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배움터 제 5강 후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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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배움터 제 5강 후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이야기’

지난 6월 26일(수) 오후 7시 30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누리에서는 <2013 민주주의 배움터> “다시, 경제민주화의 길을 묻다” 다섯 번째 강좌가 열렸습니다. 
이번 강좌는 홍장표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성과배분제도의 실태와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어떤 것이 있는 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홍장표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 업체들과 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사이에 맺어지는 계약을 흔히들 ‘을사乙死조약(을이 죽는 계약)’으로 표현한다면서 ‘을’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 겪어야 하는 불합리한 대우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습니다. 대기업의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그 50%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을 정도로 현재 대기업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에 대해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홍교수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해서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즉, 수 십 년 동안 갑과 을의 고질적인 병폐가 누적되어 있어 법 이전에 이미 사회구조로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현재 대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납품하고 있는 비중이 절반정도 되고, 고용자 수로는 88%정도가 된다고 하는데요. 현행 납품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에는 크게 원가연동가격제(Cost-Plus Pricing)와 고정가격제(Fix Pricing)가 있습니다. 고정가격제는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시행하는 계약방식으로 대기업이 입찰을 붙여서 입찰가를 적게 적은 납품업체가 선정되어 계약기간 끝까지 그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방식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원가연동가격제의 전통이 있는데, 대기업이 협력업체들을 선정할 때 보통 기존 거래업체를 중심으로 해서 쌍방협의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면서, 이 때 대기업이 협력사로 하여금 물건을 납품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후, 원가와 노무비 등 가공비를 찾아내서 거기에 마진을 곱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고정가격제는 계약기간 중 납품가격이 고정되어 있어, 협력사가 원가비용을 낮추거나, 제조과정을 개선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협력사에 갑니다. 반면 원가연동가격제는 실제 원가에 연동하여 변경되어 협력사에서 비용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그 이익을 고스란히 대기업이 가져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협력업체가 기술개발할 유인이 턱없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홍장표 교수는 이 원가연동 가격제가 개발시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보통은 소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이 되는 식으로 성장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주력사업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대부분 대기업이 먼저 만들어지고, 대기업이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만들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초창기에 대기업은 위험부담을 껴안고 중소기업을 후견인-피후견인 방식으로 키워왔는데, 대기업이 급속하게 성장해오면서 오늘날 힘의 비대칭 관계가 생기면서 갑을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계약기간 중에 단가를 또 낮추는 ‘단가인하’(Cost Reduction, CR) 행위도 성행하고 있는데요. 이는 원래 일본에서 들어온 제도로, 중소협력사 원가에 따라 이익 마진이 정해지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중소기업이 계속 기술능력이 좋아지니까 정기적으로 일 년에 한 번 일률적으로 몇 %씩 단가를 떨어트리게 되면서 단가인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단가인하가 한국에 들어와서는 단가인하 목표를 대기업들이 정해주게 됩니다. 보통 90년 대 초까지는 1년에 한 번 정도 했는데, 이제는 1년에 두 번, S전자의 경우에는 일 년에 네 번씩이나 단가인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기업이 자신들이 수입이 안 난다거나 환율변동으로 이익을 적게 내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단가인하를 통해 그 이익을 충당한다고 합니다. 홍장표 교수는 대기업들이 수 십 년 동안 엄청난 수의 협력회사에 이런 방식을 취해 온 상황에서는 아무리 법을 지키고 룰을 지킨다 하더라도 계속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 방식은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에 그치는 게 아니라, 1차 협력사의 단가인하 부담은 고스란히 2차 이하의 협력사로 이어져 기업간 수익성, 근로조건 격차가 심각하게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병폐를 막기 위해 이명박 정부 때부터 거래기간 중 단가인하 등을 처벌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지만 상징적 효과에 그칠 뿐, 대기업과의 거래관계를 계속 맺고 싶어하는 회사로서는 실제로 가능한 문제해결통로가 될 수 없는 실정입니다. 홍장표 교수는 대기업들과 협력회사들의 단가 관련 자료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그 자료를 가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공개를 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정보공개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대-중소기업의 문제는 절반 정도 해결된다고 홍교수는 지적하면서 공익, 시민단체 등 제3자의 사회적 감시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서 하도급거래 상습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공공입찰참가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홍장표 교수는 또 다른 방법으로 현재 힘의 불균형으로 이뤄지는 협상테이블에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공동교섭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재로서는 임금협상과 같이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과는 달리 각양각색의 이해관계를 가진 중소기업이 공동교섭할 틀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홍장표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현재의 원가연동제와 단가인하 방식으로 이뤄지는 갑-을 관계를 앞으로는 산출과 연동하여 보상하는, 즉 이익이 생기면 이윤을 나누고, 손실이 생기면 손실을 나누고, 위험부담도 공유하고 정보도 공유하는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부 차용되어 시도되고 있는 성과 공유제와 이익공유제가 이에 해당하는데요. 성과공유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협력사가 달성한 원가절감이 있으면, 대기업이 지원해서 했으면 대기업과 반반씩 나누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기업이 그 이익을 다 가져가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협력사의 장기 수익성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요. 오히려 납품업체들로 하여금 단가를 인하하도록 경쟁을 시키고, 기술개발을 통해 한 업체가 단가를 인하하면 그 기술개발에 대한 비용과 혜택을 주기는커녕, 해당기술을 다른 납품업체에게 공유시켜서 모두에게 적은 단가로 납품하게 하는 식으로 ‘성과공유제’를 악용하고 있는 게 한국 대기업의 현주소입니다. 

