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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전망(전문 학술지)

기억과 전망 42호

기억과 전망 42호


기억과 전망 42호

책머리에 (전재호)

 

2020년은 코로나(COVID-19)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코로 나의 확산이 미친 영향은 인류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인류의 역사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코로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조치를 가져왔고, 이는 산업 생산의 중단과 소비 위축, 실업의 증가, 자영업자의 몰락 위기 등을 초래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의 수가 적고, 상황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빠른 지원으로 경제가 안정되고 있는 데 비해,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후 줄지 않고 있고, 경제 상황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각국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다. 갑자기 늘어난 코로나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공공의료체계, 대량 실업을 구제하지 못하는 사회안전망의 부재, 그리고 고령층과 하층에서 집중되는 사망자는 전 세계적 현상이고, 이에 더해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미비한 사회안전망의 확대, 전 국민 고용보험 보장, 의료보험의 보장성 확대, 실업보험의 대체율 확대, 상병수당의 확대 등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지만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예상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코로나의 확산이 언제 끝날지? 끝난다면 그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현재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성과 과학을 맹신하며 자연을 이용대상으로만 삼았던 인간의 오만과 무지를 반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활동을 멈추자 자연이 회복되는여러 사례들이 반증하듯이, 이제 인류는 자연과 상생할 수 있는방안을 절실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호에는 코로나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 상황이 정리되면, 코로나가 한국 사회와 한국의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번 호에는 특별히 코로나의 확산과 함께 2020년 전반기를 특징지은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4·15 총선)를 다룬 시론을 실었다. 김동춘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4·15 총선, 코로나 재난 속 한국 민주주의: 국가와 정당,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먼저, 4·15 총선에서 드러난 정치 변동의 성격을 분석했다. 높은 투표율은 2016-2017년 촛불 시위에서 표현된 변화의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그리고 민주당의 압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20~30대 여성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 결집과 60대 이상의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 결집,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의 지지 결집의 차별성, 상층의 확고한 계급적 결집력과 중간층의 변동 및 하층의 계급적 무응집성 등의 특성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양당 구도 강화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무산으로 인한 대통령제-소선거구제의 강고한 작동결과로 평가하면서 그것이 지닌 부정적 측면을 지적했고, 이번 국회 역시여야 모두 엘리트 독점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무정형의 시민사회가 정치 밖에서 정치를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이 진정한 주권자로 국가, 기업, 지역사회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형 복지체제와 민주적 공공성의 비전을 세울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총선에서 얻은 정치자본을 기반으로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의 기반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호 특집은 민주주의 위기 진단이다. 김용철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한국 민주주의: ‘좋은민주주의인가?에서 한국사회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진전됨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결함 있는 민주주의의 상태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탐구했다. 필자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자들의 필요와 이해를 정당화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자들의 선호와 요구를 배제시킨다고 주장했다. 한국 민주주의가 좋은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민주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홍성태는 포퓰리즘의 정치와 사회운동의 도전에서 포퓰리즘 정치와 사회운동의 관계를 분석하여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집합적 도전의 전략을 이론적 차원에서 논의했다. 필자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약진할 수 있었다고 보면서, 포퓰리즘에 의해 동원된 민주주의를 더 나은 민주주의로 재구조화하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의 정치에 인민주권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채우는 집합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의 발전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도록 인민주권운동에서 발산하는 변화의 에너지를 사회적 지혜로 모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 민주주의의 형성과 맥락을 주제로 한 두 개의 논문을 기획으로 엮었다. 김봉국은 로컬에서 6월항쟁을 다시 보기: 전남대학교 학생운동을 중심으로에서 6월항쟁을 로컬 주체들의 위치와 입장에서, 곧 광주지역 투쟁의 주요 동력이었던 전남대학교 학생운동의 맥락에서 6월항쟁의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했다. 필자는 광주는 19805월의 경험과 기억을 지녔기 때문에 6월항쟁이 문맥과 질감에서 타 지역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광주에서 6월은 5월의 반복이자 극복의 문제였고, 모든 투쟁과 저항은 5월의 이름으로 해석되고 정당화되었다. 이를 통해 ‘6.10 민주항쟁이라는 특정 시간을 중심으로 구축된 항쟁사의 서사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과 정서를 내포한 로컬의 위치와 관점에서 항쟁의 양상과 성격을 재인식했다.

