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F 리포트(Online)

40호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 그리고 남영동



국가폭력을 광범위하게 정의하면 국가라는 주체가 행사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이다. 국가가 직접 가해하지 않더라도 가해 상황을 묵인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국가폭력의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국가폭력은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과 독재정권하에서 자행된 시위에 대한 폭력진압과 인권침해사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지배세력은 민간인 희생 피해자들을 좌익 불순분자로 몰아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기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간 경험, 고문을 당한 경험, 체포되어 사건의 조작에 의해 수감된 경험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감시를 받았던 경험 등은 개인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들은 그 사건에 대해 고통스러운 회상을 하고 반복적으로 악몽에 시달리며,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또한 과도하게 사람을 경계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며 정서적으로 위축된다. 또한 우울에 빠져 허무감에 사로잡혀 세상을 살기 싫어하기도 한다. 그들이 겪는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난다. 

 

국가폭력 트라우마는 재난트라우마나 사고트라우마 등과는 다른 몇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절대적 보호자 역할을 하여야 하는 국가가 반국가 범죄자로 규정하여 처형 또는 처벌을 가했다. 둘째, 사건의 진상규명을 수십 년 동안 외면하고 사회적 낙인을 계속하여 공동체로부터 배척해 왔다. 셋째, 가해자가 사법처리는 고사하고 책임이 있다는 공식사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1987년 UN 고문방지협약 제 14조는 고문에 책임 있는 국가는 고문피해자들의 재활을 위한 치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 협약에 가입했지만 고문 및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재활을 위한 어떤 치유방안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국가가 고문 및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치유나 재활에 대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폭력에 의한 트라우마 치유는 개별적인 맥락을 고려한 치유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개별적인 치유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들이 겪은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 되지 않고, 왜곡된다면 재트라우마를 겪을 수가 있다. 그래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치유이다. 개별적 치유와 사회적 치유가 같이 이루어졌을 때 이들은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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