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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배움터 4강좌 후기 ‘재벌개혁과 상생의 경제’

민주주의 배움터 4강좌 후기 ‘재벌개혁과 상생의 경제’ 


지난 11월 14일 오후 7시 30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누리에서 2012 하반기 민주주의 배움터 ‘경제민주화의 길을 묻다’ 네 번째 강좌가 열렸습니다. 40여의 참가자들과 함께 한 이번 강좌는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학 산업경제학과 교수가 ‘재벌개혁과 상생의 경제’라는 제목으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본격적인 강좌 진행에 앞서 우리 사업회와 본 배움터를 공동개최하고 있는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의 크리스토프 폴만 소장이 유럽 시각에서의 경제민주화를 다섯 가지 항목으로 소개했습니다. 유럽에서의 경제민주화는 첫째, 경쟁력을 균등하게 규제하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재벌의 소유관계를 규제하는 것이 해당됩니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을 육성, 지원하여 국내․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로는 고용주와 노동자가 함께 공동으로 결정하는 직장내 공동결정권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기업 발전에 훨씬 더 책임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두 진영사이의 관계가 상당히 적대적인데 비해 유럽은 기업인과 노동자 간의 관계친밀도가 높습니다. 
네 번째로는 노동조합을 강화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OECD에서 한국이 뒤쳐져 있는 부분인데, 노동조합 약화는 사회적 갈등, 사회적 평화를 저해하고 기업주-노동자간의 적대적 관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한국의 비정규직 등의 열악한 노동관계를 개선하는 일입니다. 크리스토프 폴만 소장은 한국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에 치중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의 재벌이 막강한 경제력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위의 다섯 가지 과제들이 병행되어 해결 될 때 경제민주화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본 강좌의 진행을 맡은 송원근 교수는 한국처럼 빠른 시간에 시장경제가 사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상생’을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강좌를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재벌개혁’이라고 서두부터 재벌개혁을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 1인1표로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대의제로 대표를 뽑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적 민주주의만으로는 경제민주화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경제민주화는 절차적 과정뿐만 아니라 실천의 결과로 생긴 불평등까지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송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송원근 교수는 기업의 민주화는 1주 1표에서 1인 1표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보편적인 주식회사의 1주 1표 원리를 살펴보면, 경영자들이 기업경영에 관해서 주주들의 제한적 정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영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소유와 경영의 분리 때문에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 재벌기업에서는 1주 1표의 주주자본주의 원칙마저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재벌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 연쇄고리를 통해 1주를 가지고 5~60표의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경영실패나 주주에 대한 피해에 대해 이들은 무책임할 뿐더러 처벌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뿐인가요? 경영감시 공백을 핑계로 비정규직 고용과 해고를 일상화하고 무노조 경영을 통해 노동기본권마저 탄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전근대적인 자본-노동관계, 즉 기업 내 집중화된 권력을 제한하고 기업경영에 대한 발언권과 투표권을 높여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시장경제 영역을 살펴봅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자유시장경제는 자유로운 선택과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개인들이 시장에 참여해서 공정한 게임룰에 따라 경쟁하고 그 게임 결과는 효율적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며, 이 때문에 선택을 제한하고 규칙을 훼손하는 정부의 간섭과 사전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민주적 시장경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독재시대의 무분별한 정부 개입의 반작용으로 형성된 믿음인데, 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개혁의 방향도 국가가 경쟁제한적 규제를 완화하고 공정경쟁 질서를 형성하도록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민주적 시장경제론이 정부의 역할 축소를 불러왔고, 정부로 하여금 재벌을 규제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규제 민영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패권적 시장질서가 더해져서 오늘날 한국경제의 재벌개혁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송교수는 민주적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헌법 119조 2항에 그대로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경쟁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엄격한 법을 집행하고 시장실패의 영역, 즉 공공영역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시장결과에 대한 조정까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송원근 교수는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민주적 시장경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민경제로 가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당지원과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증여 등의 방식을 통해 10대 재벌들이 한국경제 비중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거대경제권력을 형성하고 있고 나아가 정치사회권력을 장악하면서 민주정부를 침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민주주의 권리를 훼손할 경우 누구나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집중화를 통해 시민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송교수는 주장했습니다. 





송교수는 대기업에 대한 감세정책과 고환율정책, 그리고 각종 규제완화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는 현 정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그 때문에 현재 대선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재벌개혁 공약을 살펴보면 대부분 현 정부 이전수준으로 되돌리자는 정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송교수는 재벌개혁은 총수의 지배력을 약화시키지 않은 채 노동권과 시민권을 회복하고 자치를 실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부 또한 과거 독재시대와는 다른 역할 정립이 필요하며 정부-재벌간 연합에 의한 경제성장모델을 대체할 대안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벌개혁의 방법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기업집단법, 선 보편적 복지론, 사전적 규제와 사후적 규제 등 여러 가지 논의에 대한 장점과 한계를 평가한 후, 송교수는 재벌개혁의 핵심은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에 있으며, 이를 위해 순환출자 금지, 계열분리명령제 또는 기업분할명령제, 금산분리 강화 등의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총수일가의 부당 이득에 대해 적법한 과세를 해야 합니다. 

송원근 교수는 현 정부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재벌개혁 없는 동반성장은 허구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는 현 재벌중심의 기업시스템이 초래한 수탈적이고 종속적인 기업관계의 결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하고, 하도급 분쟁조정신청제도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하고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이 있지만 이는 모두 사후적 방법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송교수는 상생을 위해서는 재벌총수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재벌개혁과 엄정한 법집행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중소기업간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 그들 스스로 협상력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법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과도한 재벌집중현상과 중소기업의 취약한 상황을 볼 때 이러한 재벌개혁과 상생의 길은 앞으로도 굉장히 멀고 험난한 길이 되겠지만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임을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 배움터 다섯 번 째 강좌는 11월 21일(수) 오후 7시 30분에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양극화와 일자리’라는 제목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