박은홍은 민주주의의 다차원성과 구로 민주주의의 진보: ‘협치에 이르는 길에서 구로 민주주의의 진보 경로를 서유럽, 아시아, 한국적 맥락이라는 다차원적 맥락에서 조명했다. 필자는 구로 지역에서는 한국의 공업화와 함께 반독재, 반자본, 반제국주의를 내걸고 급진적 사회 변화를 추구하던 노동운동이 시작되었지만, 1980년대 후반 민주화와 구소련의 붕괴로 인해 혁명에 대한 유혹이 감소하면서 진화 노선으로 전화되었고, 이후 여러 부문에서 온건 시민조직들이 탄생하여 노동계급운동은 지역사회운동으로 전환되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민운동가들이 구로자치정부와 출범시킨 협치회의는 숙의 민주주의에 기초한 협치 실험이자 민관협력의 프로젝트로서 아시아 민주주의에 교훈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정치실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 논문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김원석·옹진환·정하윤·정원규는 민주시민교육 내용 규정 및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서울지역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인식을 중심으로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내용과 범위를 둘러싼 혼란과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민주시민교육 관계자(관리자, 운영자, 참여자)들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교육 활동 자체가 절차적 민주성을 충족시킨다는 전제하에, 생활 정치를 포함한 정치 활동 또는 사회적 지향을 갖는 공익 활동을 주제로 이루어진 교육으로 규정했다. 다음으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모든 민주시민교육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활성화 요소(홍보 수단 및 안정적 교육 공간 확보 등)를 찾는 것과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유형에 따른 활성화 요소를 찾을 것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민주시민교육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에 근거한 보다 포용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상이한 민주시민교육 요구에 긴밀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지영은 샌프란시스코 일본군 위안부기림비 건립 운동과 자이니치 코리안의 정체성 정치에서 위안부정의연대(CWJC: Comfort Women Justice Coalition)가 초국적이고 범세계적인 연대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했던 일본군 위안부기림비 건립 운동을 ‘Eclipse Rising’의 정체성 정치를 중심으로 고찰했다. 필자는 자이니치 코리안 3세로 조직된 ‘Eclipse Rising’이 기림비 건립 운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레임을 구축하고 유연하게 일본계 미국인 단체뿐 아니라 일본 국내 단체들과 연대하며 국적·지역의 배타적 경계를 넘어 기림비 건립 운동에 지지를 동원했던 과정을 기술했다.

하금철은 앵벌이 장애인의 외침은 어디로 갔는가: 1980~1990년대 영세 장애인 문제와 장애인운동의 대응에서 기존 장애인운동사 연구들이 다루지 않았던 비공식 경제 부문의 영세 장애인을 장애인자립추진위원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1989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되었지만, 이는 경증 장애인의 노동권만을 보장했을 뿐, 대다수 영세 장애인들, 곧 앵벌이, 행상, 노점상, 야시장, 신문판매원 등은 여기서 배제되었다. 이에 필자는 1990년대 초 영세 장애인 문제가 등장하고, 1995년 장애인 노점상 최정환 열사 장례 투쟁을 거치면서 그것이 청년 장애인운동 조직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여 장애인자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1990년대 후반 장애인운동의 급속한 제도화·주류화 시도 속에서 조기에 청산되는 과정을 기술했다.

이상의 3편의 논문과 더불어 1편의 회고록과 1편의 서평이 이번 호에 수록되었다. 조선투위 위원을 역임하고 자유민주언론운동에 일평생을 바쳐온 신홍범 선생님께서 자유 언론을 향한 머나먼 길: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걸어온 발자취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제공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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