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두 측면에서 우려한다. 하나는, 인간 사회관계를 ‘조회수’ 알고리즘을 통해 ‘소셜(미디어)’ 관계로 흡수하고 대체하는 경향이다. 다른 하나는, 생성형 AI의 빠른 확산과 범용화로 인해 인간의 사유 과정과 대상 세계의 탐구 행위가 자동화 프로세스에 위탁되는 경향이다. 인공지능은 기술 효율과 편리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인간과 인간이 서로 물리적으로 소통하고 관계 맺는 과정을 전산학적 알고리즘 연결로 대체하고, 다른 한편으로 온라인 밖 대상 세계로부터 무엇인가 자극받고 탐색하는 인간의 공감과 성찰 능력을 탈취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적 실천이 나와 연결된 ‘나들’과 함께 공존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에서 비롯한다면, 동시대 인공지능이 디자인하려는 사회 설계 방향은 크게 어긋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인공지능을 물신화하거나 지능기계를 혐오하는 양극단을 경계하면서도, 인공지능의 민주주의적 전환을 위한 사회적 숙의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