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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민주주의 배움터 4강 후기> 우리주변의 일상부터 바꿔 나가자!

2014 민주주의 배움터 4강 후기

<우리주변의 일상부터 바꿔 나가자!>

2014년 12월 18일(목) 오후 7시에는 2014 민주주의 배움터 "민주주의, 공화주의와 만나다“ 마지막 강좌가 김경희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의 강의로 진행되었습니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균형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던 이번 강좌에서 김경희 교수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관계속에서 서구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본 후, 민주화가 많이 진행되었다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왜 공화주의 논의가 필요한지를 설명하였습니다. 김경희 교수는 공화주의의 핵심은 공론의 장에서 같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게 진리의 핵심인데 문제는 그리로 가기 위해 너무 많은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게 인간이 만든 문제인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오늘날에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비판하면 안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사실 서양에서는 근대 이전까지 민주주의는 부정적 의미로 쓰였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는 일반 민초(demos)와 지배(kratia)로 구분되는데, 인민이 정치의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크라티아라는 개념이 생겼다고 합니다. 인민이 알아서 다해버린다는 개념이 민주주의에 들어있습니다. 아테네에서 사용한 민주주의 개념 속에는 민중의, 민중에 의한 전일적 지배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김경희 교수는 아테테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해상 제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중산층 농민들로 이루어진 중무장 보병체제에서 무산자였던 테테스 계층이 주를 이루는 해군 중심의 상비군 체제로 군체제가 전환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시민권이 주어지게 된 테테스 계층이 해상전투 승리에 따라 민회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정치를 좌지우지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무산자 계층이었던 이들에게는 전쟁을 통해 주변 각 나라에서 보내온 조공을 통해 유일하게 부를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주전론을 주장하게 되었고 결국 번영하던 아테네가 순식간에 패망한 데는 바로 이러한 테테스의 분파이익의 지배가 큰 원인이었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테테스의 분파이익, 즉 데모스의 전일적 지배로서 민주주의를 명칭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평가 이후로 서양사에서는 민주정이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게 됩니다.

이미 두 번째 강좌에서 조승래 교수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유럽의 헤게모니가 아테네에서 로마로 넘어왔을 때, 로마에서는 독점과 배제가 아닌 균형과 조화를 가능하게 한 혼합정을 통해 번영이 이루어졌습니다. 아테네 시기 전일적 지배가 이뤄졌을 때는 분파이익 때문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지만, 로마에서는 합리적 판단 즉, 모두를 위한 정치 공동체의 판단이 가능했다는 것이죠. 이러한 민주정의 극단화 경향을 완화하려는 혼합정의 이념은 로마에 이르러 ‘공화’의 이념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공화정의 이념은 ‘지배’가 없는 체제입니다. 김경희 교수는 아테네의 민주정이 평등하고 동질적인 시민들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산술적 평등관을 가지고 있었다면, 로마는 일종의 기하학적 평등관, 다시 말해 자질과 능력에 따른 차별적 평등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때 차별적이라는 것이 억압을 낳고 지배를 낳는 것은 아니었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서로 잘할 수 있는 걸 밀어준다는 의미가 더 강했다고 합니다.

김경희 교수는 독점과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공존과 협동의 정치를 강조하는 것이 공화주의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갈등과 의견의 획일적 통일이 아니라, 다름의 인정 속에 견제와 균형의 아트(art)를 수행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름의 인정 속에는 갈등이 항상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갈등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견제와 균형의 아트를 수행해 나가는 것이 공화주의죠. 그래서 ‘공화국은 자유다’라는 말은 공화국은 다원성이며 복수성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 의식속에서 바라본다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나타나는 ‘민주공화국’은 ‘민주’와 ‘공화’의 조화를 요구합니다. 김경희 교수는 민주는 권력 형태, 즉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고, 공화는 국체, 즉 나라가 어떻게 질서화되느냐를 얘기한다고 합니다. 즉 민주라는 물고기는 공화라는 물속에서만 살아야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죠. 고전적 의미에서 볼 때 민주는 주인개념이 들어있기 때문에 공화와는 긴장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성을 내세우는 순간 공화가 흐트러질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 둘의 조화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합니다.

