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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배움터 1강 후기> 경제민주화와 참여자본주의의 길

<민주주의 배움터 1강 후기> 경제민주화와 참여자본주의의 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는 2013 민주주의 배움터가가  “다시, 경제민주화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5월 29일(수) 오후 7시 30분에 첫 강좌를 열었습니다. 이병천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님께서 민주누리를 가득 매운 약 40여명의 배움터 참가자들과 함께 ‘경제민주화와 참여자본주의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경제 민주주의의 개념과 세계의 경제 민주주의 역사, 그리고 한국 경제민주화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이야기를 잠깐 들어볼까요?

이병천 교수는 먼저 요즘 한국 자본주의의 특징을 일컫는 용어로 새롭게 등장한 ‘갑을 자본주의’라는 말을 통해 한국사회의 경제구조를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갑을 구조는 강자와 약자 사이의 지배-피지배 권력관계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서로 힘을 합해서 도우면 서로 승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그런 협력과 공유의 길이 막혀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는 바로 이러한 갑을구조를 개혁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서의 을은 힘이 없어 갑에 저항하고 견제할, 즉 자본을 규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을’들 서로간에도 연대하지 않고 각개약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한국 사회는 ‘두 국민’ 분열로 국민통합이 안되고 공멸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보다 깊숙이 갑을 관계를 들여다보면, ‘갑’ 사이에서도, ‘을’사이에도 갑을 관계가 중첩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해 두고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가치측면에서 살펴보면, 경제민주화는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뿐만 아니라 과정상에서 발생하는 불평등도 보정할 수 있는 분배의 평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신자유주의가 들어선 이후 분배의 평등이 많이 약화되었는데, 경제 민주화에서 이 기회의 평등과 분배의 평등 중 어디에 무게를 두고 어떻게 조절해 갈 것인지에 따라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고 볼 수 있지요. 이병천 교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아무리 좋은 가치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할 힘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경제민주화에는 의사결정참여의 문제, 즉 권력 분배의 문제가 중요하므로 경제를 정치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만일 사업장 수준에서 나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삶의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면 결국 을은 갑의 시혜, 즉 낙수효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는 자유와 평등 문제로 경제 민주화이야기가 끝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병천 교수는 여기에 협력/공유라는 가치를 추가하여 경제적 삶에서의 위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서로 힘을 합치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공적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윤리나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민주적 시민성을 얻기 위해서는 존 롤스가 강조한 교육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공적가치를 강조해야 할 교육이 사교육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런 점에서 매우 비극적이고 불평등한 상황입니다.   


 이병천 교수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경제민주화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공존 형태를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본의 일방적 횡포, 즉 고삐풀린 자본주의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민생을 말살하죠. 그 반대편에서는 국/공유 경제, 사회적 경제, 협동 조합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 양편의 중간지점에 계급 타협이라는, 즉 민주적 힘으로 고삐풀린 자본주의를 통제하고 규율하고 타협하고 공생하는 형태가 있는데, 이 경우 그 불안정한 균형이라는 특성 때문에 갑의 측면에서나 을의 측면에서나 끊임없이 만족하지 못하지만, 결국 이 불안정한 균형이라는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바로 경제민주화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이병천 교수는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의 유럽국가들과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등의 경제 모델을 하나 하나 살펴 보면서 그 특성들을 한국의 모델과 비교하여 설명합니다. 유렵의 경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조, 정당 등의 강한 노동의 힘을 바탕으로 대자본의 횡포를 견제/규율하고 상호 계급 타협을 이루는 구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은 바로 이러한 강한 노동의 힘과 그 공공적 시야 위에서 비로소 실현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역사에서 한국이 주로 따라가려 했던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비록 약한 노동의 고리를 하고 있지만 반독점 공정경쟁의 전통, 채무자 우호적 파산법, 가장 앞선 기부문화 전통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약한노동/약한복지의 기능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식 시장경제는 미국식 경제보다 훨씬 후진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한국의 시장경제를 살펴볼 때 이병천 교수는 결국 오늘날 한국의 경제민주화 모델은 재벌대기업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규율할 것인가로 모여지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민주화 이후에 오히려 갑을 자본주의의 폭주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금융시장으로 재벌을 규율하고자하는 정책이 오히려 재벌과 외자주도 금융시장이 공생하는 형태를 낳았기 때문이고, 이에 따라 노동시장이 급속도로 유연화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단화(이중화)가 초래되었습니다. 이에 기반해 약한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 등등의 문제가 불거져나오고 나아가 주택/부동산도 시장화되어 버렸지요. 이런 배경 때문에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나오고 양극화, 부채기반 성장, 수출-내수 양극화 체제, 즉 IMF를 기점으로 ‘97년 체제’가 출연하게 됩니다.

이병천 교수는 앞으로 한국 경제에서는 공정 경쟁론을 넘어서 노동자의 참여권 보장과 정규/비정규의 이중화 구조의 철폐, 그리고 중소기업, 자영업, 소상공인이 공생할 수 있는 시장 생태계의 민주화, 평등한 신용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금융 민주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사회적 경제로서의 협동경제도 앞으로 활짝 꽃피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한국식 갑을자본주의를 극복하는 한국식 경제민주화/공유자본주의의 길은 스웨덴식 모델과 다를 뿐 아니라, 민간부문, 즉 강한 유럽식의 이중화 극복 길보다 더 복합적인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병천 교수는 ‘위기의 출구가 항상 민주적으로만 열리지 않는다’는 칼 폴라니와 칼레츠키가 주는 충고를 인용하면서, 자유시장의 모순과 위기를 극복할 요소를 파시즘이 가지고 있고 또 실질적으로 파시즘이 뉴딜보다 실업문제를 일찍 극복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경우 국가의 힘이 거대해지게 되는데, 이 경우 우리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변화시키지 않으면 이 국가라는 괴물이 어디로 갈지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경제위기는 저절로 민주적으로 풀릴 보장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배움터 두 번째 강좌는 오는 6월 5일(수) 오후 7시 30분에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와 함께 ‘복지국가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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