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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배움터 1강 후기>소비와 힐링을 넘어, 유쾌하고 튼튼한 신뢰의 공적공간을 만들자!

[민주주의 배움터 1강 후기]
소비와 힐링을 넘어, 유쾌하고 튼튼한 신뢰의 공적공간을 만들자!

지난 11월 6일(수) 오후 7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층 민주누리 교육장에서는 <2013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가 “수상한 민주주의-일상에서 바라본 풍경”이란 제목을 가지고 시작되었습니다. 약 서른 다섯 명의 참가자들이 교육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첫 번째 강좌를 맡아 주신 분은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였습니다. 이날 첫 번째 강좌의 제목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였습니다.
 
김찬호 교수는 우리사회의 압축적인 경제적, 민주주의적 성장을 먼저 강조했습니다. 20세기 모든 나라들이 중요하게 해결하고자 했던 과제는 민족, 민생, 민주였는데, 2차대전 이후의 신생독립국 중에서 이 세 가지 문제를 압축적으로 해결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답답한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김찬호 교수는 우리의 세계를 시장영역과 국가영역, 그리고 시민영역 이렇게 세 영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관계를 들여다보자고 제안합니다. 실상 우리는 해방이후 미국의 주도 아래 얼떨결에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국가를 수립했습니다. 시민사회의 뿌리를 가지고 국가를 탄생시킨 서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궤도를 걸어온 거죠. 그러다보니 국가의 정체성 문제가 계속 불거져 나왔고 61년 5.16 쿠데타 이후 거의 30여년 동안의 군부독재정권시기에 관치경제를 중심으로 엄청난 경제성장이 이뤄졌습니다. 물론 시민진영 쪽에서 일부가 국가와 대항을 했습니다. 기나긴 민주주의를 향한 대장정 과정을 통해 기적적으로 군사정권이 종식되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90년대에는 국가가 이완된 상황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은 자본세력이 비대하게 커지게 됩니다. 시민사회의 규제를 통해 시장이 건강하도록 해야 하는데, 주로 국가와의 관계에서 독재타도만을 강조했던 시민들은 그들에게 놓여진 자유를 시장에서의 욕망의 자유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김찬호 교수는 개인의 자유라는 것이 소비적 욕망으로만 치닫고 있는 바로 이 현실이 우리가 고민해 보아야 할 지점이라고 진단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공간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개입되면서 우리 욕망은 아주 빠르고 다양하게 증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을 이야기할 때면 모두 소비적 욕망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돈 많이 버는 것 자체가 꿈이 되어 버린 아이들이 많아지고 욕망이 곧 자기가 되어버린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이라든가, 식민지 경험, 군사독재시절을 거치는 오랜 기간 동안의 검열기제를 통해 개인의 욕망이 억눌려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89년 동구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면서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세계화되는 것과 궤를 같이 하여 우리가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많은 욕구들이 분출되기 시작했죠.

 
김찬호 교수는 이러한 사적인 영역과 대응해서 공적인(public) 영역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공적인 영역이 곧 국가 영역 자체였습니다. 사실 공적인 것은 친밀한 면대면 관계를 넘어선 익명의 타자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무언가를 공유하는 그런 세계를 일컫습니다. 우리가 월드컵에서 단체응원을 하는 것도 공적인 영역이고, 촛불집회를 하는 그 공간도 공적인 공간입니다. 분명 우리는 이곳에서도 공적인 행복감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행복' 하면 사적인 욕망과 주로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사적인 욕망이 커진 이유는 노동의 세계가 80년대에 비해 훨씬 각박해졌기 때문이라고 김찬호 교수는 진단합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명예퇴직이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경제도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고 대학만 나오면 모두 취직을 하는 시절이었죠. 그러나 IMF이후 노동시장에서 사람들은 ‘잉여’로 폐기되기 시작합니다. 생산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강도는 더 심해지고 현대는 만성적인 피로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일벌레, 공부벌레가 되어 가지만 더 이상 이전처럼 밝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김찬호 교수는 이러한 피로사회에서 한편에서는 욕망으로 돌어가서 아예 현실 소비를 통해 쾌락을 누리고 동시에 자존감을 포기하게 되며, 다른 한쪽에서는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은데 그런 걸 허락하는 공간이 없는 곳에서 ‘힐링’이 대유행이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우리에게 핵심적인 과제는 공적인 것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입니다. 과거 부당한 권력에 대한 대항으로서의 공적인 시민사회에서는 내 삶이 어떻게 개선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김찬호 교수는 국가 자체가 공적인 영역이 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좀 더 일상적으로, 지속적으로 공적 영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교수는 자신이 번역한 파커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의 일부를 소개하며 낯선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자유롭게 섞일 수 있는 곳,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욱 유쾌해지고 강인해지고 튼튼해질’ 수 있고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연합의 유대’가 생겨난 곳이 바로 우리가 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자존감, 더 깊고 자신있는 집단 정체성, 공적인 기술, 협동의 가치, 그리고 시민적 덕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김찬호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묻습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자유로우십니까?”라고. 김교수는 우리의 마음이 자유로운 존재가 되지 못하고 타인들로부터 무시받을까봐, 별 볼일 없는 존재로서, 루저로서 격하될 것 같은 두려움이 마음 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합니다. 스펙과 학력에 목메는 것은 궁극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김찬호 교수는 우리 사회의 정서를 보면 시장 영역에서는 욕망 끝에 공허함을 느끼고 있고, 국가영역에 대해서는 정치적 냉소주의와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 두 가지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수하게 사회적 영역에서 우리의 권력과 매력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로를 불신하고 짓밟고 한편으로는 그들로부터 인정받으려고 몸부리치는 현재 상황으로부터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그런 작은 신뢰의 공간들을 다양하게 우리 사회에 만들어 갈 때 개인이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런 힘이 모여 민주주의의 역량이 되고 정치가 됩니다. 지금 아무런 답이 안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정치현실 앞에 놓여있는 수많은 장애물을 함께 넘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현실을 이겨낼 힘이 있어야 합니다. 노동에 짓눌려 있고, 상품에 현혹되어 있는, 다시 말해 시장이나 국가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자기를 지킬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나갈 때에만 자기 위엄, 독립성, 그리고 비전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김찬호 교수는 분노, 모멸감, 자기 마음과 화해를 못하는 그런 토대에서는 민주주의가 절대 자라날 수 없다고, 한국에서의 정의는 너무 분노와 결합되어 있는데 그 분노만으로는 부조리를 허물 수는 있지만 그걸 넘어선 새로운 비전을 창조하지 못한다고, 마음이 자라날 수 있는 곳, 사회적 차원에서의 긍정에너지가 발현되는 그런 공적인 공간을 우리가 어떻게 구축해 갈 것인가가 우리에게 놓인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 강의를 마쳤습니다.

 
민주주의 배움터는 앞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한 번씩 개최될 예정입니다. 다음의 두 번째 강좌는 오는 11월 13일(수) 『조용한 마음의 혁명』이라는 책을 저술한 최현정 임상심리전문가와 함께 진행될 예정입니다.   
 
* 개별 강의 신청하기  http://www.kdemo.or.kr/ko/notification/notice.html?uid=1461
* 문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02-3709-7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