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배움터 3강좌 후기> ‘먼 희망, 가까운 불안’ 그 이름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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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희망, 가까운 불안’ 그 이름은 가족? 
- 민주주의 배움터 세 번째 강좌 후기 -


지난 11월 20일(수요일)에는 <2013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 세 번째 강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가 강사로 나서서 ‘한국가족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우리 시대 가족의 풍경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사회학을 전공한 김혜영 교수는 사회학에서 마인드 또는 자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타자라는 존재와의 상호작용을 전제한다고 하면서 가족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흔히 우리가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가족 성원과의 관계로 설명을 할 때가 많죠. 요즘 대세가 힐링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이 뭔가 상처받고 힘들어졌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상처받은 영혼과 영혼으로 이뤄진 가족은 어떨까요? 과연 우리가 늘상 생각해 온 것처럼 서로를 치유해주는 그런 이상적인 공동체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소외 관계를 맺는 출발점으로서의 위태로운 공간일까요? 

흔히,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폴 등을 ‘가족주의’ 국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족안의 가치와 원리가 사회로 확장되어 경로사상, 충효사상과 같이 사회를 구성하는 통치이념으로까지 나아간 나라를 이렇게 부르죠. 그런 점에서 과거 가족은 나 자신을 묶어주고 나를 치유하고 내 부족한 부분을 메꿔준다는 차원에서 사회적 자본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김혜영 교수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위기라고 진단합니다. 가족에 대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김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가족은 먼 희망, 가까운 불안’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가구 재생산이 가능한 소득이 있어야 하고, 타인관계에서 일정정도의 교섭 능력까지 있어야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가족에 대한 모든 가치와 통념이 철저하게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김혜영 교수가 묘사하는 달라진 가족 풍경을 잠시 들여다 볼까요? 
 옛날에는 방송에서 가족 문제를 다룰 때는 해당 당사자가 스크린으로 가리워진 채 개인사가 알려지지 않도록 한 다음에 상담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오늘날 방송에서는 아예 가족 구성원들이 직접 자신을 드러내놓고 전문가 패널들에게 둘러쌓인 채로 자신들의 가족 얘기를 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 문제가 밖으로 새나가지 말아햐 할 문제가 아니라 공중을 향해서 이야기하고 적극적으로 처치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완전히 열린 공간의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또 하나의 다른 풍경은 가족 관계가 이전처럼 위계관계가 명확한 방식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마다 각각의 자유, 권리가 강조되면서 상호 유기적 관계에서 소통하고 상호 의존하는 존재로 많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부모들은 자신이 배웠던 권위 관계 속에서 자녀관계를 바라보지만, 지금 자녀들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죠. 김교수는 현재까지 새로운 가족 질서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가족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너무 많이 쏟고 있는 상황이라서 일과 가정생활을 적당히 양립할 수 있는 게 쉽게 허락되지 않고 있죠. 그러다보니 사적 영역인 가족에서 관계에 실패하거나 상처를 받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번 가족을 정하면 평생간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고 현대 가족은 계약관계적인 특성을 갖게 되었고 관계가 행복하거나 의미가 있을 때에만 가족이 유지될 뿐입니다. 김혜영 교수는 이런 때일수록 함께하는 시간을 뭘로 채울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함에도, 운명 공동체라는 관습적인 생각으로 결국은 아버지의 시간으로, 고3 수험생의 시간으로 우리의 모든 시간이 유예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러한 가족의 변화는 가족 내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가 네트워크 손바닥 안에 위치지워짐에 따라 변화의 속도와 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 한 복판에 가족이 있기 때문에, 가족 또한 사회를 통해 교묘하게 만들어지고 조작되고 왜곡되고 있습니다. 김교수는 ‘성과에 따라 배분한다’는 사회에서의 경쟁원리가 가족에게까지 투영되어 아이는 아이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욕구에 따라 대접받았던 특수주의적 원칙이 적용되던 공간이 자녀관계에서 부부관계에서까지 성취동기에 따라 움직이고 평가받게 되었다고 현대 가족을 분석합니다. 김교수는 다시 묻습니다. ‘가족이 사회로부터 독립되어 특별한 애정관계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가족에 대해 어떻게 개념화하고 내가 그 가족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가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말이지요.  


