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드리는 글 (제21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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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글



  6월 10일 민주항쟁 21주년을 맞는 뜻 깊은 날입니다.

  무엇보다도 선열들의 고귀한 뜻과 유업을 기리며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몸 바치며 최선을 다한 선후배 동지들과 벗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제사 드리는 자세로 정화과정을 거쳐 성찰의 기도를 올립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하는 기억의 시간입니다.


  기억은 과거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재현하여 시공을 넘어 한눈으로 역사를 깨닫게 하는 길잡이며, 이를 토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지향하고 창출하는 인간이 지닌 고유능력입니다. 때문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과거 선열들의 삶을 기억하며 이 뜻을 계승 심화시켜 발전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민주주의는 바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역사의식의 확인으로, 수천여년을 통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뿌리내리고 확인된 공유적 가치입니다. 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바른 인간관, 바른 공동체관, 바른 역사관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바로 6.10민주항쟁의 정신이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존재이유입니다.


  첫째, 물론 사람에게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먹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정신과 도덕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이 가르침과 삶은 먹는 것에 마음과 정신과 영혼을 담아 친교를 나누게 하였습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오 4,4;신명기8,3)는 성서의 가르침도 선조들의 정신적 유산을 뒷받침해줍니다. 선조들이 남겨준 가르침은, 늘 보존해야 할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온통 경제제일주의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이 교훈을 새삼 깊이 되새겨야 합니다.


   둘째, 우리는 바른 공동체관을 지녀야 합니다. 사람은 이웃과 함께 공동선을 위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공동선은 개인과 가정, 단체가 보다 쉽고 완전하게 자기완성을 이루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체입니다. 공동선은 또한 인간이 주체이며 과정이며 목적이 되는 사회적 질서입니다. 사실 사람은 십인십색으로 서로 다르지만 자유와 책임, 양심과 정의에 기초한 공동선 안에서 언제나 일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 조화는 외적 성장이전에 내적 발전을 확증합니다.

   “정의에 기초하지 않은 국가는 강도집단에 불과하다”는 성아우구스띠노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이성과 상식, 자연법에 기초한 공권력을 확인합니다. 우리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확인하며 부정과 비리, 거짓과 불의에 항거하여 투쟁하고 청렴결백과 지혜, 사랑과 정치적 신념으로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증거해야 합니다. 선열들의 가르침은 전세계에 이르도록 “모두”, “골고루”, “함께” 하는 삶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일깨워줍니다.


  셋째, 바른 역사관을 지녀야 합니다.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으로 통찰하는 종합적 학문입니다. 헤겔의 역사철학이론과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적 순환 이론을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상식과 도덕에 기초한 공유적 가치를 늘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결같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완용, 송병준과 같은 매국노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 세우고 바른 역사관과 식별력을 지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청소년의 시대입니다. 우리시대의 청소년들은 사람이 모일 때 항상 나타내는 물리적 과시보다는 마음에 호소하는 친교와 평화를 보여줍니다. 청소년들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켜고 외칩니다. 청소년들은 하늘의 뜻을 외치는 목소리입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는, 그분의 확성기입니다. 어둠을 이기는 빛입니다. 시대의 목소리, 하늘의 목소리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밝히는 빛을 향하여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으로는 그들과 하나입니다. 많은 분들과 같이 우리도 청소년들의 이 모습 속에서 한국사회의 미래, 아니 인간 모두가 찾고 실현해야 할 진리와 아름다운 정체성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그들의 목적을 향한 진지함과 열정 그리고 포용과 여유안에서 아름다운 역동성과 창조성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이 순수성을 왜곡하는 거짓된 언론을 이 기회에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엄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같은 어법으로 80년 광주희생과 87년 6월 민주항쟁을 헐뜯고 매도했던 언론주범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언론의 회개를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우리는 촛불을 켜든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6.10민주항쟁의 현실적 의미와 교훈을 확인합니다. 이들의 외침과 호소가 있는 그대로 대통령과 선의를 지니고 진리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오늘의 사회적 갈등과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참으로 큰 지혜가 필요합니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촛불문화제의 노래와 함성이 바로 시대의 소리, 하늘의 소리입니다. 우리 모두 그들의 소리를 듣고 그 뜻을 존중하고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바로 이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6.10민주항쟁 21주년의 주제입니다. 다윗왕에세 직언했던 예언자 나탄의 심정으로 대통령께 호소하며 이 글을 감히 국민여러분께 올립니다.


  선열들과 호국영령 그리고 민주열사들과 통일열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마음에 간직하며 6.10민주항쟁정신이 일상의 삶에 스며들도록 다짐합니다.

  또한 큰 꿈을 안고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가 6.10민주항쟁정신을 길잡이로 공동선을 위한 아름다운 열매를 맺도록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과 함께 염원하며 기념식에 임합니다.

  선열들이여, 이 나라를 돌보소서. 감사합니다.


2008.6.10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