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민주주의] 중국의 꿈, 13억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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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민주주의] 중국의 꿈, 13억의 꿈

시진핑 시대 중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짚다

 

박민희(한겨레 국제뉴스팀장, 전 베이징 특파원)
minggu@hani.co.kr


2011년 3월 24일 중국 톈진에서 류라오스(劉老石)라는 이름의 43살 농촌 활동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톈진의 젊은 대학교수였던 그는 2000년부터 대학생들을 이끌고 농촌으로 들어가 교육, 봉사 활동을 계속했다. 류샹보(劉相波)였던 이름도 류라오스로 바꿨다. 농민들이 ‘류 라오스(老師)’(류 선생님)라고 부르자, 음은 같지만 돌멩이란 뜻의 라오스(老石)로 바꿨다. 농민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돌멩이처럼 단단하게 농촌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그는 10년 넘게 한결같이 대학생들을 조직해 중국 곳곳의 농촌을 찾아다니며 합작사운동 등 농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돕고, 교육과 봉사 활동을 계속했다.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중국 근대 농촌운동의 선구자이자 학자였던 량수밍의 이름을 딴 량수밍 향촌 건설센터의 총간사가 되어, 농업정책 연구와 농촌 개혁 활동을 하면서 젊은이들이 농촌 현실에 눈뜨고 농촌봉사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분주히 뛰어다니던 그의 너무나 갑작스러운 죽음은 중국의 수많은 운동가와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첸리췬 전 베이징대 교수는 추도사를 써 “중국 청년운동의 초석”을 애도했고, 류라오스와 함께 활동했던 노동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쑨헝은 <불후의 라오스>라는 추모곡을 지어 그를 기렸다. 농촌 활동가, 노동운동가, 학자, 대학생과 농민들 사이에선 그가 남긴 농촌 활동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지금도 점점 더 큰 물결을 이루며 퍼져가고 있다.


류라오스의 지인들로부터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태일을 떠올렸다. 1970년 11월 13일 불꽃 속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죽어간 전태일. 그 뒤를 이어 한국 노동운동의 흐름이 이어져 결국 한국 사회를 바꾸어 낸 것처럼 류라오스 같은 이들의 희생적인 노력이 결국 중국 사회에서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인가? 오늘날 중국은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한국의 1970~1980년대와 같은 궤도에 서 있는가? 질문들을 던져 보았다.
중국 당-국가 체제의 견고함,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변신하면서 위기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적응력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내일이 한국 민주화 과정을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에 들어선 중국은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을 안고 변신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일정 부분 민주화를 수용하는 정치개혁을 해낼 수 있을지가 그 변신의 핵심이 될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의 꿈(中國夢)’

 

중국의 새 지도자가 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의 꿈(中國夢)’을 새 시대의 통치이념으로 내놓았다. 그는 13억 중국인을 향해 ‘중국은 어떤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당 선전기구는 이 꿈을 선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꿈이란 집단의 통치이념과 구호로서는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다. 모든 사람의 꿈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인 개개인이 각자의 소망을 이뤄간다는 이념을 담고 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꿈을 ‘중화 민족의 꿈’과 연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사회가 이미 마오쩌둥 시기와 같은 단일한 이념의 시대를 넘어 다원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꿈 역시 계층마다, 개인마다 다양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이 중국의 꿈을 강조하면서, 그 내용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2011년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맞아 공산당의 첫 회의가 열린 상하이의 건물에서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시진핑 체제 들어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중국의 꿈’,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등의 목표가 강조되고 있다. (ⓒ박민희)


2012년 11월 15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이미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시진핑은 첫 연설에서 ‘중국의 꿈’을 제기하면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민생’이란 두 가지 화두를 꺼냈다. 그는 1842년 아편전쟁 패배로 서구 제국주의에 무릎 꿇은 이후 100년 넘게 굴욕의 시기를 견뎌야 했던 중국이 이제 공산당의 지도하에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인민은 더 나은 교육, 일자리, 만족스러운 수입, 사회보장, 의료·위생 서비스, 주택 문제, 좋은 환경을 기대하고 있으며, 인민들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바람은 우리가 분투해 이뤄야 할 목표”라면서 민생 개선을 통해 민심을 얻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의 꿈’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연설과 행보에는 개혁파들이 고대해온 정치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을 요란하게 벌이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부와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는 문제를 견제하고 감시할 사회적 시스템이 없는 현실을 바꾸겠다는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가의 권력은 과도하게 강하지만 사회의 힘은 취약한 현실을 바꿔나가는 개혁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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