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 이하 사업회)는 YH무역 노동자 김경숙의 일기 사료를 복원했다고 14일 밝혔다.

1979년 8월 11일, YH무역의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였다. 경찰이 이들을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김경숙이 사망하게 되고,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이번에 복원한 김경숙의 일기는 총 13권이다. 이 중 한 권은 노동자 시절의 이야기로, 녹지중학(야학)에 입학한 지 6개월 후인 1978년 1월 1일부터 사망 2개월 전인 6월 4일까지 약 1년 6개월간의 내용이 담겨있다. 김경숙은 1978년 1월부터 그해 7월 28일까지는 비교적 자주 기록을 남겼고, 이후 6개월 뒤에 일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일기 속 김경숙은 일감을 걱정하고 야학에 즐거워하며, 동료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평범한 노동자였다.

또 어린시절 그의 일기 12권도 복원됐는데, 여기에는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걱정, 어머니가 없을 때의 두려움 등 평범한 아이의 모습이 담겨있다. 중학교 진학을 희망하지만 어려운 현실에 아쉬워하는 대목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박물 사료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최대한 원본의 형태로 되돌리되 세월의 흔적은 지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다. 김경숙 열사의 일기는 지난 2003년(기증자 길문숙)과 2009년(기증자 최순영), 두 차례에 걸쳐 사업회로 기증됐다.

김경숙 열사의 노동자 시절 일기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http://archives.kdemo.or.kr/)에서도 볼 수 있다. 복원한 일기장 실물은 향후 민주인권기념관이 완공되면 전시 형태로 관람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복원 작업은 김경숙 열사 일기 외에도 1980~90년대 민주언론을 위해 싸웠던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전신)의 현판, 그리고 1977년 한신대학교 고난선언사건과 관련해 “김하범 석방하라”가 적힌 부채도 함께 진행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앞으로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분들의 소중한 사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또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