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시대의 사회운동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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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시대의 사회운동과 시민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민참여의 촛불을

조희정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choheejung@gmail.com

네트워크 사회운동 관점에서 촛불집회에 관한 질문

세계 최초 촛불집회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8년 5월 미국의 반전(베트남전) 시위1)였다.

국내에서는 그로부터 20년 후인 1987년 6월항쟁에서 평화시위를 주장하는 촛불집회가 등장했다. 이후에 1992년 하이텔 유료화 반대 네티즌 촛불집회가 소규모로 진행되었으며, 2002년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추모 집회,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 집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2006년 새만금 개발 반대 집회, 2007년 한미 FTA 반대 집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그리고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 집회 등 한국 현대사의 중요 분기점마다 촛불집회가 진행되었다.

촛불집회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1) 누가, 2) 왜, 3) 어떻게 광장에 나왔고, 촛불집회에 대해 4) 정부나 정당이 어떻게 반응했으며, 그래서 5) 촛불 이후의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하는 다섯 가지 질문을 제시할 수 있다.

네트워크 사회운동 관점에서는 세 번째 질문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어떻게 참여자가 결집하고, 주장이 확산되며,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이나 뉴미디어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즉, 네트워크 이용 방법과 기술을 이용한 의제설정(agenda setting), 정보제공(informing), 투표/청원(voting/petition), 조직화(organization),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 등 행위자 결집과 의제 확산 방법에 관심을 가진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걸러진 뉴스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누구나 쉽고 신속하게 알게 되며, 이러한 정보제공방법의 변화가 중요한 평가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술 양식이 복합적으로 발전하면서 일방적으로 정보제공 습득의 규모가 확대된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투표로 의견을 표출하고 토론하며 연대하여 집단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졌다.

2016/17 촛불집회에서는 역사상 유례없이 누적 인원 1,500만 명 이상이 참여하였고, 그 지속기간도 5개월로 사상 최장기간 동안 진행되었다. 이 집회를 통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한편 매주말 촛불집회 사이 주중에는 수많은 일상적 온라인 정치참여가 나타났다. 그런 온라인 정치참여는 주말 촛불집회처럼 주중 촛불집회 역할을 하여 일상생활 속의 참여를 이끌었다. 따라서, 그 안에 나타난 전략을 분석하는 것은 기술의 정치적 기여를 평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네트워크는 촛불의 무엇을 연결하는가

❶ 해시태그 의제설정
온라인 공간에서 촛불집회를 추동한 첫 출발점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hashtag)였다. #그런데 최순실은?(2016년 10월 7일 SBS 김형민 PD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 해시태그 붙이기 운동을 제안), #그러니까_탄핵합시다, #나와라_최순실, #내려와라 박근혜, #닥치고 탄핵, #당장 탄핵해,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특검 힘내라, #하야하라, #하야해_박근혜와 같은 소셜미디어 게시자 지정 주제어인 해시태그는 딱딱한 고유명사의 나열이 아니라 게시자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축 문장 형식으로 짧고 강렬하게 네트워크에서 확산되었다.

해시태그 의제설정(hashtag agenda setting)은 과거 집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던 장문의 대자보나 의견서와 다른 온라인 시대의 소통방식이며, 그 형태의 간결성에 작성자의 주관성이 깊게 반영된 매우 창의적인 의제설정 방식이다.

즉, 누군가 장문의 계몽적인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1 대 다로 전파하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들’의 (때로는 감정적이고 때로는 사건을 고발하는) 단문의 아이디어가 온라인 공간에서 공명과 공감을 일으켜 이슈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수평적 전파 과정이다.

❷ 소셜 라이브의 정보제공
2008년 촛불집회에서는 아프리카TV를 통한 1인 미디어 현장 중계가 매스미디어가 수행하기 어려운 대안 미디어 역할을 하였다. 2016/17 촛불집회에서는 동영상 중계채널이 더욱 확산되었을뿐만 아니라 누구나 잠깐 촬영하여 포스팅처럼 게시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라이브가 각광을 받았다. 단지 웹에 연결한 1인 미디어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빠르게 주변에 전달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라이브로 진일보한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튜브 동영상 확산, 소셜미디어 라이브(트위터 페리스코프, 페이스북 라이브, 다음 TV팟 라이브, 팩트TV, 유튜브 라이브 / 외국인은 영어로 해설하며 생중계), 360도 카메라 촬영 등 적극적인 생중계 현상으로 개인 방송국의 폭발이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스미디어의 사건 중계는 사건 현장보다 늦게 이루어지고, 모든 사건이 중계되지는 않는다. 반면, 1인 미디어의 현장 중계는 신속할 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의제선정(gatekeeping) 단계가 없기 때문에 훨씬 다양하고 자유로운 소재의 중계가 가능하다. 이제는 사건을 TV나 라디오, 신문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미디어인 1인 미디어를 통해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으며, 보도의 민주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2016/17 촛불집회에서는 사안과 국면의 특성상 다수의 참여가 이미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참여를 독려하는 의미의 정보보다는 다수에게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주력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즉, 집회 참여 경험이 없는 이들을 위한 스마트폰 앱 지리 정보, 참여장소 정보 등의 편의 제공에 주력하였으며, 이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2008년 촛불집회에서는 없었던 현상이다.

