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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정보

김처칠-당시 35세

김처칠-당시 35세

김처칠(당시 35세)

1956년 2월 강원도 인제군 출생
1976년 중앙고등학교 졸업
1982년 화창운수 입사
1985년 합동물산 입사
1990년 합동물산 노동조합장 당선
1991년 5월 조합장 재선
1991년 8월 22일 12시 30분경 운명
90년 8월부터 시작된 합동물산 노동조합의 지·도급제 철폐 투쟁은, 1년여의 과정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었다. 악덕 기업주의 파렴치한 부당노동 행위에 맞서 굳은 결의와 동지애로 노조를 이끌던 김처칠 동지는, 91년 7월10일 차고지가 없어 성산대교로 그리고 장마로 다시 양화대교 다리 밑으로 이전하면서 택시 노동자의 권익과 생존권을 위해 하루 세끼 밥도 먹지 못한 채 한달여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선봉에서 온몸 아끼지 않고 투쟁하였다. 조합원들이 축구를 하다 한강에 공을 빠뜨리자 때마침 한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동지가 공을 건지겠다고 들어갔으나, 투쟁으로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관계로 중간에 탈진하여 실종되어 행주대교 근처에서 시신을 인양하였다.



동지가 남긴 글


<일 기>


철조망


그것은 법이며 질서이다.
규범이며 도덕이며 훈계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겐 억압이다.
겹겹이 철조망을 둘러치고
지배와 복종의 질서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철조망을 넘어서려고 하는 사람들을 짓밟고
그 쓰러진 얼굴 위에다 침을 뺏는다.

· · · · · · · · · ·

그러나 철조망을 넘는 것은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그 어떤 법률과 질서와 도덕과 훈계로도 가로막을 수 없는
자신의 삶과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철조망 앞에 결박당하여 의식이 마비되기를 거부한
인간의 생명력
인간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동지를 생각하며


<당시 유인물>

안녕하십니까?

택시 노동조합 운동의 발전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오신 각 노동조합의 조합장님 이하 간부님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뜨거운 동지적 연대감으로 인사드립니다.

저희들은 합동물산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입니다. 숱한 어려움과 악조건 속에서도 택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놓고 1년여의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합동물산은 90년 1월 강태권씨가 회사를 인수한 후 차량 26대를 지입제로 불법 판매하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지·도급제 철폐를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투쟁이 장기화되자 회사는 이치규를 해결사로 불러들여 노동자들에게 온갖 폭언 폭행을 서슴지 않는 등 한층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였습니다. 이런 싸움의 과정에서 지입차량 26대는 시 운수과로부터 사업면허를 취소당했고 각종 부당 노동행위와 임금체불 등으로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습니다.

합동물산 노동조합의 조합장 ‘김처칠’ 동지는 우리 택시 노동자의 최저 생존권과 권익 보호를 위해 불철주애 노력해 오셧고 작년(1990년) 8월 7일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을 선두에서 사우시다, 1991년 8월22일 투쟁의 현장에서 산화하신 우리들의 자랑스런 동지입니다.

저희 합동물산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조합장님을 잃은 슬픔 속에만 잠겨 있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김처칠 동지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권리를 꼭 찾겠다는 사명감과 거룩하고 존귀한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다는 자책감으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 · · · · · · · · · · ·



<추모시 - 어머니>


땅거미 지던 양화대교 밑
짙푸른 한강물
넋놓고 바라보시던 어머니
처칠아! 처칠아!
목놓던 당신의 눈엔 어느덧
진한 모정 묻어나고 있었지요.


북에서 내려온 남편 따라
당신은
40년 반공주의자 셨지요
아들놈 회사에서 쫓겨
140여일 동안 파업현장 지킬 때
내논 자식이라 하셨지요


썰물에 밀리고 쓸려
퉁퉁불어 검게 탄 아들놈 시신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시다
알아서 하거라 알아서 하거라
눈물만 흘리시던 어머니


세상천지에 불효 막심한 아들놈 묻으며
어머니 당신은
평생 간직해온 반공주의도
사장이 그저 왕이라는 생각도
함께 묻었다며
가슴 깊이 박힌 대못하나
빼들고 있었지요.


울지 마세요 어머니
곡예운전에 절로 미쳐가야하는 운짱들
허한 가슴 올려다 본 밤하늘
반짝이는 별하나로 웃고 있잖아요.


<동지의 어머니께 바치는 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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