김경희 교수는 바로 한국사회로 시선을 돌립니다. 민주화 이후에 기존의 억압되어 있던 여러 가지 갈등이 분출되고 있습니다. 이 갈등이 과연 어떻게 잘 조절되고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대화의 장인 국회는 현재 문제가 심각합니다. 갈등을 상호 인정하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갈등만 가장 중요하다거나, 네 갈등은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경향이 국회 안에 지배적이죠. 김경희 교수는 다시 한 번 갈등은 공존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하면서 갈등을 인정하는 사고체계가 우리에게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반독재 투쟁의 민주화운동을 치열하게 할 때는 공화주의 얘기가 안나오다가, 민주화 이후 여러 갈등들이 도출되고 있는 오늘날 공화주의 논의가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김경희 교수는 주장합니다.



김경희 교수는 공화주의의 주요 개념틀을 자유, 법치, 공공선과 시민적 덕성이라고 규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우리 사회에 던져봐야 한다고 합니다.

“2014년 지금, 우리에게 ‘자유’가 어느 정도 있는가?”

“우리에게 ‘법치’가 어느 정도 있는가?”

“우리에게 ‘시민적 덕성’은 어느 정도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 속에 현재 21세기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어떠한가?”

김경희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합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이 많이 팔리는 것도 경제의 위기와 대한민국의 재봉건화(봉건주의가 극복된 자본주의 시대에 봉건주의 요소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시 나타나는 것을 뜻함)가 심화되면서 사회계층 분포모형이 피라미드형을 띠고 있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사회경제적 자본의 독점화 속에서 권력의 불평등화,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 그리고 귀족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세 귀족주의의 특징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가문이나 혈연관계를 통해서 재생산되는 것입니다. 반면 자본주의의 핵심은 능력주의인데, 이러한 능력이 아니라 운 좋게 잘 태어나서 그 속에서 교육받았을 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으로 보일 수 없게 되고, 공적인 것은 전부 사적인 것이 되어 버리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김경희 교수는 독일 사회학자 라이너 포스트(Rainer Forst)의 “한 사회의 재봉건화는 사회에서 부와 가난이 세습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양극화가 진행되면 민주주의 관계에서 중요한 수평화보다는 오히려 수직화가 진행되고, 이런 독점화 속에서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 능력의 계발이 아니라, 요행과 운을 바라는 사회문화가 형성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로또, 투기가 횡행해지게 되고,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상층에 줄을 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줄을 대는 순간 공적인 것이 사사화되어 버리죠. 또한 수평화가 아니라 수직화가 될 때 분노와 순종이라는 모순된 감정과 태도가 시민의 일상에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속에서 나오는 분노, 그러나 그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대한 것이 자기 앞에 나타날 때 아무 말 없이 순종하게 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지게 되죠. 결국 이런 상황이 사이코 패스만 양산하게 됩니다.

김경희 교수는 이러한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점과 배제가 아닌, 공존과 배려의 정치, 사회, 문화가 필요하다는 걸 거듭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존과 배려가 가능한 정치문화의 사회경제적 토대는 중산층이 확보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우리나라 독점재벌 구조 속에서는 이러한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정치도 정치이지만 무엇보다 김경희 교수는 시민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을 위한 공화주의적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이는 곧 말하고, 말을 나누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속에서 자유, 평등, 나아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민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거죠. 김경희 교수는 대한민국 국회를 양원제로 하고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 어린 아이들이 집의 문화뿐만 아니라 교실의 문화를 권력자만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의견을 표출하게 하면서 공존하게 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우리 주변의 일상부터 이렇게 바꿔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공화주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죠.

김경희 교수의 강의로 2014년 민주주의 배움터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전에 비해 짧은 네 강좌로 이뤄진 배움터였지만 참가자들과 강사분들의 열정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더 활활 타올랐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동안 <민주주의 배움터>에 애정을 갖고 참여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4 민주주의 배움터 1강좌 후기>

<2014 민주주의 배움터 2강좌 후기>

<2014 민주주의 배움터 3강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