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으로 바로가기

단행본

민주화운동의 세계사적 배경

민주화운동의 세계사적 배경


민주화운동의 세계사적 배경

▶서구의 선진 민주주의가 아닌, 지구촌 각국이 겪는 민주화의 현주소

오늘날 민주주의는 현존하는 최선의 정치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가 ‘정치제도’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그 나라가 안고 있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민주주의 형태로 인식되는 대의 민주주의는 서구의 정치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한 반면,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나라마다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안고 있는 사회문제가 다른 탓이다. 서구의 경험이나 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와 처지가 비슷한 나라들의 민주화 과정을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 다시 말해 이 책의 출간 의의가 여기에 있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한국이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각 나라가 민주화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문제들을 자각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병폐도 냉철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이행 및 공고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나라의 현실 분석
이 책의 1부에서는 근대화와 국가성의 변수에 초점을 맞춰 동아시아와 남미의 사례를 다룬다. 먼저 지리적·역사적 측면에서 한국과 가장 비슷한 사례인 대만은 1987년을 기점으로 민주화 이행이 본격화되었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민주주의로 전환되어 폴리티 IV, 프리덤하우스 같은 유수의 조사로부터 민주주의 지수를 매우 높게 평가받았다. 태국은 1992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권위주의로 회귀하고 있으며, 필리핀은 민주주의로 이행했다가 독재자가 집권하기를 반복하는 갈지자 형태의 민주화 과정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경제가 정치를 발목 잡아 포퓰리즘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탓에, 경제적으로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공고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념적·역사적 습속과 시민사회에 초점을 둔 2부에서는 유럽과 아랍의 사례를 다룬다. 1974년 혁명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포르투갈과, 엘리트에 의해 민주주의로 이행한 스페인의 사례를 비교·분석하는 한편, 1974년 민주주의로 이행한 이후 20여 년 동안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을 밟다가 최근 국가 파산의 위기를 맞은 그리스의 사례도 다룬다. 러시아에서는 권위주의적인 푸틴 정권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그간 러시아가 강행해온 민주주의 실험에 국민들이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용어에 대해 58%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헝가리는 공산주의 체제가 종식된 후 민주주의 공고화와 시장 자본주의 체제를 성공적으로 확립했으나 서구 민주주의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미성숙한 단계다. 아랍에서는 2011년 초 튀니지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이후 그 영향이 주변국으로 급속히 번졌는데, 아랍 민주화운동의 발발과 확산은 우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나라마다 대응도 다양한 실정이다.

 

 

▶세계 각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 민주화의 미래를 가늠하다
조지프 슘페터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한 민주화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이며, 혁명이나 급진 세력에 의한 민주화는 반(反)민주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학자의 이 같은 좁은 해석은 서구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임을 잘 알 수 있다. 선거를 치를 사회적 여건도, 선거로 민심을 대변할 정치적 상황도 마련되지 못한 나라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는 나라 중에는 민주주의 공고화에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는 나라도 있고, 공고화 과정에서 뒷걸음치거나 혼란 상태인 나라도 있으며, 권위주의로 회귀한 나라도 있다. 이들 나라의 현실은 우리나라가 걸어온 역사 또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민주화 이행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사회관계도 민주화해야 함을, 더불어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라 할지라도 후퇴하는 것 또한 한순간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차례>

 

 

 

1부 동아시아와 남미: 근대화와 국가성
1장 대만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공고화
2장 태국의 민주화와 민주주의 공고화: 성공과 좌절
3장 필리핀 민주주의 공고화의 이상과 현실
4장 아르헨티나, 요원한 민주주의의 완성

2부 유럽과 근동: 이념, 습속, 그리고 시민사회
5장 포르투갈-스페인에서의 민주주의 이행 과정 분석
6장 그리스 민주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7장 러시아 민주주의 공고화의 실패: 구조, 제도, 행위자
8장 헝가리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현안: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9장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의 비교정치학적 분석: 혁명 발발의 불가측성과 민주화 성공의 구조적 요인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