홍장표 교수는 ‘이익 공유제’가 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익공유제는 목표를 사전에 정해놓고 그 목표를 초과한 것을 나누는 목표초과이익공유제의 낮은 단계부터, 대기업의 매출, 즉 판매수익을 사전에 정해진 대로 나누는 판매수입공유제라는 높은 단계가 있는데, 이 모두 납품업체의 단가인하에 따른 성과공유제와 달리 대기업의 재무적 이익 정보를 공개하여 그에 따라 협력사의 이익도 정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때 핵심은 대기업과 협력사 간에 이익을 몇 대 몇으로 나눌 것인가인데, 이 비율이 정해지면 협력사별로 기여도에 따라 이익을 배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최종 결과(대기업의 판매수익)를 올리는데 대기업, 협력업체 모두가 노력할 수 있게 되죠. 여기서 바로 협력사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협상처럼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홍교수는 강조합니다. 


 <이익공유제와 성과공유제 비교 - 홍장표 교수> 

이러한 이익공유제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말하는 것처럼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이 아니라 미국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시장경제정책으로 이미 해외의 많은 기업들이 시행하여 협력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홍교수는 그 사례를 도표화하여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익공유제가 활성화된다면 협력사들 또한 기술개발투자를 활성화하고, 불합리한 단가인하 관행도 개선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기업간 양극화도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2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어렵사리 이익공유제를 ‘공유’라는 말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한 대기업 회장의 뜻을 반영해 ‘협력이익배분제’라고 이름붙여 도입하기로 대기업과 합의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으며, 그 시행에 따른 가점도 100점 만점에 단 1점으로 반영한 실정입니다. 홍장표 교수는 이익공유제의 원리들을 실제로 대기업들이 다 활용하고 있음에도 대기업들이 이를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며 이익공유제가 법으로 제정되어 제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습니다. 

2013 상반기 민주주의 배움터는 오는 7월 2일(화) 7시 30분에 강수돌 교수의 “경제 위기의 시대, 대안으로서의 살림의 경제”라는 제목의 여섯 번째 강좌를 끝으로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 <2013 민주주의 배움터 4강 후기> 깨어나라 협동조합
* <2013 민주주의 배움터 3강 후기> 비정규직의 현실과 우리의 과제 
* <2013 민주주의 배움터 2강 후기>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 <2013 민주주의 배움터 1강 후기> 경제민주화와 참여자본주의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