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민주주의

청년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의 도입 필요

청년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의 도입 필요

미래적 관점과 당사자 욕구 존중이 중요하다

글 신윤정 (서울시 청년허브 기획실장)/ mama@youthhub.kr

 

을미년 한 해 ‘청년’이 화두였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국정교과서 등 중앙정부의 역점 사업엔 ‘청년을 위해’라는 당위가 빠지지 않았고 대통령은 지난 국회연설에서 ‘청년’을 32번이나 언급하며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최근엔 서울시와 성남시가 새롭게 도입을 발표한 이른바 ‘청년수당’, ‘청년배당’이 논란이 되며 청년정책의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청년’ 아젠다는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으며 미래사회를 위한 발전적 제안은 이제 ‘청년’을 빼놓고는 정합성을 갖추기 어려워졌다. 지속 가능한 사회의 안녕을 위해 ‘청년’ 아젠다는 그렇게 시대적 화두로 밀어 올려지고 있는 중이다.

 

2015년 오늘, 청년의 현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014년 9%로 OECD 평균(16.7%)보다 낮다. 하지만 실업률이 낮다고 해서 한국의 청년 고용사정이 양호한 것은 아니다.

청년층(15세~29세) 체감실업자 107만 1천명, 체감실업률 21.8%

2015년 1월 통계청이 발표한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2015.3.2 정세균의원실 보도자료) 청년층의 체감실업자는 107만 1천 명으로 정부가 밝힌 청년층 공식실업자 수(39만 5000명)의 2.7배에 달하고 체감실업률 또한 정부의 공식 통계인 9.2%보다 12.6% 높은 21.8%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공식 실업률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는 청년층의 잠재경제활동인구(이하 잠재경활인구)에 기인하는데 청년층의 잠재경활인구는 61.1만 명으로 타 연령대에 비해 매우 높다. 잠재경활인구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을 의미하며, 잠재구직자와 잠재취업가능자로 구성된다.



이처럼 청년층의 잠재경활인구가 많은 이유는 울며 겨자 먹기로 휴학 혹은 졸업의 유예, 취업기간의 장기화를 감수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크게 존재하고 일자리 상향 사다리는 붕괴되어 첫 취업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정규직으로 이동할 확률이 줄어든다.

민달팽이 세대, 청년주거빈곤층의 등장

소득은 늘지 않는데 전월세는 치솟아 2000년 이후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1인 청년가구가 다시 많아지는 미증유의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전국 각지의 청년들이 교육과 취업을 위해 모여드는 서울에서 청년주거문제는 더욱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 청년가구(만19~34세)의 월세 비율은 1990년 29.0%에서 2010년 45.5%로 크게 증가했고 서울 청년가구의 30%가 지하·옥탑방, 고시원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살고 있는 주거빈곤의 상태에 놓여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전체 인구의 주거빈곤율 13.6%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1인 청년가구(20~34세)로 대상을 좁히면 청년주거빈곤율은 36.3%까지 치솟는다.


전세 제도마저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서 높은 월세는 청년의 자립 기반을 위협하는 가장 실질적인 요소가 되고 있어 ‘집이 곧 짐이 되는 시대’로 청년이 진입하고 있다.

빚에 눌린 마이너스 세대의 멍에

2000년대 이후 고공행진한 대학등록금, 생활비의 증가 등 고비용의 사회구조로 인해 사회에 진입하기도 전에 청년은 ‘빚’을 지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대학생 학자금 대출은 10년만에 8,234억 원에서 2조 5,521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교육부〔한국장학재단〕, e-나라지표, 2014년)했고, 학자금 대출로 시작된 청년층의 부채는 2014년 전년 대비 11.2%나 늘어났다. 이는 타 연령대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로 부채 증가로 인한 청년층의 신용 하락은 고금리 대출에 청년채무자를 노출시켜 채무악성화의 연쇄고리를 생성하고 있다.


✽ 대학생들이 ‘다가오는 개강, 대학생들은 안녕하지 못합니다’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청년의 삶은 변했는데 왜 정책은 그대로인가

“청년의 삶은 변했는데 왜 정책은 그대로인가” 2014년 서울시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제안한 한 청년단체의 이야기이다.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정부는 청년의 구직난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벌여왔다. 하지만 좀처럼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았고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던 청년의 어려움은 ‘민달팽이 세대’, ‘청년실신(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 대학 졸업 후 취업이 늦어지면서 등록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는 청년들을 뜻함)’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다면적이고 총체적인 것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청년의 구직난이 단순 경기변동 리스크를 넘어 사회문제로 고착화되고 비노동시장 영역까지 그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한 가지 해법만을 강조하고 있다. “청년 문제는 실업이며 일자리를 창출하면 해결된다”는 이 간단한 항등식이 요지부동의 청년정책 프레임이다.

저성장의 장기화, 산업구조의 개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대내외적인 변수로 인해 괜찮은 일자리 창출 속도가 더디다. 그로 인한 전 세대의 고용 절벽이 통치 수준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여전히 성과주의에 기반한 재래식 해법만이 정답으로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더딘 일자리 창출 속도와 그로 인한 삶의 공백은 인정되지 않고 날로 열악해지는 일자리 질에 대한 책임도 없이 오늘도 몇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허한 약속만 남발되는 현실이 오늘 청년이 목도하는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 청년 창업동아리 ‘열정에 기름붓기’가 주최한 청년 노숙 프로젝트 ‘번데기 프로젝트’의 모습. ©연합뉴스


청년세대의 냉소는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 기인한다. 사회적 난제가 되어버린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이 사회통합적 실천과 합의의 성숙이 아니라 정책결정권자들의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청년정책의 수용자이면서 수요자인 청년이 자기주도적 결정권을 행사할 장(場)은 좁고 정치화되어 버린 청년 이슈엔 다양성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청년정책의 프레임의 결정적 취약성은 이렇게 문제 해결의 주체를 객체화하는 데 있다.

사회는 비대하고 문제는 복잡해졌다. 모두를 위한 간단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청년세대를 ‘다음 세대’라 칭할 때 청년들은 말한다 ‘다른 세대’라고. 우리사회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를 헤쳐가야 할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적 관점’과 ‘당사자의 욕구 존중’이라는 포용성과 다양성이 수용되는 유연한 정책 프레임이 필요하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