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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언론과 민주주의 : 새로운 여론몰이 프레임의 문제들

18호 언론과 민주주의 : 새로운 여론몰이 프레임의 문제들


18호 언론과 민주주의 : 새로운 여론몰이 프레임의 문제들

언론과 민주주의 : 새로운 여론몰이 프레임의 문제들 

​박창식 <한겨례> 기자 / 언론학 박사​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 이후 보수 언론은 새로운 프레임을 동원하고 있다. 적폐 청산에 대응하는 이른바 정치보복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의 골자는 새 정부가 미래 설계에는 관심 이 없고 오로지 과거사 털기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정치보복 프레임은 적폐청산의 내용,  즉 적폐의 원인과 해악이 무엇인지를 살피려 하지 않는다. 대신에 적폐를 해소하려는 움직 임의 배경과 의도에 집중하는데, 그것도 객관적 논증보다는 추측에 주로 의존한다. 이 점 에서 과거의 양비론과 비슷하다. 또한 정치보복 프레임은 어떤 세력이든지 권력을 잡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 보복에 나서기 마련이라는 논리를 은연중에 전파한다. 그 놈이 그놈이라는 인식을 유포한다는 점에서도 과거의 양비론을 빼닮았다. 역시 정치 불신 정서에 기대는 것이고 정치 불신 정서를 더욱 증폭시키는 프레임이다.

언론은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균형있게 전달하여, 공론장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언론의 책무다. 그런데 우리 사회 실정을 보 면 언론이 민주적 공론장 형성에 기여하기보다는 그릇된 프레임을 동원하여 여론몰이에 나서는 예가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은 촛불 시민혁명과 정권교체 이후에도 여전하다.

‘적폐 청산’은 언론의 담론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요즘도 국정담론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일탈 실태가 드러난 것을 보면, 이것은 적폐라고 표현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적폐는 국어사전을 보 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는 뜻이다. 명백한 불법행위를 지칭하기보다는 제도 와 관습에서 비롯한 폐단이라는 어감이 강하다. “관민이 함께 협심하여 적폐를 일소했 다.” “새로운 세제법이 이전의 적폐를 극복할 수 있기를 모두가 바란다.” 같은 용례를 봐 도 그렇다.이 맥락에선 적폐 청산이라고 하지 말고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 처벌이 라는 표현을 쓰는 게 훨씬 타당하다. 보수 언론이 적폐청산에 맞선다고 그릇된 프레임을 동원하는 것이 당연히 잘못이지만, 현 정부의 국정언어 선택도 썩 적절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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