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책을 만나다> 1차 저자 간담회 후기

카카오스토리

지난 10월 22일(목요일)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땡땡책협동조합이 공동주최한 <민주주의, 책을 만나다> 저자 간담회가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 있는 카페 봄봄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초정된 분은 『정당의 발견』(후마니타스, 2015)이란 책을 쓰신 박상훈 박사였는데요. 약 스물 다섯 분이 모여서 두 시간 반 동안 정당정치와 대의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 등에 대해 열띤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박상훈 박사는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에 앞서 책을 쓰게 된 배경을 간단히 이야기했는데요. 이 책은 한 정당에서 40회로 나눠 정당정치 강의를 한 내용을 보완해서 나오게 되었는데, 대학원생 시절에 겪었던 87년 6.10민주항쟁과 그 이후 다시 군부 출신의 노태우가 선거에서 당선되는 결과까지를 지켜보면서 ‘도대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약 사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해 정치학자로서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집약해 놓으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 『정당의 발견』에서 강조하고 싶은 정당은 실망과 불만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가꾸어야 할 미래의 모습에 가장 중요한 기둥과 같은 역할로서의 정당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우리 구성원들에게 보다 더 사람 냄새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 사람들의 일정한 견해를 조합하는 역할을 정당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죠.       

짧은 책소개 이후 바로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한 참가자가 정당정치가 중요하다고 볼 때 어떻게 사람들로 하여금 정당활동에 참여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에 대해서 선거 제도, 새로운 정당 등의 예를 들어 질문했는데요. 이에 대해 박상훈 박사는 참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민들이 고안한 제도가 정당정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제도를 비판하는데 제도에는 세 가지 차원, 즉 제도 형식 차원, 그 제도와 관련된 이해관계 집단과 전략 차원, 그 사회가 형성된 과정에서 만들어진 관습, 전통 등과 같은 문화적 특징과 만나는 차원이 있기 때문에 제도 형식만 좋은 걸 가져온다고 해서 결코 정치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거죠. 박상훈 박사는 지금 있는 체제를 튼튼하게 하고, 무너졌던 지역 기반을 일으켜 세우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정당에 대한 벽을 하나씩 무너트리는, 오래 걸리지만 오랫동안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특정 정치인 지지선언을 한 연기자가 텔레비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방송에 등장하고,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오는 인사들도 다 정치와 연결되어 있는 예를 들며 이 사회 전체가 정치랑 관련이 없는 곳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과연 정당이 이런 사회,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오히려 박상훈 박사가 정치를 너무 좁게 보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박상훈 박사는 오히려 정당이 사회적 내용을 받쳐주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것으로도 결코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정당이 사회적이고 대중적이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잘 대표해서 사회적으로 더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쪽으로 만드는게 민주주의에서 불가피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걸 강조했죠. 우리나라의 정당체계는 해방 후 미군정 체제에서 군정명령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정당이 품을 수 있는 사회적 상상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한데, 그걸 채워가는 게 필요하다고 박상훈 박사는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영국 노동조합운동이 노동당을 만든 경우나, 프랑스, 독일, 그리고 87년 6월 항쟁을 언급하며 운동적 흐름이 정당을 구성하는 데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되었음을 강조하면서 정당이 바꿔서 사회를 바꾸는 게 아니라, 사회를 바꿔서 그걸 바꿀 수 있는 효율적 체계로서 정당으로 가는 순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박상훈 박사는 민주주의론은 근본적으로 통치론이며, 민주주의를 잘 한다는 건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재조직해서 전보다 나은 사회구성체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한국 진보정당의 문제가 사회속에서 정치에 압력을 행사하는 운동적 방식으로만 계속 생각해 왔다는 점이라며, 민주주의가 제도화된 이후에는 사회적인 어떤 힘을 이용해 정당을 만들어간다는 건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바로 이어서, 박상훈 박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진보정당이 정당정치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 정치를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러한 정당이 대변하려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조직화되거나 커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신자유주의라든지 자본의 영향력이 훨씬 크게 대변되고 있기 때문에 현 정당의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이 뒤따랐는데요. 박상훈 박사는 민주주의를 이해할 때 정치는 시민의 의견의 반영체라고 보는 입장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정치적 상상력이고, 조직화된 집단의 의지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정당에 있는 사람들이 전문적, 직업적으로 우리 사회가 무엇을 두고 갈등해야 하는지 대안을 만들고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상 시민사회는 힘있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 영향력 있는 사람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를 통해 그런 헤게모니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박상훈 대표는 이 책에서 단호고 분명하게 정치가 민주주의의 주동적 측면을 더 많이 발생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박상훈 박사는 이런 결정은 엄밀히 말하면 민주주의를 줄이고 독재의 힘을 더 크게 하려는 것이라고 본다며, 민주국가에서는 정당관련 규제조항이 없는 흐름, 정당법도 없어지는 흐름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박상훈 박사가 이 책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비판한 대목을 언급하면서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보다 엘리트 정치를 제어하고, 권력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상훈 박사는 정치체제로서 직접 민주주의는 존재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직접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공적인 사안에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지만, 누군가 공론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가를 위해 다른 누군가가 대신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항상 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아테네 민주주의도 노예, 여성들이 재생산 구조를 맡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죠. 대의제는 이런 아테네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맥락과 기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의제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데 있어 훨씬 더 유용하고 진보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박상훈 박사는 민주주의자 누구도 대의제가 아닌 민주주의를 얘기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의민주주의 구조는 그 사회 구성원들 절대 다수에게 시민권을 주는 가장 최선의 체계라는 것을 거듭 강조합니다. 크게 갈등적인 사안이 아니라면 직접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갈등적 상황을 다루는 문제는 일단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합리적 대안이 논쟁되고 경합되는 구조 없이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의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박상훈 박사는 민주주의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군주정 귀족정은 고정된 관계로 통치의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민주주의는 비록 시끄럽고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누구나 다 의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사회의 다수 구성원들의 시민됨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체제 논리가 허용해 준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좋아지는 문제는 사람들이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민주주의든, 정치든 그걸 이해하는 방법에 따라 그것이 강력한 시민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박상훈 박사는 계속 이야기합니다. 

끝으로 박상훈 박사는 정당에 대한 오래된 정의를 생각해볼 것을 요청했습니다. 정당이란 갈등입니다. 갈등이 있기 때문에 그 갈등을 나눠 대표하는 게 정당입니다. 또 정당은 세계관입니다. 또 정당은 생활 양식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 정당정치체제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게 너무 적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회운동이나 다른 것을 통해서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어도 정당이 갈등으로서, 세계관으로서, 생활양식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정당의 가능성을 믿고 좋은 정당을 사회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상훈 박사는 간담회 초반에 다음에 글을 새로 쓴다고 하면 이번에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 특히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요. 세월호 문제가 애초 사건보다 백배 천배 비극이 된 이유는 이 문제를 한국 민주주의가 이를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며, 왜 한국 민주주의가 그 재난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더 다져가고, 민주주의 문제를 더 확대하지 못하고 희생자를 더 괴롭히고, 사회 전체적으로 분열되게 하고 있는지를 다루고 싶다고 합니다. 그 때 다시 박상훈 박사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민주주의, 책을 만나다> 2탄은 오는 11월 16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에 충청북도 청주에서 열립니다. 이번에는 “한국사회에서 정치는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아렌트의 정치』(한티재, 2015) 저자인 권정우, 하승우 박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참가신청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