공간을 중심으로 해오던 운동이 공개적인 공간으로 확장되어갔습니다. 노래모임 `새벽`은 바로 이러한 분위기에서 노래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민중가요를 창작, 보급하기 위해 결성되었습니다. 서울대 노래 서클인 ‘메아리’와 고려대 ‘노래얼’, 이화여대 ‘한소리’ 출신의 선배그룹을 중심으로 하여 성균관대 ‘소리사랑’, 연대 ‘울림터’에서 활동하던 학생그룹이 결합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곡가 문승현, 문대현, 이현관 등과 가수 김삼연, 윤선애, 안치환 등이 ‘새벽’의 멤버였고, 또 대중가수로 너무나 잘 알려진 故 김광석 씨도 한때 ‘새벽’의 가수였습니다.

그 이전까지 민중가요는 전문적인 노래운동 집단이 없는 상태에서 창작자가 명확하지 않게 구전되거나, 기존 대중가요나 가곡, 민요들을 재해석해서 부르곤 했었다면, ‘새벽’ 이후에는 목적의식적인 창작, 보급 활동으로 노래운동의 주체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구전되어 불리던 민중가요를 엮어 공연으로 만들기도 했고, 또 주제를 가진 극 형식을 도입한 노래공연을 만들고, 창작곡도 많이 발표했습니다. 초창기 문승현의 <이 산하에>가 민중가요의 중심에 진입하여, 대학가에 인기를 얻으면서 ‘새벽’의 활동은 대중들에게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일이 크고 음역대가 높은 이 노래는 각 대학 노래 서클마다 <이 산하에>를 부르는 가수는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로 칭송받으며 개인의 이름까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새벽은 창작활동과 보급에 있어서 유일한 전문노래운동 집단이었고, <이 산하에>, <귀례이야기>, <밥자유평등평화>, <사계>, <그날이 오면>, <깜박잠>, <여공일기>, <벗이여 해방이 온다>, <대결>, <만주출정가>, <저 평등의 땅에>, <선언1, 2>, <광야에서>,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 <저 놀부 두 손에 떡들고> 등 80년대 대중적으로 불리던 수많은 노래들이 대부분 ‘새벽’에 의해 창작되거나 ‘새벽’의 공연을 통해 알려진 노래들입니다. 이렇게 창작된 민중가요들은 80년대 중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려지고 퍼져나갔으며, 학교뿐 아니라 교회나 지역의 문화공간을 통해 노동자나 지식인들의 소모임에서도 불렸습니다. ‘새벽’의 공연 형태와 창작곡들은 대학 노래 서클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90년대 초반까지 대학의 노래 서클을 음악적, 사상적으로 지도하면서 노래운동을 발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오월의 노래>는 ‘새벽’ 이전에 발표된 문승현의 창작곡인데, 민중문화운동협의회 5집 [민주주의여 만세]에 수록되어 있는 음원으로 들으시겠습니다. 민문협에서 발표한 4집까지는 주로 주제를 가지고 연합적으로 만든 기획음반이었다면, 85년 노래모임 ‘새벽’이 제작한 최초의 음반이 [민주주의여 만세]입니다. 그리고 <오월의 노래>는 광주의 처절함을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서정적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담담하고 고운 창법으로 대중들의 가슴 속에 파고들었던 노래입니다. 후에 ‘노래를찾는사람들’ 음반에 여성 보컬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많은 이들이 여성의 노래로 기억하고 있지만, 이 테이프에서는 남성 보컬이 불렀습니다. 



<오월의 노래 1>
                                         문승현 글, 곡
*** 노래듣기 >>>
오월의 노래

봄볓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 향기 머무는 날
묘비 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음~

이렇듯 봄이 가고 꽃 피고 지도록
멀리 오월의 하늘 끝에 꽃바람 다하도록
해 기우는 분수가에 스몄던 넋이 살아
앙천에 눈매 되뜨는 이 짙은 오월이여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음~


* 음원 출처 : 민중문화운동협의회 5집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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