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F 리포트(Online)

34호 청년에게 재벌개혁이란?



34호 청년에게 재벌개혁이란? 

박상인(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청년에게 헬조선이 된 것은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이런 구조적 요인은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표출된다. 양극화란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성립하는 특정한 형태의 불평등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사회의 실질적 지배계층을 형성하는 파워 엘리트(Power Elite)들에게 경제적·정치적 자원이 집중됨으로써 사회적 의사결정이 이들의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둘째,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는 최소한의 인격적 생활에 필요한 자원도 부족한 상태이고, 마지막으로, 계층이동이 사실상 어려워져 이런 불평등이 다음 세대에도 지속되는 상태이다. 

 

왜 재벌개혁인가?

한국경제의 구조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매우 높은 제조업 비중이다. 기술탈취와 단가 후려치기는 나아가 중소기업의 저생산성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경제적 양극화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 이런 제도적 개혁이 바로 공정경제의 확립을 의미하며, 공정경제는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이 된다. 그런데 공정경제 확립을 위해서는 약자의 재산권 보호, 재벌개혁, 갑·을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나?

촛불시민 시위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포함한 근본적 경제개혁에 나섬으로써 촛불시민 운동을 촛불시민 혁명으로 승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2년이 다가오는 지금 시점까지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으며, 최근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제출한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개혁이라고 이야기하기에도 쑥스러운 너무나 미약한 방안이다. 이는 정치권에만 개혁을 맡겨두어서는 결코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역사적 경험을 재인식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현재’를 바꿔야 청년의 ‘미래’가 열린다

재벌개혁이 시행된다고 재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대 기업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고, 이들 거대 기업을 지배하는 재벌의 영향력은 여전히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력 집중은 약화 될 수 있다. 계열 분리 등으로 ‘경제력 집중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은 완화되고, 특히 문어발식 다각화는 쇠퇴하기 시작할 것이다. 더 많은, 더 전문화된, 더 작은 규모의 재벌들이 생성될 것이다. 또한, 약자에 대한 재산권 보호가 이뤄지면서 기술탈취는 어려워지고, 기술력을 가진 중간재 생산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교섭력도 증대될 것이다. 갑·을의 하청관계를 보다 수평적인 협력 관계가 대체할 것이다.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등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게 될 것이다. 더욱이 중소·중견기업에도 오랫동안 종사하면 좋은 기업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더해지면서, 중소·중견기업에 청년들의 취업도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또다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제도 혁신을 통해 성장할 여지가 아직 충분하다. 재벌개혁은 현재를 바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미래를 여는 한국경제와 사회 개혁이다. 미래의 주역인 청년이 나서지 않으면 현재의 기득권자들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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