❸ 투표와 청원
투표와 청원은 시민의 결집과 행동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16년 10월 말부터 준비하여 12월 1일 밤 11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박근핵 닷컴(https://parkgeunhack.com)’에서는 12월 9일까지 탄핵 청원에 92만 명이 서명하였으며, 의원당 3,000~58,000건의 청원이 접수되었다.

이 외에, 2016년 12월 1일 서울대학교 동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20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락처 및 주요키워드’라는 글이 게시되어 의원들의 휴대전화 연락처가 확산되고 의원들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폭발하였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제작한 모바일 투표에는 23만 명이 참여하였으며, 99.3%가 퇴진의견을 표명하였다.

❹ 유연한 조직화
유연한 조직화는 말 그대로 촛불집회 참여를 위한 네트워크 조직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2016/17 촛불집회에서는 2008년에 비해 그 과정이 더욱 다층위적으로 나타났는데, 첫째, 행사 운영 주체로서 온라인 비상 국민행동이라는 시민단체 연합체가 있었지만 이들은 결집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참여를 독려하고 집회를 운영하는 지원적 조직으로 기능하였다.

둘째, 커뮤니티 맵핑의 집단기록은 다수가 참여한 기록을 축적하고 정리하여 일종의 정보제공 기능을 하면서 관심 있는 시민을 연대하도록 만들었다.

셋째, 온라인 커뮤니티 액티비즘은 2008년의 집합적 결집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는데, 혼참러와 같은 개인 참여 등이 더 두드러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여전히 결정적인 정보 제공과 실천은 지속되고 있었다.

넷째, 가장 의미 있는 현상으로서 플랫폼 네트워크가 매우 활성화되었다. 네트워크 사회의 사회운동은 기존의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유연하고 개방적인 네트워크 유지로 활성화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플랫폼이며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제도화로 이어지는 인적․기술적 자원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❺ 패러디와 게임의 문화정치
패러디와 앱 게임 등은 답답한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문화적 유희의 도구로 작용하였다. ‘순실이 닭 키우기’(주인이 닭에게 고소고발, 펜 세우기, 연설문 수정, 물 뿌리기 등을 지시하면서 닭을 성장시키는 게임으로 1만 회 이상 다운로드),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이용한 ‘순시리닷컴’, ‘순실이 빨리와’(10월 28일에 공개돼 2일 만에 5000회 이상 다운로드. 말을 탄 최순실 캐릭터를 조종해서 수갑 등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으로 평점 5점 만점에 4.9점을 얻을 정도로 인기), ‘Choi’s GATE’, ‘최순실게임’, ‘촛불런-순실의 시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 등의 다양한 게임은 상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외에도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텀블벅을 통해 헌법 1조 1항, 2항 금속뱃지 제작이 이루어지고, ‘탄핵커톤’을 통해서는 개발자들이 24시간 모여 촛불집회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촛불이 꺼지고 난 후 생각해볼 것들

촛불집회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토론이 진행되었다. 중요한 문제는 촛불집회가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으로서, 일시적 일탈이나 감정(분노) 표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항담론을 형성하여 이후 촛불정신 등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남겼는가, 참여민주주의와 협의민주주의를 활성화시켰는가, 구체적으로 제도를 변화시켰는가 등이다. 이와 같은 평가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촛불은 ‘집회’, ‘혁명’, ‘시위’, ‘항쟁’으로 정의할 수 있다. 2)

네트워크 사회운동 실천 차원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촛불집회 참여자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이다. 물론 언제나 같은 계층이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매우 다양한 범위에서 참여가 나타나고 있지만, 네트워크 사회운동 관점에서는 네트워크 사회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와 같은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다거나, 집단이나 대중이 아닌 다중과 개인의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연결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이성적인 결집이 아니라 감성적인 일시적 일탈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감성에 의한 참여가 일시적이고 일탈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반대편에 모인 태극기집회를 분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둘째, 시민기술을 이용한 제도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시민의회 사례가 실패하긴 했지만 인물 대표가 아닌 정책 대표로 시도했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지, 시민의 보편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 디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가 그것이다. 이는 온라인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과제이자 정치적으로는 대표성 및 정당성 확보와 제도화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제는 직접민주주의, 대표민주주의 의제보다는 현실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민주주의 조건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정보격차 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지역 소규모 커뮤니티의 참여, 지역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수도권과 다른 참여문화 등 지역 다양성이 존재하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16/17 촛불집회를 계기로 나타난 많은 (정당을 우회하는 시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 시도가 바람직하거나 성공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특히 정권 교체와 맞물려 시민의회, 공론화, 추첨민주주의와 같이 과거에 비해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방식이 개헌이나 정치지형 변화, 참여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이는 향후 정치에 있어서 시민의 정치효능감이나 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의제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치의 성공조건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의제이며 그동안 촛불집회에 나타난 시민참여의 가장 큰 정치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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