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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민주주의

지금도 진행 중인 `이집트 시민 혁명`

지금도 진행 중인 `이집트 시민 혁명`

무바라크 퇴진했지만 이집트 국민은 "변한 게 없다" 불만

 

한상용 연합뉴스 카이로 특파원 / gogo213@yna.co.kr

 

중동의 맹주국 이집트에서 올해 초 일어난 민주화 시민운동은 지난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전복시켰다. 이집트가 중동 다른 나라에 비해 먼저 혁명을 이뤄낸 셈이다. 그렇지만 현지 국민은 여전히 더디기만 한 개혁 진행 속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과도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독재권력의 장기 집권으로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높은 실업률과 나날이 치솟는 물가가 개선되지 않은 점도 국민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혁명 이후 무바라크는 끝내 물러났지만 사실상 변화를 체감하는 이집트인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한동안 잠잠했던 시위대는 결국 지난 78일부터 카이로 타흐리르(해방) 광장에 다시 모여 개혁의 가속화, 무바라크 정권 인사의 처단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집트 사회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현지 전문가들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구심점 역할을 맡을 만한 야권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민 혁명 이후 정당이 50여개나 생겼어도 서로 정치적 노선이 달라, 통합된 의견을 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NPD)과 군부는 비판의 화살을 피하고자 여론을 살피기만 할 뿐 이렇다 할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집트의 이슬람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729일 찾은 타흐리르 광장의 대규모 집회는 이슬람 강경 조직 계열의 살라피스트 시위대가 주도하고 있었다. 이슬람 초강경 보수주의자를 일컫는 살라피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근본주의에 해당하는 와하비즘에 가까우며, 이집트 최대 야권 그룹인 무슬림형제단보다 더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수천명의 살라피스트들은 `이집트의 이슬람화`라는 표어를 내걸고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엄격한 시행도 촉구했다.미국과 서방 국가는 그동안 친미친서방 성향의 이집트가 이슬람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의 맏형 역할을 해 온 이집트가 이슬람화될 경우, 반미와 반이스라엘 감정이 중동에 더 퍼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이집트 시민 혁명` 사진

이집트 시민 혁명

올해 1월 재스민 혁명의 영향을 받은 이집트 시민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집트에서는 지난 211`현대판 파라오`로 군림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벤 알리 대통령이 축출된 지 불과 10여일 뒤인 지난 125일부터 인구 8천만의 이집트에서 사상 초유의 시민 혁명이 일어났고, 그로부터 18일 뒤 무바라크 대통령은 퇴진을 선언했다.

무바라크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부통령으로서 권력을 승계한 이후 30년간 비상계엄법에 의지해 이집트를 통치해 왔다. 이집트는 시위 사태 이후 카이로의 은행과 관광지 등이 다시 문을 열며 정상화를 향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관광객도 시민 혁명 초반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나 6월부터 점차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무바라크가 하야한 직후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시위 직후 정치범 108명을 석방하는 등 다양한 유화책을 내놓으며 민심 끌어안기에 나섰다. 개각도 수차례 하며, 민주화로 이행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는 헌법 개정을 통해 새롭게 선출되는 대통령과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이를 믿지 못하고 과도기 권력을 쥔 군부에 개혁의 가속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최근에도 개최하고 있다.

과거 청산에 미온적인 과도정부에 대한 불만도 높다. 이집트 법원은 시위 진압과정에서 시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 10명을 보석으로 석방하는가 하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무라바크 정권 당시 각료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에삼 샤라프 과도정부 총리는 시위대를 달래고자 치안책임자인 만수르 엘-이사위 내무장관에게 시위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 400여명을 파면 조치했으나 돌아선 민심을 돌이키기엔 역부족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이집트 시민 혁명` 사진

무바라크 재판 어떻게 진행될까

 

이집트는 물론 전 세계는 현재 무바라크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무바라크 재판 결과가 중동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오일 머니`의 파워를 자랑하는 중동 대다수 국가가 왕정 또는 대통령 중심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무바라크 재판으로 절대 권력이 끝까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서다.

무바라크는 유혈 진압과 부정축재 혐의로 역사적인 첫 재판을 받았으나 그는 이를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이집트 인권 단체들은 무바라크 정권이 시민혁명 기간에 시위대에 실탄과 최루탄 등을 쏘며 폭력적으로 진압해 846명을 숨지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이집트 검찰이 무바라크에게 적용한 혐의는 살인교사죄, 권력 남용을 통한 부정축재 등 크게 두 가지다. 검찰은 무바라크가 지난 125일부터 18일간 카이로에서 반정부 시위가 지속됐을 당시 평화적인 시위대를 `죽일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교사죄를 적용했다. 무바라크가 하비브 알-아들리 당시 내무장관에게 당국의 실탄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에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 총을 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무려 수백명이 숨졌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무바라크는 그러나 앞서 검찰 조사에서 "시위 진압 경찰에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분명히 명령했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부정축재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검찰은 무바라크가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궁전과 4채의 빌라 등을 포함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권력자로서의 지위를 십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 규모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일각에서는 700억달러(77조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변호인단은 그러나 무바라크의 재산은 그가 62년간 일해서 모은 600만 이집트파운드(11억원)가 전부이며, 해외 은닉 재산은 단 1달러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바라크의 살인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15년형 또는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권력 남용을 통한 부정 축재 혐의는 징역 515년형에 해당되는 범죄다. 무바라크가 실제로 중형을 선고받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이집트 군부가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군 장성 선배 무바라크에게 굴욕을 안겨줄 정도의 형량이 내려지는 상황을 방치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군 최고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후세인 탄타위 최고사령관이 무바라크 정권에서 20년간 국방장관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무바라크를 단죄하는데 앞장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많은 이집트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무바라크의 건강 악화를 주장하고 있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빌미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바라크는 권좌에서 물러나고 나서 시나이 반도의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칩거했지만 이집트 법원의 명령으로 지난 3일부터 카이로 인근 군 병원에서 머물러야 한다. 다음 재판은 오는 15일 열린다.

한편, 이집트는 개정 헌법에 따라 올해 11월 총선, 내년 초에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 이 기간 선거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선거 예정일이 수차례 연기됐고, 정확한 선거 일정마저 공개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어떻게 이뤄질 지 전 세계가 궁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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