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회소식

<2013 민주주의 배움터> 마지막 강좌 후기

<2013 민주주의 배움터> 마지막 강좌 후기 

지난 7월 2일(화) 오후 7시 30분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민주누리에서는 <2013 민주주의 배움터> “다시, 경제민주화의 길을 묻다” 마지막 강좌가 열렸습니다. 
‘경제 위기의 시대, 대안으로서의 살림경제’라는 제목으로 강수돌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님께서 강의를 해 주셨어요. 

강수돌 교수는 민주화라는 것도 결국 사람의 문제이기에 경제도 사람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유’의 개념이 자본의 자유 즉, 돈벌이를 위해서 사람과 환경을 함부로 해도 좋은 개념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교육현실의 영역을 살펴보면 이러한 ‘자유’개념으로 인해 학생이 돈벌이를 위해 경쟁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배워야 하고,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워야 하며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는 조연의 역할을 맡습니다. 이 시스템에 적응을 못하면서 일탈, 폭력, 왕따가 생기고 학교폭력의 가해자 피해자 모두가 잘못된 사회경쟁시스템의 희생자가 되고 있죠. 

강수돌 교수는 경제라고 하는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제도와 문화를 구축해서 살림살이 방식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동양에서 경제라는 말의 어원이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 다시 말하면 세상을 잘 경영해서 백성이 잘 먹고 살도록 도와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백성들이 고만고만하게(별 격차 없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을 갖습니다. 크게 보면 ‘우리가 어떻게 제대로 먹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살림살이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와 경제는 다른 개념이 아닙니다. 영어에서 ‘Economy’는 ‘Eco(home)+nomos(management)’에서 나온 단어로 집안의 살림살이를 잘 운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인간이 식의주만으로 살기는 부족하죠. 공부, 문화, 여가, 친교 등등... 그 속에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깨닫고, 그 깨달음을 옆에 나누기도 하고 이런 활동도 다 먹고 사는 것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경제를 보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우리가 아는 경제는 ‘돈벌이’입니다. 경제가 잘된다는 것은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돈벌이가 잘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강수돌 교수는 경제는 ‘살림살이’라고 말합니다. 동양, 서양 모두 ‘사람의 살림살이’가 중심이었고, 돈벌이는 그것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사회에 들어와서는 먹고사는 모든 것이 상품화, 거래화되면서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들은 돈벌이를 위해서 우리 삶을 다 바치고 있습니다. 삶을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인데, 돈을 위해서 사람이 죽어가는 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죠. 이것은 결코 ‘수요와 공급’이야기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박정희 시대에 일인당 국민소득이 80불이었는데, 50년이 지난 현 박근혜 정부 때 국민소득이 2만 불 정도입니다. 50년 동안 GNP는 약 250배 증가했습니다. 강수돌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묻습니다. “1960년대 초와 2010년대 초 일인당 국민소득이 평균적으로 250배 증가했는데, 평균적으로 우리 살림살이가 250배 행복해졌는가? 아니면 스트레스가 스물다섯 배 늘었는가?” 흔히들 트리클 다운 이펙트, 낙수효과라고 해서 나라가 부유해지고, 재벌과 대기업이 부유해지면 그 부가 흘러넘쳐서 중소기업, 영세업체, 근로자, 소비자, 각 개인들도 두루 두루 잘 살게 된다는 말을 합니다. 강교수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낙수효과가 이론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첫째, 위의 그릇이 너무나 깊고 넓어 물이 차지 않습니다. 바로 대기업, 재벌들의 탐욕이 무한하다는 거죠. 둘째, 겨우겨우 다 찰려고 하면 제일 빨리 새 그릇으로 바꿉니다. 재벌과 대기업들은 이 자본으로 새로운 사업을 만들던가, 해외에 새로운 공장을 짓든가, 상호출자를 통해 새로운 회사를 만들죠. 마지막으로 그들은 큰 그릇 뒤에 은밀히 구멍을 뚫어 빼 냅니다. 세금탈루는 물론,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행태가 그것입니다. 