<OECD주요 국가들의 합계출산율 변화:1960~2009년>

IMF 이후 주기적인 경제위기가 몰아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속에서 외로운 개인들은 쉽게 노동시장에서 파편화되고 언제든지 자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실업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저출산과 심지어 결혼을 지연시키는 현상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개인의 당연한 합리적 선택행위일 수 있습니다. 가족은 당위나 규범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개인의 기호에 따른 선택지가 되어 버렸죠. 그러다 보니 국가는 오히려 비합리적 결과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실입니다. 노인을 부양할 청년세대들이 줄어들고 그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워지고 있죠. 뒤늦게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만들어 결혼과 출산장려를 독려하지만 현재의 위험사회 속에서는 국가가 강요하는 당위논리에 따라 합리적 선택행위를 포기할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시장화되고 물환된 사회속에서 제도로서 가족이 갖는 안정성이 무너져 내린 상황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보다 현재는 성인관계(부부관계)에서 형편성이 확실히 좋아졌지만 세대간 관계에서는 형편성이 깨지고 있습니다. 가족이 깨짐에 따라 아이들은 가족으로부터 받던 맞춤식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죠. 서구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 왔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며 지역과 국가가 선별적으로 복지 및 사회 사업을 벌여왔고, 유럽의 경우는 모든 개인이 자유롭게 돌봄과 건강한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본적 돌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도 강한 가족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요즘 들어서야 국가가 조금씩 사후적으로 개입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급격하게 가족이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자체적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는 영화 작품들> 

김혜영 교수는 이러한 가족의 변화는 90년대 초반에서부터 이미 문학의 영역에서는 주된 관심영역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바람난 가족’, ‘아내가 결혼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가족의 탄생’, ‘레고로 만든 집’ 등의 숱한 영화와 소설에서 알 수 있듯이 형식적인 가족에 대해 의미를 잃어버린 자아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드러내며 가족의 의미를 물어왔다는 것이죠. 김혜영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25년 뒤에는 일인가구가 35%로 제일 많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유대관계에 대한 욕망이 있기 때문에 이 수치가 나타내는 것은 가족관계를 맺었다가 어느 순간에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더욱 증가된다는 표현에 다름 아닙니다. 김교수는 자신이 직접 수행한 이혼 경험자들의 인터뷰 결과 이미 가족을 굉장히 유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수시로 가족의 문이 열리고 닫히고 하는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혜영 교수는 다시 강조합니다. 한편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족구성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취업불안과 솔직한 관계를 지속시킬 수 없는 사회 구조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이지요. 젊은이들은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고 그리고 자립하더라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 가족안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구성원(특히 노인, 아이들)에 대한 방임과 학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다르게 가족 살해사건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뭔가 최후의 보루라고 여겼던 가족 관계가 비틀어지면서 다른 타인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를 가져오고 사회적 병리 문제가 되면서 우리 사회의 위기의 근원이 되고 있죠. 실제로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결혼한 사람이 빈곤해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더 이상 가족이 나를 보듬어주리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 결과 가족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국가는 위기를 느끼고 더욱 더 가족을 사찰하고 정책을 들이밀고 있는 형국이죠.
 


<가족 유형별 가족보살피기 시간 사용: 2009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중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국가는 이런 상황에서 여성 노동력이 시장에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으로서 양육과 가사일을 맡아 하던 여성에게 제공되는 노동의 질은 형편없는 실정입니다. 더군다나 국가 자체가 맞벌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의 삶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맞벌이 부부가 6세 미만의 어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나마 여성의 경우에도 하루에 채 20분밖에 안 된다는 설문결과까지 있습니다. 김혜영 교수는 구성원 각각의 인성을 만들고 유의미한 장소로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아빠가 엄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하고 가족과 함께 할 유의미한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갖도록 함으로써 부부지간, 세대간 형평성을 공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 이상 자신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안전한 지위를 주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시간과 노력을 아이와 부부의 관계를 단단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개인들이 이렇게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과 국가가 노동자로서의 안정적인 삶과 부모로서의 삶을 뒷받침해주는 체계적인 정책들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에 우리가 와 있는 것이죠. 

<2013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 네 번째 강좌 ‘SNS와 소통의 위기’는 오는 11월 27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저희 사업회 1층 민주누리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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