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회소식

민주화보상위원회 - 민주화운동백서 발간

 



2000년 1월 민주화보상법의 제정에 따라 출범한 민주화보상위원회가 지난 16년 동안의 기록을 민주화운동백서로 발간했다.

이 백서는 총 5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권은 민주화보상위원회의 출범배경과 의의, 민주화운동 인정결과에 대한 시기별 분석 등 총괄내용을 담은 <위원회편>, 제2권부터 제4권까지는 위원회에서 인정된 민주화운동관련자 총 9,713건의 인정사실에 대한 요약을 ‘가나다’로 배열하여 담은 <인명편>, 제5권은 위원회 활동의 주요내용을 영문으로 번역한 <영문편>이다.

민주화운동백서가 그동안 발간된 한국민주화운동 관련 연구서나 보고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자 기여는, 기존의 많은 연구물에서의 같이 역사적 대 사건 중심의 기술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위원회에 신청되고 인정된 수많은 사건들과 ‘보통의 시민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민주화운동사를 복원하여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역사의 분수령이 되었거나 특별히 언론에서 주목한 사건에만 접해왔기 때문에, 큰 사건 중심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역사는 많은 학교, 노동현장, 언론현장 등에서 수많은 시민, 학생,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고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과 동료들도 같이 피해를 입은 과정이었다. 여기에는 14세 중학생으로부터 70세가 넘은 원로인사도 있고, 대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와 다양한 시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는 ‘민청학련사건’이나 ‘6월민주항쟁’ 같이 잘 알려진 사건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 언론기관, 사업장 등에서 비롯된 다양한 사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백서는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민주화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를 담은 최초의 기록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민주화운동백서는 신청사건과 피해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지난 독재와 권위주의 시기 탄압의 양상과 정도, 항거행위의 양상을 깊이 있게 드러내고 있다. 민주화운동 참여자의 남녀비율, 연령분포와 항거지역 분포, 직업별 분포, 사망사건의 시기별·원인별 분포, 상이사건의 시기별·원인별 분포를 정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1964년 이후 3공화국, 유신시대, 전두환정부, 노태우정부 등 각 정권별 주요 탄압사건과 인정사건의 목록과 개요를 제시하고 있어서, 정부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이고 상당한 학문적인 수준에서 민주화운동사를 새로이 정리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 백서에서 위원회에 명예회복과 보상을 신청한 13,369건, 12,036명 가운데 남자는 9,865명이고 여자는 2,171명으로 각각의 비율은 82%와 18%에 해당하여, 민주화운동의 참여에서 남성의 비율이 매우 컸지만 동시에 20%에 가까운 여성 신청인의 비율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위원회에서는 1970년에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방직공업, 신발제조 등 여성노동자, 노동현장에 위장취업을 했던 여학생들도 다수 인정되었던 것이다. 또한 14세에서 17세에 해당하는 이들도 많았는데, 이들 다수가 당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거나, 일부는 공장노동자였다. 이는 197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14세나 15세의 어린 노동자들은 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섬유공장 등에 취업하여 미싱사나 미싱보조로 일했고, 근로조건의 개선과 노동조합의 결성을 위하여 싸우다 해직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았던 현실을 보여준다. 지역적으로도 우리나라 전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도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피해유형도 사망, 상이, 구속 뿐만 아니라, 해직, 학사징계, 블랙리스트에 의한 취업제한 등 다양하고 광범위했다.

우리는 민주화운동백서에서, 그동안 막연히 알았거나 관심갖지 않았던 희생자들의 이름을 만난다. 처절한 근로환경 속에서 투쟁하다 1979년 8. 11. 사망한 YH 노동자 김경숙, 1991년 12월 6일 오전,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우리를 억압하지 말라.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라는 유서를 왼쪽 팔에 남긴 채, 회사 옥상에서 투신하여 꽃다운 22세의 나이로 사망한 미싱공 권미경, 수사과정의 고문으로 정신병이 발병, 누이동생과 오빠가 차례로 투신사망한 비극적인 가족사, 1988년 5월 26일 지속적 감시사찰을 받는 상황 속에서 외출하였다가 행방불명된 안치웅 등 그동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거나 희생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은 우리들이 모르는 이들이나 생소한 이름이다. 결국 민주화운동백서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은 일부 소수의 활동과 희생이 아니었다는 것, 그들이 아니라 우리 이웃, 바로 우리 자신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루어져 간 큰 흐름이었다는 인식이 중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따라서 이 민주화운동백서는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을 정리하고 재평가하는 새로운 계기와 향후 학문연구의 토대가 되는 의미있는 기록물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 책은 기록과 기억의 중요성, 과거청산 과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문의: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   02-2100-4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