<트리클 다운 이펙트(낙수효과)가 아닌 스폰지 효과가 우리 사회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강수돌 교수는 트리클다운이펙트가 아니라 위의 피라미드 구조가 오늘의 우리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고 합니다. 피라미드 오른쪽 붉은 점선의 계단이 바로 기득권의 사다리, 즉 크게 보면 돈과 권력의 사다리입니다. 트리클 다운 이펙트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오히려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부가 아니라 압력입니다. 그리고 아래쪽의 부가 빨려 올라갑니다. 강교수는 이를 '싸이폰 효과' 또는 '스폰지 효과'라고 이름 붙입니다.  이 효과를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농민의 땀과 눈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민들이 수십 년 동안 사회 전체의 밥상을 차려주었는데, 그들은 적절한 보상은 커녕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죠. 지난 50년 동안 250배 부자가 되면서, 물론 그 사이 물질적으로 풍요해지고 편리해 진 부분도 있지만, 우리의 삶은 더욱 스트레스로 찌들었고, 자연 생태계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에 대해서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돈 앞에서 대놓고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강교수는 이것이 바로 ‘땅의 위기, 일의 위기, 얼의 위기’가 생긴 배경이라고 설명합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강수돌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대안을 이야기합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 기업과 기업 사이, 개인과 개인 사이 서로 손잡고 연대와 협력이 이뤄지면서 각자는 각자대로의 실력이나 역량을 기르고, 피라미드처럼 한 줄로 세워서 승자가 패자를 약탈하는 게 아니라, 두루두루 나누면서 존중해 주면서 살자고 주장합니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실현 불가능할까요? 남미의 쿠바, 볼리비아, 베네주엘라 등의 나라에서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민중무역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의 아이디어는 서로 무역협정 맺을 당시 누가 더 이익을 볼 것인가를 기준으로 계약을 맺죠. 하지만 민중무역협정은 ‘어떻게 하면 내가 당신에게 더 도와줄까’ 이런 마음으로 협정을 맺습니다. 쿠바는 수준 높은 의료인력을 베네주엘라나 볼리비아에 파견하거나 해외 학생들을 불러들여 무료로 의료 기술을 가르쳐서 고국으로 돌려 보냅니다. 베네주엘라는 이웃 국가들에게 석유를 값싸게 주죠. 볼리비아는 콩이나 다른 광물을 줍니다. 강교수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경쟁이 아니라 이런 식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우리도 신바람 나는 살림살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기업과 기업간 모델도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능한 한 아래쪽 것을 약탈하려고 하는데, 독일, 대만, 일본 같은 나라는, 물론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는 있지만, 서로 자본과 기술을 주고 받으며 상생을 도모하는 문화가 정착되어가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협력회사 관계로 나아가고 있는 거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사례를 찾아볼까요? 북유럽은 아이들이 오전에만 공부하고 오후에는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합니다. 그곳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동안 기술을 배운 사람과 대학 졸업한 사람의 급여가 비슷합니다. 받는 액수에서 비록 차이가 나더라도 사회적 재분배를 통해 마지막 누릴 수 있는 건 비슷해지게 되죠. 이런 곳에서 각자의 다양성이 꽃을 피울 수 있고 그것이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하며 서로를 살리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거겠죠. 강수돌 교수는 바로 이러한 사례들이야말로 돈벌이 경제가 아니라 살림살이 경제의 요체라고 주장합니다. 결코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거죠. 
 
강수돌 교수는 이러한 살림살이 경제가 가능하기 위해서 첫째, 사람이 모여야 하고, 둘째는 모인 사람의 개념이 올바라야 하고, 세 번째는 협동해서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을, 지역, 기업, 학교 등 모든 사람의 영역에서 이런 내용을 토론, 고민, 확산하는 과정이 1년, 2년, 5년, 10년 반복되다 보면 분명 놀라운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해외 사례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기농 급식운동, 생활협동조합 운동, 귀농운동, 마을공동체 운동, 대안교육 운동, 대안화폐 운동, 공정무역 운동, 민중무역 운동 등의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살림살이 경제는 결코 불가능 한 게 아닙니다. 강교수는 ‘내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나 하나만큼은 일관되게 감으로써 이 잘못된 정치경제사회문화 시스템에 대안적인 모델이 되고 싶다’는 주체성을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희망의 씨앗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강수돌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 자식들에 물려줄 것은 더 많은 돈과 기업이 아니라 더 살기좋은 마을이나 사회라고 강조하며 우리 모두 일종의 사회적 상속을 하자고 주장합니다. 트리클 다운 이펙트를 주장하면서 그 파이를 키우는 과정이 옆 사람을 쳐야만 하고 나를 갈구어 과로사 하게 만들고, 비정규직, 여성차별, 외국인 노동자 차별, 농촌과 도시의 차별, 서울과 지방, 일류와 이류의 차별 등을 만들어 내고, 도시의 산과 강을 허물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상황에서는 결코 우리의 행복이 증가할 수 없습니다. 강교수는 ‘삶의 질적인 고양’이라는 차원에서 우리가 어떤 걸 잃어버리고 있고, 어떤 걸 추구해야 하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주문하면서 강좌를 마쳤습니다.  

지난 5월 29일(수)부터 매 주 1회씩, 총 여섯 강좌로 진행되었던 2013 상반기 민주주의 배움터는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하반기에도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들을 다시 초대할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